짓밟히는 사립대 대학 민주주의... 지금 동국대에선 무슨 일이?

조계종에 맞선 학생에게 무기정학, 총학생회장에겐 신앙 지적...

동국대 사태로 바라본 2016년 사립대 대학 민주주의 실태

 


지난 725, 동국대학교 본관 앞은 모여든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이 날 학생들이 모인 이유는 한 가지. 작년 부총학생회장 김건중씨에게 내려진 석연찮은 무기정학징계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무기정학을 받았다는 김건중씨와 그런 김씨를 위해 모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동국대를 찾았다.

 


<지난 725,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왼쪽 세 번째)과 동국대 학생들이 학교 측이 결정한 무기정학 징계에 항의하고 나섰다. 조다운>

 


징계사유도 명확치 않은 무기정학, “이유라도 제대로 듣고 싶다

보복성 징계· 총장 논문 표절 의혹 덮으려는 물타기아닌가 지적도

 

김건중(26, 2015년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씨가 학교로부터 징계공문을 수령한 것은 지난 718. 명목상의 징계사유는 20159월에 열린 학생총회에서 사용된 재학생 명부 무단파기였다.

 

학교 측 관계자는 학교 교비로 인쇄된 용지를 무단 손괴하였고 개인정보유출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해 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하며 학칙 59조와 62, 학생준칙 24조에 의거해 무기정학을 내렸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모 학생처 관계자는 김씨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죄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은 달랐다. 725, 신정욱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발언을 통해 학교 측 주장은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복사본인 학생명부의 재산적 가치는 단지 이면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뿐이라며 학생명부가 이면지로 사용될 수 없도록 훼손해 재물손괴죄라면, 학생명부를 이면지로 사용하려는 학교 측이 이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학교 측 주장을 반박했다.


 

<부당징계에 항의하고 있는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 모호한 징계사유들을 몸에 붙이는 퍼포먼스와 함께 항의발언을 하고 있다 조다운>

 

이어진 발언에서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은 논문 표절, 탱화 절도 의혹이 있는 총장과 이사장의 퇴진을 의결한 학생총회였다. 그런 총회에 참석한 학생들 명단을 넘기는 건 학교 측에 살생부를 쥐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총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했다고 학생명부 파기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내가 파기하겠다고 학교 측에 알렸고 허락도 얻었기에 한 행동이었다며 징계조치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한편으로는 징계근거로 든 학칙들은 건학이념 훼손과 학생본분 위배에 대한 처벌조항이라며 내 행동의 어떤 부분이 건학이념을 훼손하고 학생본분을 위배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징계근거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또한 학생총회가 벌써 1년 전 일이다. 이제 와서 징계를 하는 것은 작년 단식투쟁에 대한 보복일 뿐만 아니라, 다가올 2학기에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덮어보려는 물타기로 보인다고 징계의 시의성과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201510, 김건중씨는 학생총회 의결사안에 대한 학교 측의 이행을 촉구하며 50일 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언론을 통해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논란이 된 동국대 이사진은 결국 전원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에 대한 이번 징계조치가 조계종과 학교 측의보복성징계라고 지적되는 이유다.

 


조계종 승려, 총학생회장 기독교 신앙 지적, “불교 능멸”...

민주적 절차보다 종교 강조하는 승려들에게 학생들 불만 높아

 

북적거리는 본관 앞과 달리 방학을 맞은 학교는 한산했다. 그런데 곳곳에 붙어있는 대자보가 눈길을 끌었다. 총학생회장 안드레(27 · 정치외교학과)씨의 신앙을 비판하는 두 장짜리 대자보였다.

 

 

<동국대학교 곳곳에 붙은 교법사 진우의 대자보. 안드레 총학생회장이 수계를 받겠다는 것은 승가 모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조다운>

 

철새 종교인 총학생회장 안드레는 더 이상 불교를 능멸하지마라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대자보는, “모태기독교신자인 총학생회장이 수계(불교의 계율을 받는 의식)를 받겠다는 것은 불자 코스프레이자 정치적 퍼포먼스라며, 불교폄훼와 승가모독을 멈추라는 내용이었다.

