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실태 기획기사2> 패션 어시스턴트의 열정페이

 

제 청춘은 얼마짜리인가요?

 

나는 작년에 다니던 대학교에 휴학서를 제출했다. 인턴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리고 올해 초 평상시 관심 많았던 패션잡지 어시스턴트를 시작했다. 패션잡지 어시턴트는 3가지 분야로 나뉘어진다. 패션, 뷰티(화장품 관련 기사 작성), 피처(주로 인물 인터뷰, 이슈에 대한 취재 및 기사 작성)인데 나는 패션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패션 어시스턴트는 촬영준비, 촬영장 보조, 촬영물건정리가 대부분의 업무이다. 내 월급은 30만원이었다. 한달에 150여시간을 일하지만 차비, 식비가 전부다 포함된 금액이다.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지만 꿈을 쫓고 싶어 도전했다.

 

이상봉 사건 이후 … 열정페이 변화 없어

 

올해 1월 쯤 패션업계에서 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소위 ‘이상봉 열정페이’라고 불리우는 사건이었는데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는 새삼 바라지 않던 기대를 하게 됐다. 그러나 같이 일하던 동료 어시스턴트는 나에게 희망을 접으라고 말하며 오히려 열정페이 사건을 문제제기한 ‘패션노조’를 불순분자로 여겼다.

어차피 그런 문제제기를 한 사람들이 없어도 패션업계는 문제없이 돌아가고 인력은 넘쳐난다는 것이 동료 어시스턴트의 주장이었다. 노동자가 철저히 사용자 입장을 대변하는 이상한 상황을 목격했지만 나도 그를 이해하게 됐다. 실제로 패션 어시스턴트를 구하는 공고는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온다. 패션잡지 어시스턴트에 관한 공고가 계속적으로 올라오는 이유는 다른 인력이 충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잡지 1개당 패션어시스턴트는 대부분 2명에서 3명이 일을 한다. 거의 대부분의 월급이 30만원에서 50만원정도이다. 경우가 제일 좋은 경우는 시급제로 쳐줘 일한만큼 받을 수 있다. 10시간을 일하면 10시간치의 돈을 받는 것이 패션잡지 어시스턴트계에서 최고 대우(?)이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패션어시의 대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패션 잡지에서 기자를 하려면 크게 경우는 3가지다. 첫 번째는 인력공고, 두 번째는 스카우트, 세 번째는 어시로 시작해 기자로 올라가는 경우다.


현직 기자들의 많은 경우가 어시로 시작해 기자로 올라간 사례다. 그렇다 보니 패션잡지계의 종사자들은 어시스턴트 생활을 ‘노동착취’가 아닌 ‘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다. 용기가 있어도 결국은 훗날 기자가 되기위해 참고 견뎌야 한다. 결국 문제의식이 있음에도 일개 회사에 속한 노동자임으로 큰 틀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계약서 한 장 없이 기본적인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노동착취는 이런이유로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이다.

 

철저한 감시만이 유일한 해결책

 

노동법에 의하면 근로계약서없이 일을 시킨 사용자에게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사용자를 노동청에 고발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패션 어시스턴트를 종사했던 사람들은 이러한 식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좋은 경험했다는 식의 위안’을 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가’ 잡지에서 근무했던 한 어시스턴트는 “어시스턴트 경험을 토대로 나의 미래를 더 세밀하게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만하면 우리 의 청춘은 괜찮은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본인이 당했던 부당한 경우를 생각하기 보다는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문제가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아서 노동청에 진정 넣을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괜히 문제가 붉어지면 본인도 피곤해지니 ‘그냥 안 받고 말지’식인 경우다.


방법은 하나다. 노동청같은 불법노동을 감시하는 단체가 더욱 더 이런 사례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이상봉 열정페이’ 사건 이후 이상봉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근로계약서도 쓰며 예전보다 나은 대우로 일을 한다고 한다. 만약 패션잡지계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불거졌다면 지금 패션잡지에서 일하는 인력들은 조금이라도 괜찮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젊은날의 고생을 당연시 받아들이는 태도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이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가기도 한다. 젊어서 고생해 훗날 떵떵거리며 사는 이야기는 열정페이를 합리화시키며 많은 젊은이들의 노력을 가로챈다. 우리 사회가 더욱 더 발전하기위해서는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아’식의 태도가 아니라 가능성 많은 인력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 각각의 산업과 사회속에서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답은 간단하다. 그냥 일한만큼만 주면 된다. 패션계에서도 10시간을 일하면 10시간을 받을 수 있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것만 지켜줘도 훌륭한 자원들이 많이 유지될 것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박근혜 정부 인턴제? '열정페이' 하라는 것"
[진보정의연구소 블로그 기자단] 청년 고용 정책, 누구를 위한 건가

 

 

 

