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민주노총에서 금기어가 되어버린 ‘사회연대전략’
    : 노동운동의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제안이 ‘정규직 책임론’을 강화한다고?

 

 

 

정규직 노동자가 나서서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국민연금 보험료지원사업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에 의해 2006년 11월 10일 공식 제안되었다. 권 대표는 국회 본회의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 사업장 가입자의 국민연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해 이것을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지역 가입자들의 연금보험료를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은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양극화에 대한 대안으로 부유세를 비롯 사회복지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일방적인 주장과 요구에 그칠 뿐 양극화 추세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 이에 국가나 자본, 고소득층에 대한 일면적인 요구만이 아니라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들 스스로가 사회 연대적 실천방안을 스스로 찾아 나설 때 주장의 정당성과 진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보고 정규직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직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권 대표는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 사업은 우리 노동운동에서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정규직 대공장 중심의 노동운동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비타협적인 운동으로 인식되어 사회적 고립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이 울산에서 참패한 가장 큰 이유가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면 때문이었다는 점은 민주노동당에게 매우 큰 충격이었다. 말로만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냄으로써 당을 바라보는 비정규직의 시선을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노동운동에 뿌리를 둔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민주노총의 고립이 곧 민주노동당의 고립이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회연대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노동당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2천4백만명 중 공적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은 약 1천30여만명. 이를 방치할 경우 현재 빈곤이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월급 160만원 노동자가 매월 1,800원의 연금 보험료를 지원해 고소득층과 자본, 국가의 참여를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함으로써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제도를 설계한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민주노동당은 진정한 사회연대운동은 자본과 국가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이 스스로 행할 수 있다면 노동자의 연대철학에 의거해 이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기존의 ‘일면적 요구’에서 ‘참여를 기초로 한 요구’활동이 필요하고 이는 산별노조 시대와도 조응하는 활동양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노동운동 내부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조형일 IT연맹 정책실장은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불신에 대한 고민 속에서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타협과 양보, 참여는 노조에 금기단어였다. 민노당의 제안은 우리 운동의 전환과 관련해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민주노총 정책담당자 회의에서 1차적으로 논의를 한 결과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고, 고윤남 사무금융연맹 정책기획국장도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한다. 처음 논의보다 현실화가 가능하도록 보완이 많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후보로 나선 모든 진영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사회연대전략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국가가 나서서 풀어야 할 문제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함으로써 풀자는 취지로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연대전략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자칫 ‘정규직 책임론’을 강화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경계한 부분이었다. 연맹급 정책담당자들조차 "취지는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식의 반신반의 상태였다. 갈 길이 멀어보였다.

 

민주노동당은 2006년 10월부터 노동조합과 당 지역위원회를 방문해 사업설명회를 추진했고 12월 21일에는 사회연대연금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 지지 결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운동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민주노동당의 노력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석행 민주노총 신임위원장이 문성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민주노동당의 연금개혁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조직의 수장이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장벽에 부딪혔다. 민주노동당의 ‘사회연대전략’이 마치 ‘정규직 책임론’의 다른 이름인양 금기어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반발을 무릅쓰고 산하 단위노조에서 설명회를 지속할 수는 없었다. 민주노동당의 정치력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로써 민주노동당이 고심 끝에 내놓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은 큰 기대를 모았으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공방을 넘어서지 못한 채 캐비넷 속에서 잠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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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연구소 칼럼2015.08.10 12:02




전승우(진보정의연구소 부소장)



언뜻 보면 상관없어 보이는 정치와 마케팅의 합성어인 정치마케팅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도 이미 친숙한 용어이다. 정치마케팅은 정치인, 정당 등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선거에서 당선과 같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케팅 도구와 개념들을 활용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유권자에게 표와 지지를 얻어 당선되지 못하면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실현시킬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마케팅 도구와 개념은 매력적일 것이다. 때문에 정치마케팅은 한 표라도 적게 득표하면 국민을 대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는 1인 단순다수 득표제도를 선거 제도로 채택하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소선거제도를 주된 선거제도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정치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높았다.


그렇다면 마케팅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무엇일까? 즉, 정치가 마케팅에서 배울 수 있는 핵심 원칙은 무엇일까? 마케팅은 두 명 이상의 당사자들의 교환을 전제로 한다. 마케터와 구매자의 교환관계가 마케팅에서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두 교환 당사자들은 서로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교환한다. 예를 들어, 마케터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대신 소비자들을 제품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환관계는 정치영역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즉, 정치인은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을 제공하고 유권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제공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이렇듯 교환관계 관점에서 정치나 마케팅은 공통점이 많다.