 

대자보를 읽고 있던 학생 정승현(가명)씨는 종단 말을 안 듣는 총학생회장을 종교를 이유로 흔들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걸로 비난할 거면 애초에 신입생부터 불교신자만 선발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직접 만난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이런 비난에 적응이 된 듯 했다. “총학생회장 선거 때는 영화 검은 사제들포스터를 사용한 것 때문에 비난을 당했다. 지난번에는 한 교직원에게 기독교 총학생회장이 불교대학 망치려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안씨는 그런 지적이 상처가 됐고 총학생회장으로서 종단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수계를 받으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불교폄훼라고 하니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대자보에서 지적된 모태신앙문제에 관해서는 아버지가 목사님이신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모태 기독교인이라거나 내 신앙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힌 적은 없다. 사실 왜곡이다라고 밝히는 한편,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 운영되는 것이지 종단의 종교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의 신앙이 비난의 이유가 되는 곳. 2016년 대한민국 사립대학의 현 주소다.

 


막말, 보복, ‘학교 사유화까지... 갈 곳 잃은 대학 민주주의

정치권의 해결의지 없으면 대학 민주주의 정상화 불가능해

 

사학재단의 독단적 대학운영과 그로 인한 폐단은 비단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 부정입학과 학교재산 사유화로 상지대학교를 사학비리의 온상으로 만든 김문기(84) 전 상지대 총장. 그는 2014, 편법을 동원해 상지대 운영에 복귀했다.



< 상지대학교 홈페이지의 설립자소개. 사실 김문기는 1972, 설립자 원홍묵에게서 상지대를 인수한 인수자. 하지만 총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자신이 설립자라 주장하며 학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출처:상지대학교 홈페이지>

 

김문기 일가의 경영복귀에 교내외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김문기는 총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설립자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상지대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에게 맞선 교수들은 학교 명예훼손을 이유로 해임됐고 저항한 학생들은 중징계를 받았다. 더 나아가 2016년부터는 신입생들에게 인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김문기 우상화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1214, 인하대 중앙도서관에서는 명예박사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기말고사가 기간에 도서관 이용에 불편을 겪게 된 학생들은 반발했다. 굳이 도서관이 아니어도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운동부 학생들을 동원해 도서관 출입을 통제했고, 항의하는 학생들을 향해 이사장인 조양호(67) 한진그룹 회장은 “(학생이)주인 아니다. 학생이 어떻게 주인이냐?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여긴 사립학교이고 사유지다. 내가 주인이다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이외에도 중앙대, 이화여대, 한신대 등 사학재단의 독단적인 대학운영과 학교 사유화로 인해 대학 민주주의는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있다. 이처럼 막막한 현실 앞에서 대학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동국대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은 사학재단이 대학을 자기들의 소유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최근 일부 불교계 언론에서 민주주의는 불교의 정체성을 무너뜨린다는 주장의 사설을 내더라. 민주주의가 불교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문제는 승려들이 그런 위험한 생각을 대학인 동국대에 자기 맘대로 적용하려 하는 것이라며 대학이 재단의 소유물이 아닌 교육기관임을 강조했다.

 

안드레 총학생회장은 대학 민주주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종단의 정체성을 강요하지 말고 학교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사회 구조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동국대는 13명의 이사 중 무려 9명이 조계종에서 임명하는 승려다. 종단이 이사회 구성을 좌지우지 하면 학교 역시 종단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김 전 부총학생회장은 대학 민주주의 정상화의 핵심은 정치권의 해결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대 총선만 보더라도 대학운영에 학생들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게 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은 없었다며 정치권의 문제 해결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대학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식투쟁을 하거나 수십 미터 조명탑 위에 올라가는 등 위험한 방법밖에 없다. 목숨을 걸어야 언론과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주더라고 말하며 학생들이 목숨을 걸지 않아도 대학의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언론과 정치권이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했다.

 

안 총학생회장 역시 교육부에 찾아가 항의를 해도 사립대학 문제는 간섭하기 어렵다는 말만 하더라. 정치권의 노력을 체감할 수가 없다. 독단적인 사학재단을 제재할 더 적극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사립대학 관련 정책을 내놓은 곳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뿐이었다. 더민주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정상화, 정의당은 개방형 이사제 정상화총장직선제의 자율적 결정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 사학재단의 독단을 방지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대학운영에 반영되게 하는 제도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었다.

 


대학 민주주의 정상화? 정치권이 애매한중립입장부터 버려야

 

지난 730,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학생들과의 면담을 약속했다. 학생들은 수년간 이어진 불통 경영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에 나타난 건 총장이 아닌 21개 중대 1600명에 달하는 경찰들이었다.

