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단/청년기자단 기사보기'에 해당되는 글 134건

  1. 08:22:42 [정의타임스] "혼자서도 괜찮아" 언니들의 다독임, 임은재 기자
  2. 2017.06.22 [정의타임스] 정치에 대한 청년의 고민, 서진석 기자
  3. 2017.06.21 [정의타임스] (카드뉴스) 취업의 비용, 김현경 기자
  4. 2017.06.21 [정의타임스] 대선 후보들의 청년 공약 현실 검증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 급여가 핵심, 김현경 기자
  5. 2017.06.21 [정의타임스] 대자보, 거슬리나요?, 강승민 기자
  6. 2017.06.20 [정의타임스] (레디앙 공동) 심상정 후보 중앙유세단 참여기, 김현경 기자
  7. 2017.06.19 [정의타임스] 창조경제는 끝났어도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문용훈 기자
  8. 2017.06.16 [정의타임스] (카드뉴스)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분노하는 대학생들, 강신혁 기자
  9. 2017.06.14 [정의타임스] 우리는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느끼고 싶다, 이재간 기자
  10. 2017.06.12 [정의타임스] '아싸' 될까 불안해요. 돋보기로 들여다 본 대학 내 인간관계, 강승민 기자
  11. 2017.06.08 [정의타임스] 청년 좌담회 "촛불혁명은 가능성을 보여준 혁명! 청년이 바라는 정치... 약자와 소수자 대변", 김태영 기자
  12. 2017.06.07 [정의타임스] '도심 속 난민'으로 전락하는 청년들, 정혜연 기자
  13. 2017.06.01 [정의타임스] ‘자소설’쓰는 고3들?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의 어두운 이면. 김민규 기자
  14. 2017.05.29 [정의타임스] 창살에 갇힌 땅에 별(파이 다오 딘), 광주인권상을 수상하다, 이서연 기자
  15. 2017.05.29 [정의타임스] 청년+무중력지대 조합 칭찬해~, 김태영 기자
  16. 2017.05.25 [정의타임스] 선택하지 않을, '억압된' 자유 비혼, 임은재 기자
  17. 2017.05.24 [정의타임스] '남 페미'와의 연애 -페미니즘과 이성애-, 서진석 기자
  18. 2017.05.22 [정의타임스] 취업 보장 계약학과? 취업'만' 보장되는 곳이었다, 한원석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19. 2017.05.22 [정의타임스] 실험 하러 왔더니 행정 잡무를 시키네?, 한원석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20. 2017.05.22 [정의타임스] 당시의 삶, 당신의 삶-나, 활동가, 노동자, 두번째 이야기-, 서진석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21. 2017.05.22 [정의타임스] 당시의 삶, 당신의 삶-나, 활동가, 노동자, 두번째 이야기-, 서진석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22. 2017.05.22 [정의타임스] (카드뉴스) 우리의 놀이문화,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강신혁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23. 2017.05.22 [정의타임스] 활동가 정체성,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 - 나 , 활동가, 노동자, 첫번째 이야기-, 서진석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24. 2017.04.10 [정의타임스] 대학교의 통일교육, 앞으로의 발전방향은?, 황세영 기자
  25. 2017.04.06 [정의타임스-프레시안 공동] 정치권에서 소외된 청년, 방법은? [미래정치센터] 청년정치와 만 18세 선거권, 강승민 기자
  26. 2017.04.05 [정의타임스] 청년이 이끄는 통일-청년, 통일하라, 이재간 기자
  27. 2017.03.29 [정의타임스-레디앙 공동] 동물 복지, 모두 행복한 사회의 출발, 김근호 기자
  28. 2017.03.29 [정의타임스] (수필) 나쁜 채식주의자의 외침, 오성용 기자
  29. 2017.03.27 [정의타임스]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정치를 말할 수 있을까, 임은재 기자
  30. 2017.03.23 [정의타임스] 보건복지부? '노동착취'부!, 정민수 기자

“혼자서도 괜찮아” 언니들의 다독임
비혼 페미니스트 라디오 방송 <야성의 꽃다방> 인터뷰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생 혼자 살겠다는 비혼(‘혼인은 원래 해야 하는 것이나 아직 하지 않은 것’의 의미인 미혼이 아닌, ‘혼인 상태가 아니다’라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로 만들어진 어휘) 선언을 하는 비혼식(非婚式) 올리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혼자 살아가기>, <선택하지 않을 자유> 등 비혼 관련 서적도 인기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의 저자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는 “비혼도 가족의 한 형태”라며 “결혼하지 않는 사회는 낭만과 관계와 사랑이 사라진 사회가 아니라 그저 결혼이 사라져가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비혼의 이유는 “결혼하면 남녀 모두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자면 사회구조상 비혼의 증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JTBC 비정상회담 중 한혜연이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며 소신껏 살기를 권하는 장면.

사진출처: http://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1706270723003&sec_id=540201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직간접적으로 결혼을 강요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친척들에게 덕담이라고 “올해는 결혼해야지?”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능력이 없거나 눈이 너무 높은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국가는 남성과 여성이 법적으로 관계를 맺는 전통적인 ‘혼인’이라는 선택지 외에 여타 동거, 동성결혼 등에는 눈을 감는다. 관습과 법이 문화를 따라가지 못 하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하는 고민을 한번쯤 가져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비혼주의 가치관 때문에 가족들과 힘든 불화를 겪고 있다면, 이 방송을 한번 들어보자. 매주 금요일 “안녕하세요 언니들”하며 따스하게 맞아주는, 비혼 페미니스트 라디오 방송 <야성의 꽃다방>이다. 올해로 11년이 된 이 방송은 다양한 활동가들이 모여 콘텐츠를 구성하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솔직해서 불편한 가족 이야기부터 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연대까지. ‘결혼을 거부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의 관습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그들은 어떻게 페미니스트로서 비혼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이런 방송을 꾸리는 그들의 삶은 어떠할까. 금요일 저녁 작은 카페에서 그들을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배헤: 야성의 꽃다방에서 2년 째 활동하고 있는 배해라고 합니다.
이난: 야성의 꽃다방에서 약 4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이난이라고 합니다.

