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빚 기획기사>

너와 나의 학자금 고리, 이건 우리 안의 Sorry

 

 

2011년. 대한민국에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경향신문의 기획시리즈 <복지국가를 말한다> 팀이 만든 신조어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요즘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뒤이어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했다며 이들을 칠포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이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우리의 주변국가인 일본에서는 사토리세대((さとり,得道世代)라 부른다. 이러한 청년세대에게 ‘연애, 결혼, 출산, 취업’은 사치라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학자금이라 불리는 ‘빚’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의 최강국이라 불리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출간된 「봉고차 월든」을 통하여 미국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켄 일구나스는 대학을 졸업하며 취업에 쓸모없는 인문학 학사 학위와 함께 3만 2천 달러의 학자금을 대면하게 된다. 켄은 대형마트의 카트 정리 아르바이트, 알래스카에서의 여행가이드, 모텔 청소부, 쓰레기 처리, 야간 조리사 등 각종 험한 일을 하며 빚을 악착같이 갚아나간다.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3년 동안 고군분투를 하여 학자금을 모두 갚는다.

 

빚에서 해방된 주인공의 다음 목표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더 하는 것이다. 대신 목표는 ‘빚을 지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중고 봉고차를 개조해 학교 안에서 주거활동을 시작한다. 샤워는 체육관에서 하고, 도서관에서 전자기기들을 충전하며, 버너로 끼니를 해결한다. 조교, 과외알바 등을 통해 기본적인 생계비를 꾸려가더니 결국은 2년 반 동안의 대학원 과정을 마친다. 그리고 결국 주인공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이 책을 쓰기에 이른다. 풍요로운 정신세계의 자산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갈 힘을 주는 것이다. 인문학적 교육을 받아 공감력과 자기성찰, 양심을 갖춘 시민으로 한 사람이 거듭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봉고차 월든 中

 

「오늘날 젊은 사람들이 빚에 대처하는 방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너무나 많은 채무자들이 빚에 무덤덤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빚지고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빚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흥미로울 정도로 위기의식이 없는 채무자들이 지나치게 많다. 이들은 빚을 끊임없이 의무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게 자신을 가두는 쇠창살이 아닌, 자동차 보험료처럼 성가시지만 꼭 필요한 지출로 생각한다. 257쪽

 

「안타깝게도 경제적인 현실과 정치적인 우선순위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을 받기 위해 불합리할 정도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대다수 학생들은 그저 자신과 사회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바랄 뿐인데도 말이죠. (중략) 솔직히 말해 여기서 받은 학위로는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 중 대다수가 돈방석에 앉기는 힘들 겁니다. 비록 교육을 받기 위해 거의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그 대신 부유함을 얻었습니다. 여기서의 부유함은 환율이 없는 통화, 녹슬지 않는 주화, 소비해버릴 수 없는 자본인 아이디어와 진실의 부유함을 의미합니다. 비록 이곳을 떠나는 제 지갑은 비어 있을지언정, 나이가 적든 많든, 국내든 해외든, 집이 있든 없든, 돈이 많든 적든, 살아 있는 마지막 그날까지 이 부유함을 간직할 것입니다.」  400-401쪽


 

 「봉고차 월든」이 미국에서의 인기를 힘입어 한국에 까지 번역되어 우리 곁에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마 ‘등록금을 갚기 위해 알래스카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빚을 지지 않기 위해 봉고차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주인공의 특이한 이력’ 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 원인을 꼽아보자면 우리의 상황과 비슷한 것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 아닐까?

 

한국에서는 이 책의 저자처럼 학교를 다니며 봉고차에서 사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청년들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나라지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한국장학재단을 통한 학자금 대출 누적 액수는 2조 4,217억 원에 달한다. 취업 후 상환이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취업을 하자마자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취업에 성공해서 상환을 조금이라도 시작했다면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한국장학재단에 '정부학자금 대출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누적 대출액이 2010년 말 3조7천억원에서 2014년 말 10조7천억원을 기록해 2.9배로 늘었다고 6일 밝혔다.

한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 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학자금 대출 연체자 소송 진행 결과'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장기 연체자에게 작년 한 해 동안 6086건의 소송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봉고차 월든」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불합리할 정도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데, 사실상 지불할 능력이 없어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대학 등록금 문제를 심각한 현황으로 여기고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원인은 단순하다. ‘높은 등록금’이다. 높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실제적이고 확고한 조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정보공개센터의 공개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시행은 학자금을 대출받는 학생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말할 수 도 있다. 실제로 2013년 6월 교육부는 OECD교육지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립대학등록금 순위가 4위로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등록금액이 가장 높은 미국을 제외하고 2,3위인 슬로베니아와 호주는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 비율이 1~4%뿐 이며 대부분의 생들이 등록금이 무상이거나 저렴한 국공립대에 다닌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결국 뻔한 눈 가리고 아웅한 셈이다.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등록금 관련 문제는 그 나라의 교육의 정책과 철학, 수준 등이 어떠한지와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문제는 대학당국과 총학생회가 알아서 풀 문제가 아니라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힘을 합쳐 풀어야한다. 출산율은 바닥을 치고, 미래를 책임져야할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과 낮은 청년 취업률, 열악한 주거환경 등에 신음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향후 30~40대가 되어 실제적인 경제의 주체가 되었을 때(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지만), 자신들의 문제를 모른 채 한 윗세대들을 부양할 마음이 생길까? 그것보다도 부양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길까? 그 때 가서 이들을 ‘불효자식’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최근 매경이코노미 1815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청년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국민가수 장 자크 골드만이 노래 ‘일생동안(Toute la vie)’을 통해 ‘게으르며 노력하지 않는다’고 청년층을 깎아내렸다는 논란이 일면서 청년층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미 프랑스 청년들은 세금이 부모세대의 사회복지 비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자신들은 미래에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기성세대와 대립각을 세워온 터다. 유럽에는 프랑스처럼 연금 부담을 놓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갈등을 겪는 국가가 많다.」

 

학자금 문제는 향후 미래의 한국에서 이런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당장 학자금도 갚지 못하는 이들이 세금을 통해 윗세대를 부양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등록금 및 학자금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다시 한 번 사회의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개그맨 박명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 고 말한다.

 

그렇다. 늦었다. 등록금 및 학자금 문제는 진작 범국민적으로 논의되었어야 할 문제였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는다. 대학을 졸업한 입장에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처럼 보이지만 나의 후배들이, 더 나아가 다음 세대까지 이런 불합리한 액수를 지불하게 두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우리는 앞선 세대들이 ‘원래 등록금은 비싼거야’라고 말하며 주먹구구식의 방안을 내놓는 것과는 달라야한다. 훗날 태어날 내 아이에게까지 학자금이라는 짐을 지게 하는 것은 굉장히 Sorry한 일이니까 2014년 쇼미더머니3에서 바비가 불렀던 것처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같이 외치며 손을 들어야한다.

 

너와 나의 학자금 고리 이건 우리 안의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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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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