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장학금 기획기사> 이공계 대학원생 장학금, 과연 합리적인가

실험으로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데, 대기업 연봉은 받아야 할 걸

 

 

교육을 받으면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바로 이공계 대학원생들이다. 배우는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이런 직종은 언론이 말하는 우리 사회에서 메인 스트림은 아니다. 분명 좋은 일인데 메인 스트림이 되지 않은 이유는 그 직종 분야 자체에 대한 흥미를 지닌 사람이 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그뿐일까.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불합리함은 없을까.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받는 돈은 ‘수당’이나 ‘급여’, ‘월급’이라는 단어보다는 ‘장학금’이라는 단어로 주어진다. 학사 학부생들이 성적 우수, 가정 형편 곤란 등의 이유로 받는 ‘장학금’과 같은 단어이다. 물론 대학원 과정에서 장학금 지급 기준과 액수 등은 학부 과정의 그것들과는 다르다.

 

학사 학부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의 궁극적 목적과 명분은 학업 장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목적과 명분은 대학원생들에게도 적용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학원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의 또 다른 명분으로는 바로 노동에 대한 대가가 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교수 연구실에서 실험 노동을 하게 된다. 대학원생 독자적으로 스스로의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담당 교수의 연구를 도와 세부 실험을 직접 진행하게 된다. 바로 이에 대한 대가가 대학원생들에 대한 장학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장학금’이라는 단어로 불리지만 ‘수당’이나 ‘급여’, ‘월급’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공계 대학원생으로 생활하면 다른 일을 통해 돈을 벌기는 어렵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부터 아주 늦은 밤까지 연구실에서 계속 실험을 해야 한다. 오죽하면 학부생들은 수업 듣기를 싫어하지만 대학원생들은 수업 들으면서 쉬고 싶어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다른 일을 통해 돈을 벌어보려고 시도한다고 해도 짬을 내서 초중고 과외를 하는 정도 밖에 안 된다. 다시 말해 이공계 대학원생은 주어지는 장학금으로 스스로의 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각 장학금들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둘째,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장학금 액수가 연구실에서의 노동의 대가로 충분한 정도일까(물론 최저 임금과도 연관지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지급된 장학금이 기숙사, 학식 등의 대학 인프라 사용을 위한 비용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이공계 대학원생들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1. 본인이 받고 있는 장학금의 종류가 무엇이며, 그 장학금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현재 받고 있는 장학금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가정한다면, 기타 다른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혹은 오히려 등록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는지 등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A씨 : RA/TA 장학금을 받는다. 쉽게 말해 연구조교/수업조교 장학금이다. 지급 기준은 특별할 것 없이 수업 수강 학점만 있으면 주어지는 것으로 안다. 다른 장학금의 수혜 방법은 교내 장학금이 있으나, 이건 박사급 이상만 지원 가능 하다. 현재 나는 석사 과정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저런 장학금에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GPF)도 석사 과정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우리 학교에서 RA/TA는 사실 상 전부 다 주는 것이라서 등록금을 내야하는 상황은 없다.

 

B씨 : 나는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Global ph.D fellowship, GPF)에 선정되어 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전국에서 200여명을 선정하여 월 250 만원(연 3000 만원)을 최대 5년간 지급하는 국가 장학금이다. 선정 이후에도 연차평가, 단계평가 등을 통해 장학생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리한다.


뿐만 아니라 펠로우끼리 만날 수 있는 학회 등을 지원해주고 있어 장학생들끼리 소통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선발부터 운영까지 체계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발 과정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기본으로 하여 학벌의 영향이 없도록 하였고, 전국트랙과 지역트랙으로 나누어 몇몇 대학의 독주를 방지하고 지방대 학생들의 선발 인원을 보장하는 방식이라 다른 장학금보다 좀 더 공정하고 체계적이라고 생각한다. 연차평가 및 단계평가도 모두 영어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PPT 발표를 진행하여 선정된 학생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보통 평가 때 실적이나 성과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거나 기존에 지원했던 주제와 벗어난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으면 탈락 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이나 다른 국가 장학금에 지원가능 하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전액장학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성적(학과마다 다름. 보통 평점 3.0)을 넘기면 등록금은 면제된다.

성적이 매우 형편 없고(일반적으로 대학원은 학점을 평균으로 A-인 3.7을 주는데 3.0은 굉장히 불성실하다는 의미) 연구 성과나 실적이 없으면 장학금을 받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돈이 좀 더 뜻이 있는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지원되거나 다른 의미 있는 일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2. 현재 받고 있는 장학금의 액수가 연구실에서의 노동의 대가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최저임금이 지켜지고 있습니까? 지급된 장학금이 기숙사, 학식 등의 교내 인프라 사용을 위한 비용을 충족합니까?