<야성의 꽃다방>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

이난: 당시 언니 네트워크(http://www.unninetwork.net/)라는 단체에서 만든 언니네 라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사이버 공간에서의 페미니즘을 기치로 한 영페미니스트들의 되게 유명한 공간이었어요. 야성의 꽃다방은 언니네 사이트 회원들을 대상으로 그곳에서 처음 방송이 시작됐었죠. 뜻은 ‘정돈되고 아름다운 소리가 아닌 야성野聲, 들에서 들려오는 이 거친 들판을 달리면서 자유롭게 여자들이 내지르는 소리의 의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흔히 ’꽃‘이라고 하는 것은 남성이 여성에게 붙인 상징 같은 거잖아요. 그래서 꽃이라는 이 오염된 단어를 이 다방이라는 담소를 나누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공간에서, 우리가 우리의 언어로 다시  되찾아오겠다라는 뜻에서 꽃다방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죠.

비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배헤: 비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를 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기존의 이성애적 결혼제도에만 반대하는 터라. 사실 그렇게 따지면 전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저는 여성 파트너와 결혼계획이 있거든요. 남성과의 결혼을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도 행복해보이지 않았어요. 행복한 이성애 4인 가족은 텔레비전에만 나오잖아요. 지금 당장 부모님을 봐도 여성인 엄마가 너무나도 손해를 보고 있는 게 보여서 ‘내가 굳이 이런 결혼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결혼에는 남성에 의한 불행도 있지만 그 남성에 의해 확장되는 가족, 시댁으로 인한 불행도 엄청 큰 비중을 차지하잖아요. 저희 엄마도 그런 불행을 겪으면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결혼해야한다! 라고 강요하신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이난: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엄마의 결혼생활이 행복해보이지 않고.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결혼생활이 아니라는 게 명백히 제 눈앞에 보이잖아요. 그러면 그 때부터 생각하는 거죠. ‘결혼하는 건 내가 손핸데?’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설명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배헤: 저는 이성애 관계에 편입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항상 ‘남자만 아니면 돼’라는 방식으로 주변에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대부분 사람들이 이성애라는 단어를 못 알아들어요.(웃음) “이성애가 싫다.” 라고 말을 하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뭘 싫어한다는 건지 몰라요. “남자와 성애적 관계를 맺거나 함께 하는 형태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은 “너무 비관적이다.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닌데.” 이런 식의 반응들을 많이 하시죠. 제가 아무리 “결혼은 할 건데 남자랑은 안 할 거야.”라고 말해도 커밍아웃으로 이해하지 못하시고, 그래도 제가 결혼을 한다면 언젠간 남자랑 결혼하겠지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이난: 저는 중학교 때 결혼 안 한다고 했다가 엄마한테 혼났어요. 결혼 안 할 거면 공부를 하라고(웃음) 왜냐면 공부를 해야 결혼을 안 해도 벌어먹고 앞가림 하며 살 거니까. 물론 결혼은 해야 된다-라는 생각은 엄마든 아빠든 갖고 계시긴 해요. 아빠는 손녀, 손자를 보는, 아빠로서 그 작은 행복조차 누릴 수 없는 거냐고 속상해 하셨어요. 그런데 엄마는 자기가 겪은 것이 있기 때문에 ‘여자에게 결혼제도는 손해일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나 동시에 ‘얘가 결혼이란 제도에 편입되지 않고 혼자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에 대한 걱정이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한다” 라고 말을 하시는 것 같아요.
배헤: 엄마들은 딸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게 당신 잘못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자기 혼자 부부가 아니잖아요. 특히 저희 엄마는 ‘내가 딸에게 잘 사는 것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다 엄마 탓이다’ 그런 식의 서사가 저는 너무 싫어요. 그게 다가 아닌데. 엄마는 구조 속에 한 명의 개인일 뿐인데 말이에요.
이난: 맞아요. 사실 우리 가족이 특이하게 엄마가 불행했다거나 이런 게 아니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이거든요. 누구나 다 불행을 안고 사는 가족들인 거고 그걸 봤을 때 결혼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여성에게 비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헤: 제가 모든 여성을 대표할 수 없으므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제가 생각할 때 여성에게 비혼이란 생존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는 아직까지 공부를 하고 있거나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 중 대부분은 결혼한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일반적인 가정생활을 동경해요. 얼른 취업을 해서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가 삶의 목표인 거예요. 그런 이야길 들으면 저는 ‘그럼 왜 지금 힘들게 공부를 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을까? 선 시장에 나가서 빨리 결혼할 사람을 찾아야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사실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의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건 판타지일 뿐이잖아요. 더군다나 출산과 양육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제껏 쌓아온 커리어가 무너지기 쉬운데. 취업, 공부라는 건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한 수단이잖아요. 근데 제 관점에서는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 그 노력들이 무너지고 다시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난: 저도 또한 제가 모든 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생각을 해본다면, 저는 제 앞가림을 할 만큼의 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실 전 비혼을 ‘선택’할 수 있어요.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혼을 선택의 옵션 중 하나로 놓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게 선택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혼이 제게는 필연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고 최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식, 계획인데 다른 여성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어떤 사람들한테는 결혼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제 많은 여성들에게 비혼의 장단점을 따져 봐도, 점차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들어요. 물론 개인이 자라온 환경에 따라 충분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죠.
배헤: 너무 고리타분하지만 ‘여자의 행복은 남자한테 사랑받고 사는 것’, ‘아무리 직업적으로 성공했어도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지 못했으면 그 여자는 여자라고 할 수 없고 성공한 여자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식의 생각이 아직도 만연한 것 같아요. 사실 아까 저도 ‘생존’이라고 말을 했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면 진짜 ‘생존’을 위한 교육은 단순한 ‘고등교육’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저도 ‘남성과의 결혼이 나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내가 이걸 거부해도 되는 구나’라는 걸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 후천적으로 습득했거든요. 아까 제가 말했던 전통적인 결혼 패러다임을 내면화한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결혼이 되게 합리적인 선택이고 다른 선택지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난: 결혼은 과거, 그리고 지금까지 가문으로 안전하게 편입할 수 있는 장치기도 하니까요.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기도 하지만 가문과 가문을 잇고 유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거니까.
배헤: 어떻게 보면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지 못 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결혼이라는 게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살려면 취업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 결혼은 나의 인생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거죠.