 

학교와 총장은 경찰에게 학생들을 끌어내라며 23번에 걸친 신고전화를,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이 니들이라고? 4년 다니고 마는 니들이?”라는 조롱을 퍼부었다. ‘사학의 자율성뒤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재단권력. 그 막강한 힘 앞에서 학생들은 철저히 조롱당했고 무참히 끌려나왔다. 대학 민주주의의 실종은 이제 어느 사립대학에서나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권력이 특정한 방법으로 분배되고,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세계 속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건 현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은 일찍이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월 작고한 신영복 교수 역시 중립이란 실은 기회주의보다 더욱 교묘한 편당임을 꼬집었다.

 

2016년 대한민국 사립대학. 그곳에서는 약자가 강자에 맞서, 민주주의가 독단에 맞서 처절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승자가 누구일지, 결과가 어찌될지 너무도 뻔히 보이는 그 상황 앞에서 사립대 문제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애매한 자세는 과연 중립일까? 민주주의에 대한 정당한 요구조차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망설여야 하는 학생들에게 그런 자세는 진정으로 중립일까?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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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정의정책연구소




[미래정치센터] '헬조선' 청년들의 거주 문제 (프레시안 공동게재)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좁은 복도를 따라 문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 중 하나를 열자, 습기로 가득 찬 좁은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방 한편에는 가슴 높이쯤 되는 옷걸이가 놓여 있고, 천장 바로 밑 빨랫줄에는 아직 물기가 가시지 않은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옆에는 화장대를 겸하는 작은 책상과 신발 몇 켤레가 겨우 들어갈 만한 신발장이 있다. 얼마 안 되는 살림살이에 자리를 내주니, 방에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꿈도 꿀 수 없다. 공간이 없다.

 

방문을 닫고 복도로 나갔다. 복도 끝에 허름한 초록색 문이 하나 있다. 6개 거주자들이 함께 쓰는 화장실 겸 샤워실이다. 바로 옆에는 1층과 2층 총 12개 방의 거주자들이 쓰는 공동 세탁기 한 대가 큰 소리를 내며 위태롭게 돌아가고 있다.

 

청년 취업난의 상징이 된 고시원 이야기도, 고령 사회 빈곤 노인들의 쪽방촌 이야기도 아니다. 2016년 서울시 한복판, 캠퍼스의 낭만과 설렘이 가득해야 할 대학가 하숙집 이야기다.

 

 

2013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기자 회견 모습. 청년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내세운 '기숙사 수용률 30%' 등 청년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대학 입시'보다 더한 '기숙사 입주' 경쟁

 

 

대학가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하숙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원룸 등의 자취방도 마찬가지다.

 

대학생 이모 씨(22, )는 학교와 5분 거리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다. 다른 자취방보다 10만 원가량 저렴한 월세 때문에 입주했지만, 환경은 좋지 않다. 주변 술집에서는 취객들의 고성이 밤새 끊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는 가로등이 없어 한밤중 귀가를 망설일 정도다. 옆 건물과 바짝 붙어 있어 방은 대낮에도 어두컴컴하다. 1주일에 수차례 바퀴벌레가 출몰해 집주인에게 조치를 받았지만, 오래된 건물만큼이나 노련한(?) 바퀴벌레가 계속 돌아다니고 있다.

 

이 씨가 처음부터 자취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다른 지방 학생처럼 그도 처음에는 교내 기숙사 입주를 신청했다.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서울 한복판에서 보증금 없이 비교적 저렴한 월 30만 원으로 쾌적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숙사 배정에서 탈락했다. 그 해 기숙사 입주 경쟁에 수천 명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씨가 다니는 대학교 서울캠퍼스 재학생은 13000여 명. 하지만 기숙사 정원은 겨우 700여 명이다. 우선 배정 대상인 외국인과 교환 학생을 제외하면, 500~600명의 자리를 놓고 수천 명의 학생들이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대학교 본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015년 기준 6.1%. 수용률이 낮다는 수도권 대학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대학교의 사정이 오히려 나은 것일 수도 있다. '대학알리미'2015년 기숙사 수용 현황 공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 중 62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0%에도 못 미쳤으며 이들 대학 중 23개가 서울에 집중해있다. 서울 지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0%. 서일대, 숭의여대 등은 수천 명이 재학 중임에도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비교적 큰 규모의 4년제 대학 기숙사도 광운대 1.7%, 한성대 3.3%, 동덕여대 3.3% 등 수용률이 5%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대학생 218만 명 중 40%가 넘는 88만 명의 학생들이 집을 떠나 타지에서 살고 있다고 하니,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싸고 열악한 원룸이나 하숙집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이 씨는 "기숙사 비용도 그렇게 싼 건 아니지만, 보증금이 필요 없고 월세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냉·난방비 부담도 줄어드니, 기숙사에 살고 싶은 게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숙사 신청은 이미 포기했다""배정받는다고 해도 다음 학기에 또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늘 쫓겨날 걱정을 하며 살아야 한다. 아쉽지만, 2학기에도 이 방에서 계속 자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부동산 검색을 통해 정리한 대학가 원룸 시세. 미래정치센터(조다운)