 

A씨 : RA/TA 장학금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받는데 만약에 이것만 받는다면 딱 기숙사비와 학비만 충족시킨다. 남는 액수는 0원이다. 교수님이 따로 더 안 얹어주시면 용돈이니, 학식이니 택도 없다. 최저임금은 안 지켜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침 10시 출근에 새벽 0시 퇴근이고,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다 연구실에 나간다. 아마 이것을 정상적으로 환산해서 받으면 난 대기업 연봉은 받아야할 듯하다.

 

B씨 : 월 250만원은 국가가 지정한 대학원생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임금이므로(...) 금액 자체는 충분하다고 느껴지나 노동이 보통 주 7일, 하루 평균 15시간을 일하는 대학원생의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시급은 약 5952원 정도. 보고서 시즌이 다가오거나 일이 몰리는 시기가 되면 거의 기숙사에 못 들어가고 실험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되는데 이 때는 내 인권이라는 게 존재는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감도 든다. 장학금 금액은 등록금+기숙사비 및 생활비로 쓰기에도 충분하다.


3. 본인이 타 대학의 유사한 학과에 소속되어 현재와 같은 연차로 재학 중인 이공계 대학원생이라고 가정해주십시오. 장학금 수혜의 형태와 액수가 다를 것이라고 보십니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A씨 : 우리학교는 그나마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으로 안다. 우리학교는 RA/TA 장학금에 교수님이 주는 알파(20~30만원 정도 되는 용돈)로 더 받을 수 있으나 타 학교는 RA/TA개념이 없다는 것으로 안다.(기자의 말 : 사실 RA/TA 장학금이 운영되는 대학이 하나 뿐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친구가 타대 대학원에 붙었지만 한달 30만원 밖에 못 받는대서 포기하고 자대 대학원에 왔다고 들었다.

 

B씨 : BRIC 등 생물학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타 대학 중에 등록금 조차 장학금으로 커버할 수 없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아직까지는 대학원생은 배우는 단계라서 학교에 돈을 지불하고 (노동력도 지급하고...) 배워야지 돈을 벌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교수 및 포닥(박사 과정 이후의 연구원 직)들의 글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나이를 생각해 볼 때 집에 손을 벌리기 어려운 나이(이미 부모님이 은퇴하셨다거나)이므로 자신이 생활비 및 학비를 감당해야 해서 적어도 학비, 기숙사비 및 최소한의 생활비 30만원 정도는 장학금 형태로 지급이 되어야하지 않나 싶다. (알바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간도 없고 체력도 없고 또 정말 하겠다고 해도 교수가 반대해서 할 수가 없음..) 만약 내 스스로 대학원에 다니기 힘든 상황이었다면 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고 취직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내 경우에는 학부 때 인턴을 자대 대학원에서 하면서 적어도 자대 대학원을 가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자대 대학원으로 진학을 한 것이고, 대학원 생활 시작하면서도 석사는 이렇게 배우는 셈(원래 GPF가 아니면 등록금+기숙사비+생활비 40정도가 월급으로 들어온다.)치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석사 후 박사를 진학해야 할 나이가 되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박사로의 진학은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스스로 GPF 지원 준비를 할 때도 ‘떨어지면 석사로 졸업하고 취직해야겠다.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목숨 걸고 하자’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했었다. 요즘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대학원 학비가 대학교 학비보다 비싸고, 학자금 대출로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만큼 대학원 장학제도가 잘 발달하지 않으면 돈 때문에 공부를 접는 학생들이 생길 것 같다. (학부과정까지는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지만 대학원부터는 국가장학제도를 이용해 학자금을 대출할 수 없다.)

 

B씨가 본 커뮤니티의 글의 내용대로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다니는 연구실이 단순한 직장이라기보다는 교육과 노동이 공존하는 특수한 경우이기에, 급여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대학원생들은 연구 현장의 노동자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타 현장의 노동자들처럼 그들의 권리가 지켜지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과학강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의 사정은 어떨까.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학비 액수 자체가 큰 것은 유명하다. 다만 학비 액수만큼이나 교내 장학금 지급이 원활하기도 하거니와, 더 중요한 것은 외부 장학금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학생들의 학비를 대학과 주정부 차원에서만 접근하여 돕는 것이 아니라 기타 외부 단체들 또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이 공부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런 외국의 사례로 볼 때, 이공계 대학원생의 공부와 연구, 학비 등은 대학과 과학기술 당국만의 관심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야의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은 국가 성장의 동력이다. 그리고 이 분야의 대학원생들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미래이다. 돈 때문에 공부를 접는 학생들이 생겨난다면 이 나라는 크나큰 성작 동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정의정책연구소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