비혼주의자로 살면서 불편하신 점이 있다면

배헤: 1인 여성가구는 복지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전에 ‘그래도 만약 내가 남성과의 결혼을 선택한다면‘의 가장 합리적 이유는 절세였어요. 세금감면 혹은 신혼부부 대출이라든지 그런 식으로 어떤 경제적 이유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사람과 사람간의 시민결합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말은 곧 결혼을 하지 않는 혹은, 이성애적이 아닌 다른 형태의 결합을 하려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인정도 받지 못하고, 그러니까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전혀 없고 오히려 다른 이성애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그런 게 가장 화가 나는 것 같아요.
이난: 맞아요. 그리고 이번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출산장려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고학력 여성의 하향선택을 음모수준으로 계획하는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 여성 1인 가구에 대한 국가기관의 그런 발상이 너무 불편해요.
배헤: 저는 제 파트너와 가족처럼 같이 살다가 어떤 위기상황이 왔을 때 내가 이 사람의 보호자로서의 권리가 없고, 이 사람의 가족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그런 게 가장 무섭고 걱정이 돼요. 법적보호자가 아니면 수술동의서도 작성할 수 없고, 중환자실에 있을 때 면회권을 받을 수도 없는 등의 다양한 불이익들이 있죠. 외국에서는 지금 법제화가 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는 파트너를 입양하는 형태로 억지로 가족을 만드는 사례도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재산을 물려줄 수도 있게 되고 가족으로서의 권리가 생기는 거죠.
이난: 저는 결혼식 가야할 때.(웃음) 마냥 축하한다고 말할 수 없는......

그래서 요즘은 자신의 비혼주의를 축하한다는 의미로 친구들을 초대하고 축의금도 걷는 ‘비혼식’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배헤: 비혼식 괜찮은 것 같은데요?
이난: 무병비혼을 기리며...(웃음) 근데 이게 축의금 문제뿐만 아니라 ‘결혼’이라는 게 당연히 축하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나의 이 비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들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죠. 결혼과 비교했을 때 그 불균등함, 불공평함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친한 친구들이 결혼하면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들죠. 그렇지만 나의 가치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나를 결혼식에 초대해서 이렇게 축하를 요청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요.

비혼주의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정부에게 요구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배헤: 지금은 어떤 현상이 있을 때, 그걸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모든 제도가 이성애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는 게 가장 맹점인 것 같아요. 가령 여성의 고학력이 문제라고 한다든지. 출산가산점제라든지...... 나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을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생활동반자법 같은 것도 계속 발의되고 있잖아요. 그런 다양한 시민의 결합형태를 인정하거나 혹은 1인 가구 수치가 정말 유의미하게 늘어나고 있다면 그에 맞는, 최소한 불이익은 주지 않기 위한 법안 제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난: 1인가구의 증가, 비혼주의자의 증가를 정부가 문제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잖아요. 근데 그걸 해결하려는 방식이 그들에게 압박을 주고 이 사람들을 사회악으로 규정해서 결혼하게 하려는 쪽으로 가니까 문제죠. 그런다고 이 사람들이 결혼 하겠어요? 안 하죠. 차라리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애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게 저출산의 해결법이죠.
배헤: 맞아요. 이성애 결혼을 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아이를 낳았을 때 자기 경력에 오는 타격이라든가 혹은 아이를 낳고 나서 혼자 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들 때문이잖아요. 결혼하지 않는 것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려는 그 시간과 노력을 이성애 결혼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문제점들을 어떻게 고쳐야 출산이 늘어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 할까라는 식으로 접근을 해야죠. 아이러니하지만 기존의 이성애 결혼제도가 얼마나 불합리한 제도이고 많은 여성들이 이 관습에 고통 받고 있는지 조명해야 해요.
이난: 비혼 1인 가구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필요하죠. 그러나 그 이전에 1인 가구에 대한 폭력을 멈춰주세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배헤: 비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저희 꽃다방에 나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거든요. 나오셔서 같이 목소리를 내보면 어떨까요?

<야성의 꽃다방> 팟캐스트 다시듣기 http://www.podbbang.com/ch/9215

임은재 기자 ej0514@hanmail.net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정치에 대한 청년의 고민

 

노무현 재단에서는 매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청년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선발된 이들은 별도의 모임을 통해 ’진보의 현재‘를 만들어간다. 이들은 매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전후로 정기총회를 위해 봉하마을을 찾는다. ‘진보’라는 정체성과 진영이 ‘창조적 해체’를 거치는 시기, 노무현 장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사진 : 봉하마을 입구(노무현 장학생 모임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의 봉하마을은 승리의 기운이 넘쳐났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던 과거의 추모 분위기와는 다르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넘실댔다. 묘역 참배와 ‘대통령의 집’(사저) 탐방 후, 장학생들의 총회가 시작됐다. 소수자를 향한 무의식적인 혐오를 막기 위한 반(反) 폭력교육을 시작으로, 반나절에 걸친 회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봉하마을은 청춘의 열기로 다시 태어내고 있었다.