 


 

기숙사, 개인의 권리 침해하며 벌점 부과



대학생 김모 씨(24, )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향토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2인실 기준 월 15만 원으로 저렴한 비용에 만족하고 있지만, 불만이 없지는 않다. 매일 밤 11시면 저녁 점호를 하는 방침 때문이다. 점호를 어기면 벌점이 쌓이고, 벌점이 누적되면 쫓겨난다. 그 외에도 빈번한 사생 교육과 각종 '필참(반드시 참석)' 행사까지 김 씨는 여가나 주말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천모 씨(21, ) 역시 기숙사에 불만이 많다. 불시에 진행되는 '생활 점검' 때문이다. 기숙사라고 해도 방은 엄연한 개인 공간인데, 누군가가 함부로 물건을 뒤진다는 게 꺼림칙하다. 정기 생활 점검 때 잠깐 졸다가 '태도 불량'이라며 벌점 5점을 받기도 했다. 군대식 점호에 '태도 불량' 벌점, 지성인을 키운다는 대학의 현주소다.

 

심지어 몇몇 사립대학 기숙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학생의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서울 시내 여자대학교 기숙사는 사칙에 따라 "사감의 승인 없이 학생회 활동 및 정치적, 종교적 불법 집회 등을 개최"할 경우 벌점 10점을 부여한다. "벌점이 15점 이상인 경우 예외 없이 퇴사"시킨다는 규정 때문에 학생들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설립한 대학교 경주캠퍼스 기숙사는 "생활관에서 건학 이념에 반하는 타종교 선교 행위" 시 퇴사에 해당하는 벌점 10점을 부여한다. 1700여 명에 달하는 기숙사 거주 학생들은 '종교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헌법의 권리마저 포기해야 한다. 기숙사가 아니면, 고액의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헌법'은 너무 멀고 '벌점'은 무서울 만큼 가깝다.

 

대학생 오모 씨(21, )"문제가 있다고 해도 보증금 몇 천만 원과 월세 40~50만 원을 부담하는 것보다는 낫다""간신히 들어간 기숙사인데, 퇴사를 감수하면서 부당한 사칙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숙사 수용률 올리고 인권 침해 막을 대책 필요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대학생 기숙사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쏟아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대학 기숙사 확충'을 대표 청년 공약으로 내세웠다. 행복(연합) 기숙사를 신축하고 사립대학에는 기숙사를 위한 융자를 지원하고, 서울시 임대 주택 등을 통해 기존 수용률 18%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행복(연합) 기숙사는 516명 규모의 '홍제동 행복(연합) 기숙사' 단 한 곳뿐이다.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 역시 2015년 기준 18.3%로 큰 변화가 없다. 대통령의 임기가 16개월 정도 남았으니, 사실상 공약 이행 실패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행복(연합) 기숙사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년 2개소씩 건립"하겠다고 외쳤다.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공약을 축소해 다듬은 '공약 역행'이다.

 

 

18대 대선()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약집 비교. '기숙사 수용률 30% 확대''행복(연합) 기숙사 매년 2개소씩 건립'. 새누리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집을 통해 현행 '대학 설립·운영 규정'에 기숙사 수용률을 규정하고, 규정된 수용률을 대학 평가 지표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지난 4'대학교육연구소'는 현안 보고 자료를 통해 수용률 규정이 "의미가 있는" 공약이지만 '대학 설립·운영 규정'의 법적 강제력이 높지 않으므로, "기숙사 설립 의무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학생 기숙사 문제와 관련한 공약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정진후 전 의원은 19대 국회 임기 중 '고등 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을 대표 발의해 고등 교육법에 기숙사 수용률을 대통령령에 의해 정하도록 명시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는 더민주의 '기숙사 수용률 명시' 공약보다 앞선 것이었지만, 계류되었다가 자동 폐기되었다.

 

원내 4개 정당 중 기숙사 사칙의 인권 침해 요소를 지적한 정당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청년층 일각에서는 "정당들이 청년표에만 관심 있지 청년 실생활에는 관심 없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선거철이면 내일은 편안하게 걱정 없이 살게 해주겠다는 정치인의 말을 기억하며, 청년은 오늘도 비좁은 단칸방에서 뒤척인다




프레시안 기사보기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40294&ref=nav_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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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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