교환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마케팅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원칙은 고객 지향적인 “마케팅 컨셉(marketing concept)”이라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케팅의 대표적인 학자라 할 수 있는 필립 코틀러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마케팅 개념은... 기업의 중요한 과업이란 표적시장의 욕구, 필요, 가치 등을 확인하고, 경쟁기업보다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조직이 최적 적응하여야 한다는 지침 또는 행동방향이다”(박주영 등, 2012). 즉, 마케터는 교환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 필요, 가치들을 고려하여 경쟁자들 보다 더 좋게 제공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마케팅 개념을 정치에 적용하면, 정치인은 선거에서 표를 넣기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여 경쟁하는 정치인들 보다 더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케팅 개념 관점에서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치를 평가해 보자. 우선 정의당이 선거에서 표를 얻고자 노력해야 할 유권자 층은 어느 정도 명확한 것 같다. 정의당은 서민으로 표현 될 수 있는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청년 등을 대표하고자 한다. 최근 정의당은 비정규직 정당임을 선언하였다. 이것을 마케팅 용어로 표현하면, 정의당이 비정규직을 표적 고객으로 삼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케팅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표적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비정규직을 포함한 우리 표적 고객들의 욕구와 필요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를 성찰해 보아야한다. 정의당이 비정규직 정당임을 선언했지만 정의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비정규직 당원은 그리 많지 않다. 가끔 지도부의 노력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 입당을 하지만, 이들이 적극적으로 당 활동에 참여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는 않다. 정의당 지도부가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와 가끔 만나 소통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이 나서 비정규직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는 것 같지는 않다. 정의당이 비정규직을 대표하려면 비정규직의 욕구와 필요에 대해 보다 잘 알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의당의 또 다른 목표 유권자인 청년은 어떠한가? 최근 정의당에 청년들의 입당이 늘어나고 있고, 청년·학생위원회를 비롯한 청년들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은 당의 중요한 목표 유권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악된 목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책이나 정치활동으로 잘 실행해야 한다. 최근 정의당은 보다 더 큰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국민모임 등과 협상 중이다. 우리당을 지지하는 대부분의 진보 세력들은 더 커진 진보세력을 원하며, 이 협상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이다. 문제는 협상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내 놓을 것인가이다. 정의당을 포함한 협상세력들은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협상 결과를 얻고 싶어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진보의 우호 세력을 포함하여 국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통합하지 못한다면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정치가 마케팅 개념을 받아들이려면 우선 유권자를 교육시켜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계몽적 시각에서의 탈피해야 한다. 진보세력은 운동권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지지 세력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만들고 정치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고객지향적인 마케팅 개념이 진보 정치세력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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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정의당의 다른 이름은 비정규직 정당입니다”
    : 정의당 3차 정기당대회, 정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다.




“나에게 말해줘. 사실을 말해줘. 정말 네 마음을 말해줘. 날 사랑하는지, 얼마 만큼인지, 정말 네 마음을 보여줘~” 국내 인기 힙합그룹 노래 ‘말해줘’를 천호선 당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가 입을 맞춰 춤과 랩을 구사하며 함께 불렀다. 버선 뒤집듯 정의당의 마음을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의지를 젊은 노래에 실어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노래하자 참석자들은 열광했다.

 

2015년 3월 2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정의당 3차 정기당대회가 열렸다. 무대의 배경의 “정의당의 다른 이름은 비정규직 정당입니다”라는 슬로건은 정의당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었다. 정의당의 정체성을 ‘비정규직 정당’으로 분명하게 내세운 것이다. 천호선 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일하는 사람들 중 그 누구보다 가장 고통 받는 이들, 비정규직을 가장 먼저 대변”하는 정당으로 국민 속으로 나아가 민생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대회에는 <신강령>과 <특별결의문> 채택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통합진보당의 분당세력이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정당이라는 비아냥과 우려를 뒤로 하고 현대적인 정당 만들기에 박차를 가해 온 천호선 대표는 당의 이정표인 신강령을 제출하며 “오늘로써 진보정치의 1차 혁신을 완료했다”고 선언했다. 교조화된 이념을 넘어 현실주의 진보정치의 길을 개척해 왔으며, 운동권 은어를 일소하고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당 문화를 정착시켰고, 공조직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과 숙의 민주주의의 모범이 되고 있는 전국위원회, 그리고 당 대표가 직접 당원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팟캐스트 방송 ‘브리핑’, 통합적인 당 운영과 책임정치의 단일지도체제를 안착시켰다는 자부심에 넘치는 선언이었다.

 

<신강령>은 시대에 맞는 현실주의 진보정치와 국민에게 책임지고 국민에게 선택받는 민주주의 진보정치, 그리고 민생우선 진보정치를 표방하고 있으며 정당 사상 최초로 생애강령을 도입했다. 생애강령은 태아에서 존엄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역할을 규정한 것이었다.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신강령을 채택했다. 이어진 <특별결의문> ‘대한민국 정치 대전환을 위한 정의당의 도전’에는 2016년 원내교섭단체 확보, 2017년 정권교체 선언이 담겼고, 이를 위해 비정규직 정당, 선거제도의 전면 개혁, 진보 재편을 3대 과제로 선정했다.

 

당대회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본대회로 이어졌음에도 날이 어두워지기 전인 6시에 모두 끝이 났다. 서로를 설득하고 때로는 설득당하는 ‘숙의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당대회였기에 토론도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정의당은 분명히 과거 진보정당과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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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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