 

민·정·녹… 정당 용광로
“투쟁해온 이들을 기억하길”
‘정의당, 시나브로’

장학생들은 민주당, 정의당 그리고 녹색당 당원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문팬’, 진보정당, 소수자 인권, 감정노동 공무원의 처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학생 허우진(25, 남)씨는 최근 일부 문재인 지지자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에 아쉬움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민주노총 등 지난 수십 년간 투쟁해왔던 이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자주 접한다. 지난 촛불정국 때도 이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촛불이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귀족노조’라는 낙인과 프레임에서 벗어나 부채감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또한 최근 ‘한경오’ 프레임 등 진보언론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은 좋으나, 수준 낮은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비판이 없는 집단은 썩을 수밖에 없다. 이를 부정한다면 문재인을 신격화하는 교조주의에 불과하다. 정치에서 '나중'만큼 간사한 표현이 없다. 대선기간 '나중'을 위해 침묵해야 했던 이들이 있다. 나중이 왔거늘 무엇이 바뀌었나. 정권 초기니 지켜보자는 주장으로 진보언론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약 1년 간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장학생은 심상정 대표와 정의당에 대한 아쉬움과 애정을 보였다. “메갈리아 논란, 당명 개정 때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문제인데, 일부의 정당원들 사이에 갈등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또 지도부 대응이 기민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지도부가 신중하게 고민하고 판단했겠으나 양 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의견이 갈리는 현안에 대해 당 차원의 공론장이 형성되었으면 한다. 정의당이 진보의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대화와 설득이 이어질 때, 시나브로 존재감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 묘역 추모를 기다리는 시민들(서진석 기자)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

모임의 첫 회장으로서 장학생 모임을 꾸려온 송화(26, 여) 씨는 녹색당 당원이기도 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 장례식장에서 청소년 흡연 이슈가 있었다. 논쟁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청소년 인권에 대해 참여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우리나라에선 어려운데, 그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아직 부족하지만, 세상의 가치가 진보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녹색당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한편, 장학생 모임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장학생 모임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입장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모임 내에서 실현하고 있다. ‘여혐’하는 사람이 있어도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미 진보를 실현해낸 곳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더 나은 방향을 ‘기대할 수 있는 모임’이 우리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이니’..?

화 씨는 또한 무비판적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보며 설득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우리 이니’라는 표현은 감성적으로 와 닿고 공감이 간다. 동시에 이성적으로는 신격화까지는 아니어도 경계는 해야 된다고 본다. 아마도 지금의 구조가 이제 막 좀 더 나아가려는 단계인데, ‘우리 이니’로 감싸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이다.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잃어본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배제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 천천히 가도라도, 같이 가야한다.”

 

     사진 : ‘대통령의 집’을 관람중인 시민들(서진석 기자)

지역탕평 실현하는 장학생 모임

올해 모임의 대표로서 활동할 남궁승환(24, 남) 씨는 비 서울 지역 출신 최초로 대표로 당선됐다. 전라도에 거주중인 그는 ‘지역 탕평’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수도권모임이 가장 활발한데 어떻게 해야 지방모임을 수도권처럼 활발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현재 서울에서 장학생 모임 진행 시 회비로 편도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인권은 발견이 아닌 ‘회수’

승환 씨는 페미니즘, 동물권, 청소년 인권 등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는 인권 이슈에도 관심을 보였다. “인권은 발견이 아닌 회수다. 성평등, 동물권, 청소년 인권 등은 사람들의 의식의 발전으로 선심 쓰듯 인정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을 다시 찾는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등 모든 인간은 모두 존엄성을 갖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로 많은 국민들이 매력을 느꼈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단 한 번이라도 존엄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페미니즘, 동물권 같은 단어들은 의식의 진보가 아니라 원래 있던 것임을 일깨워주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양적 확대뿐만 아닌 질적 확대 필요

끝으로 그는 공무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질적인 정책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회복지사들이 겪는 애로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아동복지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사들이 탈선하는 재원아동들을 훈육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아동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어서 사회복지사들이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위서를 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아동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한 사안이다. 하지만 아동과 사회복지사 인권이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나. 부모가 없는 아동들의 보호자는 사회복지사인데도, '야'라는 한 마디에 정서학대 명목으로 교육을 받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직업의식과 소신을 갖고 지도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처우 문제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셨으면 좋겠다.”
※ 장학생 모임은 노무현 재단과 독립된 모임으로서, 인터뷰에 참여한 장학생들의 의견은 해당 모임과 노무현 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진석 기자(ther139@gmail.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대선 후보들의 청년 공약 현실 검증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 급여가 핵심

- 청년 취업 준비생 A씨와 대선 청년 공약 -

 

후보(기호순서)

주요 청년 일자리 공약

문재인

공공부분 일자리 81만개 창출,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청년고용의무 할당제 확대,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홍준표

청년 일자리(기업) 뉴딜정책, 최저임금 1만원 단계별 인상, 서민청년구난위원회

안철수

청년고용보장제 (대기업, 중소기업), 청와대 청년수석실 신설

유승민

청년 창업 지원, 청년 실업 부조

심상정

표준이력서 의무화, 청년 고용 할당제, 청년 사회상속제, 청년 실업 부조


건축학 계열 전공으로 졸업 한 A씨.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A 씨는 상반기 취업을 위해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쓴다. 공기업 평균 서류 상 필요한 스펙은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 및 대외활동 여부이다. A씨에게 학점은 바꿀 수 없는 과거라면, 영어 점수와 자격증은 미래에 언제나 갱신 할 수 있는 스펙이다.

A 씨는 대학교 3학년부터 최소한 두세 달에 한 번은 토익을 치렀고,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작년 초 연달아 네 번의 토익을 치웠다. 청년유니언이 조사한 대학생 평균 토익 시험을 치르는 횟수는 9 번 이었다.