지난달 25일 박근혜 정부는 하반기 경제 정책을 내놓았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청년 고용과 노동에 관한 정책이었다. 공공기관 청년채용 확대, 청년 인턴제 도입, 임금 피크제 등 여러 대안이 쏟아졌다. 과연 청년들의 실질적인 반응은 어떨까. 세 명의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 현재 청년 일자리 현실은 어떻고,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씨(24세) : 한 마디로 굉장히 어렵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자연히 노동 환경이 인간적이면서도 일에서 보람을 얻을 수 있고, 급여도 넉넉히 보장된 자리를 다들 찾기 마련인데, 문제는 이런 자리 자체가 너무 제한되어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에서도 굉장히 세세하게 소위 스펙(Spec)이라고 해서 직무와 상관없는 경력이나 자격증까지 원하는 것이 많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냥 미래에 대한 꿈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B씨(20세) : 소위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기성세대는 눈을 낮추라고 하는데, 눈을 낮추면 노동 환경이 좋지 않은, 소위 말하는 야근·회식이 잦고 급여는 낮은,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자리만이 남게 된다. 전반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 환경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너도나도 대기업을 가고 싶어 하고, 그러다 보니까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노동 환경 격차가 왜 나타나는지, 거시적인 한국 경제의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라는 키워드 등장했는데,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의 생태계 구축에 관련한 논의가 대통령 당선 이후 사라진 것 같다. 이런 부분이 해소되어야 좀 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C씨(20세) : 단순히 일자리 많이 생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동 시간이 긴 것 같다. 이러다 보니까 한 사람이 많은 일을 짊어지게 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체계인 것 같다. 최근 '열정페이' 이야기를 하는데, 인턴도 그렇고, 야근도 그렇고, 이거 다 열정페이에 포함되는 부분이 아닌가. 일한 만큼 충분히 보상받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노동시간은 너무 길고, 월급은 너무 적다. OECD 통계를 봐도 그렇고, 고용노동부에서도 알 것으로 생각한다. 정당하게 분배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법적으로 할 수도 있고.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tvN
                

- 이번에 내놓은 하반기 경제 정책이 청년 일자리 문제에 해결책을 잘 제시하고 있다 생각하나. 우선 하반기 경제 정책에 관해 설명하겠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고용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과 청년 인턴제를 확대하며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 외에도 해외 진출을 돕거나 중소기업 취업 유도 등이 있다.

 

A씨 : 임금피크제 같은 것이 현재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일자리만 늘리려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등 노동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재 정책은 일방적이고, 지나치게 유연성만을 강조한 것 같다.
 

B씨 : 해외에는 유연안정성이란 개념도 있지 않나. 이번 하반기 경제 정책에 유연안정성 개념이 들어간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에 취업을 유도한다고 했는데 청년들이 괜히 대기업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환경 차이가 크게 나는데 무조건 중소기업에 취업하라고 유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본적인 하청 구조와 중소기업이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부터 먼저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중소기업에도 청년들이 눈길을 돌리지 않겠나.


C씨 :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중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보다는 '일자리 경험'만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인턴을 늘린다고 해서 청년 고용이 늘어나나. 오히려 값싸게 청년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수단이 인턴제 아닌가. 그리고 채용 확대도 지나치게 공공기관 위주인 것 같다. 현재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그렇게 목을 매고 있는데 그 이유를 하나 더해주는 셈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도 어쨌든 박근혜 정부도 위기를 의식하고는 있는 것 같다.
 

- 청년의 입장에서 제시하고 싶은 정책이나 박근혜 정부가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나.

 

A씨 :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제일 시급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 사회에 대단히 많은 비정규직이 있는데, 비정규직의 노동 강도가 센 편이고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고 있다. 비정규직의 많은 부분을 정규직화하면 노동 강도를 줄이고 고용 창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B씨 :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부담하여 개별 기업의 부담을 감소시키면서도 유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구축할 수 있는, 이런 유연안정성 개념을 도입한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회 안전망이 우선 구축되어야 그 후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펼 수 있으리라 본다.


C씨 :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그냥 우리 같은 청년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진정으로 꿈을 찾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졸업하면 무엇을 해야 하나, 걱정되고 학교에서도 무엇을 배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취직에 유리할지만을 생각하게 되는 숨 막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희망에 차고 싶다.
 
이들은 하나같이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에게 집중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며, 노동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함께 해야 풀릴 수 있는 문제임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급선무로 꼽은 것은 노동 환경의 열악성이었다. 높은 임금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소수의 대기업뿐, 중소기업 대다수는 적은 임금과 불안정성으로 대기업과 차이가 크다. 결국 청년들은 대기업 취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셈. 이는 경쟁에서 낙오된 청년들의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따라서 이런 차별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보다는 '일자리 맛보기'를 시켜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위 기사는 프레시안과 공동게재 됩니다(프레시안 바로가기)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