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사교육 기획기사> 교육의 불평등을 낳는 취업 사교육

 

돈 없으면 취업도 못해?

 

올해(2015년) 4월, 4000~45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삼성은 SSAT(삼성직무검사)를 실시하였다. 매년 약 10만 명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이 시험을 치루며 평균 20: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5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경쟁률은 대기업이 32.3:1, 중소기업이 6.6:1로, 2013년에 비해 12.9%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들의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현실을 방증한다.

 

취업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 잘 쓴 자소서, 면접 기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취준생들은 이러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학원, 즉 ’취업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어학 및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인·적성검사도 준비한다. 여기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법, 임원면접, 실무면접에 대한 노하우까지 알아야 한다. 이러한 취업준비 항목들을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잘하기 위해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모든 취준생이 평등하게 취업준비를 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게 된다.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비에 쓸 수 있는 비용은 한정되어 있는데 수강료는 비싸기 때문이다.

 

먼저 이력서를 쓰기위해 가장 많이 준비하는 것은 어학성적이며 특히, 토익이다. 강남 대표 어학학원들의 토익 수강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통 학습시간, 강사, 목표점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E 학원‘은 한 달 동안 토요일에 1시간 학습하는 강의가 4만 8천원으로 가장 저렴했으며, 약 두 달 가까이 주 5일, 3시간씩 듣는 강의는 74만원으로 가장 비싼 강의인 것으로 조사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H학원‘은 6만원~69만원, 'P학원’ 7만5천원~39만6천원, ‘Y학원'은 8만5천원~39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다음은 같은 강남 소재의 자소서, 면접, 인·적성의 강의를 하고 있는 학원들의 수강료이다. 자소서와 면접을 함께 강의 하는 종합반의 경우 ‘h학원’ 24만원, ‘w학원’은 30만원이었으며 말을 잘하는 방법, 면접 노하우까지 알려준다고 하는 스피치 학원은 ‘I학원’이 회차별로 50~150만원, ‘W학원’은 68만원이었다. 또 SATT(삼성직무검사) 등 기업의 인·적성 강의는 보통 9만원~12만원이며 이 모두를 함께 가르치는 종합반은 63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 자격증 취득까지 준비한다면 평균 15~30만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경제수준에 따라 들을 수 있는 강의는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를 위해 이 모든 강의를 들었다고 할 경우, 한 달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2015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취업 사교육 기간 및 비용에 따르면 취업 사교육 평균비용은 ‘511만원’ 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학입학 당시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취업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도 함께 조사됐다. 이는 교육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초·중·고등학교를 넘어 성인 이후로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의 취준생들은 그렇지 않은 취준생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는 것이다. 결국 돈이 많으면 더 좋은 교육을 받아 좋은 대학, 좋은 직장까지 이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수록 필요한 것은 정부차원에서 모든 취준생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취업 지원프로그램은 ‘취업성공패키지’, ‘청년진로역량강화프로그램’, ‘청년취업역량프로그램’, ‘고졸청년지원프로그램’,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내일배움카드제’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도 미비한 상태다. 게다가 프로그램 대부분의 자격요건이 대학졸업예정자나 졸업생에 한정하고 있어 취업에 대한 불안을 갖고 사교육을 찾는 대학생들은 지원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물론 대학교에서도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이에 참여하지 않아 효과는 크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발표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학교 97.3%가 실시하고 있는 ‘취업지도 또는 상담’의 경우 참여율에 33.3%에 불과한 데, 그나마 이는 양호한 수치다, 94.7%가 실시하는 ‘모의면접’은 5.4%의 참여율, 83.3%가 실시하고 있는 ‘인턴십 및 집장체험프로그램’은 심지어 2.9%의 낮은 참여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생들이 주어진 프로그램이 있는 데도 취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대학에서 예산과 인력부족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다수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현황 자료에 따른 사례를 보면, 대학교에서는 ‘취업과 진로’라는 과목으로 자소서 쓰는 법, 면접 준비 등으로 이루어진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교양과목으로 되어있어 수강신청을 해야 들을 수가 있다. 이는 모든 학생이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학생들, 수강신청을 남들보다 빨리한 학생들만 들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고 개선방안을 내놓고는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방안이 과연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취준생들과 대학생들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결국 지금처럼 유야무야한 정책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학창시절 학생들은 대학교만 가면 자유가 주어지고 하고 싶을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말을 믿으며 방과 후 시작되는 사교육도 묵묵히 참아냈다. 부모님들도 남들과 뒤처지는 아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성공하는 아이로 키워내기 위해 경제적으로 무리가 가더라도 수백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였다. 하지만 자유가 주어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대학 강의가 끝난 후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여기에 학원수강료, 생활비 감당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겸한다. 부모님들도 성인이 된 자식들의 취업준비를 위해 오히려 전 보다 높은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이는 결국 취업준비를 하는 20대, 이를 뒷바라지 하는 부모님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부담을 못 이겨 취업 사교육비 지출 경쟁에서 진 취준생과 부모들은 좋은 교육, 좋은 정보를 받지 못하고 이로 인한 불안감, 미안함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경제적 차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지금 10대를 넘어 20대에게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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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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