A 씨는 기사 자격증을 위해 온라인 강의, 문제집,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을 이용했다. 기사 하나를 따기 위해선 3개월 이상의 시간과 적지 않은 사교육비가 들어갔다. 올해 3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수강 등 취업 준비’는 69만 1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9천 명(2.8%)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A 씨에게 어떤 후보의 공약이 가장 도움이 될까?

 

서울시 청년수당 홍보 포스터  © 서울시

 

홍준표 후보만 제공하지 않는 청년 실업 급여

지난 4월 14일 대선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서민청년구난위원회는) 민주당의 복지와는 다르다. (청년 급여는) 일률적이고 보편적 복지는 공산주의 배급제도라고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든 서민 층 부터 챙길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후보는 선별 없이 청년이라는 나이만으로 일정의 금액을 급여하는 공약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청년 실업 급여”를 다른 후보에 비해 더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취업을 하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들은 현재 실업자지만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를 공약으로 세웠다. 

 

문재인 후보의 블라인드 채용

문재인 후보는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부문에 의무화한 뒤 점차 민간부문으로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이력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 스펙과 같은 차별 요인을 넣지 않는 것이다. 현재 몇몇 기업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H 기업의 경우는 스펙이 아닌 1박2일 합숙 토론을, K 공기업은 5차에 이르는 심층 면접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 학교와 스펙을 넘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채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면접, 토론을 중심으로 이뤄지기에 취업 준비생들은 토론 준비, 스피치, 이미지 메이킹과 같은 사교육 및 컨설팅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민간기업 일자리 창출 VS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VS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민간 기업을 위주의 일자리 창출을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으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14일 토론에서 민간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 위주의 기존 실패한 정책임을 공공부분 일자리 창출의 경우에는 막대한 국가적 예산이 드는 점을 각 후보들이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으로 고용을 늘릴 것을 공약으로 세웠다. 유승민 후보의 칼퇴근법은 청년이여는미래가 20-3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어내었다. 


 
청년이 청년 정책을 지켜본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후보의 경우는 비슷한 공약이 많다. 각자의 공약을 타 후보와 차별화하여 튀어 보이게 할지, 현재의 공약을 보다 쉽고 정확한 설명으로 청년들을 설득할지 후보들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앞서 만난 A 씨는 후보들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급여 정책이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미 지옥의 취업 전선에 들어온 이상 블라인드 채용 와 표준 이력서가 스펙 전쟁을 당장 없앨 수는 없지만 앞으로 차별 없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A 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뿐인 공약이 아닌 실천하는 공약이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현경 기자 candykhk2@gmail.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대자보, 거슬리나요?

민주화와 공론의 장, ‘대자보’

연세대학교 학생 사회는 6월 민주항쟁 등 굵직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며 성장했다.

특히 ‘대자보’ 문화는 연세대 학생 사회의 저변을 넓혀왔다고 평가받는다. 본교인 신촌 캠퍼스 뿐 아니라, 사실상의 분교라고 불리는 연세대 국제 캠퍼스에도 많은 수의 대자보가 게시되어 있다.

 

▲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언더우드기념도서관 Y플라자에 위치한 벽면에 많은 수의 대자보가 개제되어 있다. ⓒ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강승민 기자

‘대자보(大字報)’는 중국 인민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때 내붙은 큰 종이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생들이 군사 정권의 압제를 피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대자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분을 밝히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대자보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한다.

특히 연세대는 페미니즘이나 LGBTQ 논의에 가장 열려있는 학교 중에 하나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대자보를 통해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고발하는 등, 학생 사회에서 유일무이한 공론의 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대자보, 이건 아니야”
대자보 문화에도 변화 필요

그러나 대자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익명의 인터뷰이는 “공개적인 의사 개진이 분명 필요하긴 하지만, 투표를 통해서도 충분히 정치적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자보가 게시되는 장소가 공공장소임을 지적하며, 성숙한 민주시민이라면 미관을 고려해 일정 기간 후 자진 철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함을 역설했다.

실제로 대자보가 교내 환경과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진(18·가명)군은 모두가 자신만을 생각해 대자보를 남발하면 교내 환경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게시 과정에서 민주적인 원칙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대자보(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언더우드기념도서관). ⓒ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강승민 기자

대자보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져야 함을 이야기한 학생들도 많았다. 김수현(19·가명)군의 경우, “자신의 깊은 철학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싶은데, 자기 처지를 고발하는 류의 대자보만이 눈에 띄어서 불만”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인터뷰이인 김인성(19·가명)군은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식보다는, 대자보가 학생들 사이의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대자보 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대자보의 ‘오늘’과 ‘내일’
학생 사회가 대자보에 대해 터놓고 얘기해야

대자보에 대한 상반된 시각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은 차치하고서라도,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해 온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연세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신영우(20·가명)군은 “대자보는 자신의 생각을 만인에게 드러내 보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며, 이를 통해 지나가는 행인 하나하나가 자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대자보로 상징되는 용기와 양심이 한 시대를 지탱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대자보에 대한 개별적인 불만과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도,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했다는 점이 ‘소통’이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심상정 후보 중앙유세단 참여기

[청년기자] 지금도 종종 유세송을 흥얼거려
    2017년 06월 19일 04:12 오후
 

유세 마지막 날 심상정 후보와 함께! 심상정의!  © 김현경 기자


레디앙은 정의당 미래정치센터와 협의하여 청년기자들이 취재하여 작성한 기사들을 연재하고 있다.<편집자>
——————–

기자 본인은 제19대 대선 후보 심상정의 중앙 유세단 활동을 하였다. 유세단 활동 일정은 4월 17일 부터 5월 8일까지 21일간 진행되었고 나는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3일을 제외한 총 19일간 유세에 참여하였다. 대선이 뜨거웠던 만큼 유세도 못지않게 뜨거웠다. 이 기사에 유세단에 들어가게 된 시작부터 유세 마지막 날까지, 서울에서부터 부산, 목포까지 전국을 다녔던 중앙 유세단의 거친 이야기를 간략하게 기록했다.

 

심쿵 유세단의 모집

3월 말부터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눈에 띄는 공고가 올라왔다. ‘심상정과 전국을 유랑하는 심쿵유세단 모집’이었다. 당시 나는 대선 후보들 중에 심상정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대선 공약이나, 대통령의 자질과 같은 것들을 신문이나 방송에서만이 아니라 유세 현장에서 직접 보면 어떨까 싶었다. 심후보 뿐만 아니라 진보정치의 진정성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유세단은 재능기부나 자원봉사의 개념이 아닌 선거사무원 자격으로 수당을 받았다. 나는 대부분의 일정을 할 수 있었다. 정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중앙유세단 지원서를 다운 받아 항목을 작성했다. 항목의 참고사항 중에 ‘악기 연주자, 문화예술인 우대’라는 말이 있었는데, 나는 예술인에 전혀 해당되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예술인만큼 흥과 열정을 다해 춤을 추겠습니다’라고 당당히 적어 지원서를 이메일로 제출했다. 사흘 후 유세단 최종 합격을 문자로 받았다.

 

춤 연습과 유세 시작

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주 망원역에 있는 댄스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당직자와 열여덟 명의 유세단원들을 만났다. 유세단원들은 스물한 살부터 서른한 살까지의 젊은 심상정 지지자들이었다.

유세노래는 총 세곡이었다. 노란 우산을 가지고 춤을 추는 ‘붉은노을’, 치어리딩 느낌의 ‘질풍가도’ 그리고 세월호 추모곡인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였다.(후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유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유세에서는 빠졌다) 나는 평소 춤과 거리가 있던 만큼 몸부림에 가까웠다. 선생님의 손과 발이 100% 뻗어나간다면 나는 30% 정도로만 나가다가 노래가 지나가고 거듭해 몸부림을 했다. 대다수의 유세단원들도 헤매고 있었지만 선생님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다시 가르쳐주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 시간이 넘게 춤을 췄다. 돌아가는 길 오랜만에 느끼는 근육통과 생각나는 몸부림이 몹시 생경해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이틀 뒤 네 시간을 춤 연습을 했다. 이번에는 70%는 따라할 수 있었다.

 

김현경 기자 유세단 활동모습(앞 세분 중 제일 왼쪽) ⓒ 정의당 조직팀

4월 17일 구로에서 대망의 유세를 시작했다. 구로에서 미싱사로 들어와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심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뿌리가 어디인지, 또 어떤 사람들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될 것인지 당당히 드러내었다. 당일에는 비가 왔다. 유세 첫 시작에서 유세단 모두가 춤을 출 수는 없었지만 피켓을 들고 지켜보았다. 앞으로 후보도, 우리 유세단도 격렬하고도 뜨거울 시간을 예감해주는 시작이었다.

울산 호계시장 유세에서 심후보 연설 앞에 모인 기자들 ⓒ 김현경 기자

 

물오르는 유세와 후보의 지지율

심 후보의 슬로건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였다. 한 글자씩 쓰인 피켓과 청년사회상속제, 슈퍼우먼 방지법 등 공약들이 적인 피켓을 들고 “안녕하세요. 노동이 당당한 나라 심상정입니다”를 외치며 유세를 했다. 우리는 보통 출근시간, 점심시간, 저녁시간으로 하루 세 번이나 네 번 유세를 하였다. 유세 방법은 보통 다음과 같았다. 유세단원들은 피켓을 들고 서있고 우리를 담당하는 위원장님과 발언자가 심 후보 지지발언을 하였다. 유세의 시작과 발언의 중간에 유세단원은 주변의 이목을 끌기 위해 춤을 추었다. 심 후보가 직접 오는 유세에는 우리는 시작 전 주변을 돌아다니며 심 후보가 와서 유세를 할 것을 알렸고 유세 시작 전에 또 춤을 추었다. (여러 번을 추니 놀랍게도 몸부림에서 춤으로 진화했다)

후보가 있는 유세와 없는 유세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있었다.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면 보러오는 사람들도 더 많았지만, 기자들도 수십 명 혹은 백 명이 넘게 왔다. 셔터를 누르는 수많은 기자들을 앞에서 보는 것은 생경한 광경이었다.

후보의 연설은 공약에 대해서 친절하고도 밀도 높은 설명이었고, 현 정국에 본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매끄럽게 어필하였다. 특히 스물 살이 되는 청년에게 국가에서 자립금을 상속해 주는 국가상속제에 관한 설명에 가장 크게 시민들의 반응이 있었다. 또 비정규직은 결국 인권의 문제라는 것,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 캍퇴근법,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짐없이 나왔다.

유세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후보들의 방송 토론이 시작되었다. 심 후보는 적은 선거자금으로 인해 선거사무원과 유세차량이 부족했다. 그러기에 TV토론이 더욱 중요했다. 토론이 있는 날에는 아침 출근 유세나 점심시간 유세에만 함께했다. 심 후보가 없으면 아무래도 있을 때보다 분위기가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힘나게 했던 것이 있었다. 우리가 가는 지역마다 해당 지역위원회의 당원 분들이었다. 당원 분들은 언제나 유세단을 반겨주셨고, 유세 끝에는 그 지역의 간식들을 주셨다. 간식도 좋았지만, 전국의 어디에도 심후보의 가치를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우리는 당원 분들께 감사와 반가움의 마음을 담아 춤을 추었다.

심 후보는 방송토론에서 제대로 후보의 역할을 해냈다. 특히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기 위해 일분 찬스를 쓰는 모습에서 유세단은 모두 감탄했다. 후보의 지지율은 8%까지 올랐고 우리의 기쁨과 기세도 올랐다.

유세 마지막날 심후보 지지를 위해 온 진중권 교수, 손아람 작가 ⓒ 김형경 기자

 

유세의 마지막으로

막바지에 다다르자 환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단체 생활이다 보니 한 명이 걸린 감기가 삽시간에 유세단원들에게 퍼졌다. 버스 안에는 코 푸는 소리와 기침소리가 울렸다. 또 무릎과 발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유세단원도 나오기 시작했다. 몸살은 나에게도 찾아왔지만, 음악이 나오면 자동으로 얼굴이 밝아지고 춤이 춰졌다. 열이 올라 더 뜨거운 유세였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유세의 마지막 날, 심 후보와 우리는 신촌에서 12시간 유세를 하였다.  청년들, 성소수자, 여성들과의 대화를 가지는 시간을 갖고, 진중권 교수와 손아람 작가가 왔다. 10시, 마지막 심후보의 연설에서 후보의 목소리는 쉬고 갈라져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고, 우리는 후보, 당원들, 시민들과 마지막 유세의 춤을 추었다.

 

대선이 끝이 나고

최종으로 심상정 후보는 6.2%를 얻었다. 나와 지지하는 내 주변인들의 기대에 아쉬운 결과였다. 10%는 넘어야 선거자금을 절반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후원금을 보냈고 나 또한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심 후보와 정의당이 내건 가치들이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작이 심 후보와 진보정치의 진정성을 알고 싶어서였다면, 나는 그 진정성을 알게 되었을까? 나는 구로에서의 시작, 그리고 유세를 다닌 울산, 창원, 경기도 각 지역의 공장 앞을 생각하고 심 후보의 연설과 당원들, 토론을 보고 유세장까지 찾아와 후보를 응원하는 성소수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했을 때 진정성이란 차고도 남는 것이었다.

지금도 종종 유세송을 흥얼거리고, 어깨와 발이 들썩인다. 그리고 그때 외쳤던 가치들도 마음에서 춤을 추고 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창조경제는 끝났어도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 청년 창업가 허승을 만나다 -

 

17년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11%를 돌파했다. 최악의 구직난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미명 하에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유했었다. 그러나 탄핵으로 인해 창조경제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창업 5년 안에 70%가 넘는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불확실한 창업보다는 여전히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나아가 더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 등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영업자 생존률(%)

자료: 중소기업연구원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오히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창조경제는 끝이 났어도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20대 청년 창업가가 있다. 기자는 신촌의 한 카페에서 허승 씨를 만났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허승이라고 합니다.

- 어떤 창업을 준비하고 계시고, 왜 그 분야를 선택하셨나요?
여행 짐 보관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여행객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도 매년 증가하면서, 관광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에 반해 국내에는 아직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서비스들 중에서도 여행객들에게 항상 불편함을 주는 짐 보관에 대한 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제 꿈을 이루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런 목표를 이루려면 창업을 하는 게 빠른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업을 해도 그런 목표를 이룰 순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하지 않는 저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었거든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제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진행하는 창업이 가장 빠른 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한 사람에게라도 귀감이 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인간이 되어서, 그 사람이 ‘아, 나도 창업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나아가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방금 말한 ‘선한 영향’에 대한 좀 구체적인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 앞으로의 대략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사업에 대해서 말하자면 지금은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잠재 고객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서 아이템을 검증하는 기간이에요. 이후에 검증이 되었다 싶으면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실제로 시장에 내놓는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검증 기간은 7월까지로 잡아 놓았고요, 검증이 끝나고 올해가 가기 전에 웹사이트를 통해 정규 서비스를 시장에 런칭할 생각입니다. 웹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한 뒤에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줄곧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취업은 그래도 어느 정도 정해진 방식이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창업은 그런 게 없거든요. 하나하나의 사례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완전히 떨쳐버린 것은 아니고요.

-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 수혜를 누렸거나 영향을 받은 게 있나요? 이것이 지속되어야 할까요?
창조경제는 의도는 좋았지만, 내실은 크게 없는 패러다임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저는 학업과 창업 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에 딱히 수혜를 누린 건 없어요. 사실 이제 와서 보면, 창조경제 자체도 사리사욕을 위해 펼쳐진 정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그다지 좋게 생각되진 않네요. 아마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일각에선 기껏 확충된 스타트업 인프라가 다시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창조경제를 만든 의도를 무조건 나쁘게 보기 보다는, 좋은 의도도 분명 있었으리라 보고 싶고요,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완전히 폐기하진 말고, 앞으로도 잘 수정·보완돼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대다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나 구직에 매달리면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를 타계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너무 획일적으로 가는 것 같아 같은 청년으로서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주변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다, 격변기다”라고 외치며 속도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미래인 청년들은 한 가지 길만 가려고 하는 게 많이 안타깝네요. 아마 그 길이 가장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생각해서겠죠.
우리나라도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저는 청년들이 다양한 길을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진정한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런 길로 가야지, 저런 길로 가야지 하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고, 그에 걸맞게 많은 정책들이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많은 청년들이 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무엇보다도 비정상적인 근무환경, 비정상적인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등을 해소되는 정책들이 선행되어야, 청년들이 노량진으로 달려가는 걸 멈추고 자신만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봐요.  

- 정부나 정치권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실패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나라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해 관용적이지는 않잖아요? 규제 같은 것은 완화가 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정치인같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면,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kwonsw3388/220808353558

 

- 창업을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지금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조금 더 치열하게, 그렇지만 짧게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왜 창업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고, 그 다음에 지금이 내가 창업을 해야 할 시기인지를 고민하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마음을 먹었다면 그땐 잡다한 고민은 치워버리고, 부딪혀보는 거죠. 만약 지금이 창업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되더라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자신을 더 갈고 닦아 나간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용훈기자 lion920716@nate.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우리는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느끼고 싶다

 

우리는 공동체에서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배웠다. 힘이 강하든 약하든 같은 크기의 목소리를 내어야 하며, 모든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며 공동체 생활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배우는 자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러한 모습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학급회의는 학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지고, ‘어른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사회의 통념이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진리의 상아탑,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 대학에서도 청년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2007년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에 따라 국제캠퍼스 조성계획을 수립하였고, 2009년 경기도 시흥을 부지로 선정하였다. 관련 기관과의 양해각서 체결 등을 거쳐 지난 2016년 8월 22일, 시흥시와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 사업자(배곧SPC)와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총학생회 측은 즉각 반발하였다. 실시협약 체결 전 열려야 하는 대화협의체가 없었고, 언론에 보도되기 3분 전에서야 통보받았다는 것이다(『대학신문』 2016년 8월 29일 자). 보도자료를 낸 대학 측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25회에 걸친 총학생회와의 간담회와 대학협의회, 대토론회를 통하여 의견수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곧 갈등으로 이어졌다. 총학생회 측은 ‘시흥캠퍼스 대응을 위한 전체학생총회’에서 본부점거를 의결하고, 본부점거본부는 대학본부를 점령하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 사찰 의혹과, 대학 측이 ‘어떠한 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고 밝혔던 RC(기숙형 대학)에 대한 문서 발견은 갈등을 증폭시켰다. 성낙인 총장까지 나서 학생의 의사결정 참여비중을 높이는 대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본부점거본부가 이를 거부하였다. 결국 지난 3월 11일 학교 측과 점거 중인 학생의 물리적 충돌로 점거가 강제 종료되었다.

학교 측과 총학생회 측은 서로의 주장을 비판하는 한편 ‘소통이 부족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본부점거본부 이시헌 정책팀장은 ‘시흥캠퍼스에서 산학협력 확대 시 기업에 의존하여 캠퍼스를 운영할 것이고, 이는 연구 비리 및 학생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다’라며 서울대가 폭력으로 밀어붙이며 돈벌이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준호 학생처장은 ‘서울대학교는 장사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기업 특혜 및 실버타운에 대해 부정하였다. 또한 협약 과정에 있어 소통이 부족했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하며 대타협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있었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본부점거본부와 직원 간 무력 갈등. 일부 학생이 소화기를 사용하고, 직원은 경찰과 소화전을 동원했다. (출처 :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페이스북)

경인교육대학교에서도 학교 측의 파격적 정책 결정과 불통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교육대학교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교실에 방문하여 ‘참관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 실습지도교사 승진 가산점 폐지와 인천광역시 교육청 1교사 1교생 배정 지침 등으로 학교 수용 가능 인원이 대폭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인교육대학교는 결국 부설초에 교생 288명, 석수초등학교에 91명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이를 실습학교 신청 5일 전에 학생들에게 통보하였다. 부설초등학교 한 학급에 무려 12명의 교생이 수업을 참관하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근본적인 해결책 및 서면 약속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학교는 계속해서 답변을 미루었다. 실습 2주 전인 4월 4일에서야 교무처의 답변이 있었고, 이전부터 진행된 3회의 면담을 통하여 피해 대책을 논의하였다. 학교 측은 교육부의 비정기 감사로 인해 행정 업무가 늦어진 점을 사과하였지만, 올해의 참관수업 계획은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 측은 교육청의 지침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학교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았다. 경인교육대학교의 참관·실습 학교 선정은 2015년부터 매해 논란이 되어오고 있다.

 

경인교육대학교 참관실습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출처 : 경인교육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이후 또 하나의 논란이 불거졌다. 참관실습 여학생은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부설초등학교의 규정 때문이었다. 교무처장과의 면담 당시 부설초와의 협의를 요청하였던 부분이었지만 부설초등학교는 학교의 교직 문화를 이유로 거부하였다. 총학생회 측은 피켓 시위와 공식 성명 발표, 서명운동으로 대응하였지만 부설초 측에 요청한 답변을 아직 받지 못하였다. 4월 24일 현재 부설초등학교에서의 실습은 진행중이다.

 

 
경인교육대학교 여학우 권리 침해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출처 : 경인교육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일련의 사건 모두 학교와 학생 간 충분한 논의가 부족하여 발생한 갈등이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 측과, 교수와 행정부서 중심의 학교 측 간의 대화가 부족하였다. 특히 서울대학교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이화여대의 경우는 소통의 부재 인한 사건이 발생한지 반년이 넘었지만, 갈등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학생총회와 학생 단식 등으로 총장 퇴진 및 시흥캠퍼스 협약 철회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5월 1일 서울대인 총궐기 진행을 앞두며 총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배움을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할 학생과 학교 간의 갈등은 왜 심화될까?

1987년 민주화 이후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민주화를 위해 단결 투쟁하던 총학생회에게 목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빠르게 개인화되고 각자의 학업을 더 중요히 여겼다. 또한 학생의 다양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총학생회가 모든 의견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워졌다. 이에 총학생회장 투표율은 점점 낮아지고, 당선된 총학생회장은 다수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투표율이 기준을 넘지 못하여 총학생회 대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꾸려진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등이 최근까지, 혹은 현재 비대위 체제가 이끌고 있다.

이렇게 될 때, 학교 측에서는 학교에 이익이 되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막힘이 적어진다. 총학생회장의 의견을 개인의 의견에 가깝게, 혹은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 과정에서 투표 반영 비율도 영향을 미친다. 학교 관계자가 학생의 수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장과 학교 관계자 한 명의 표가 같은 ‘한 표’로 세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학생들이 거부해도 학교 측 관계자가 모두 동의하면 통과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협의 과정 자체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학생의 목소리 또한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학교 행정권자의 힘이 강력한 나머지 학생을 가볍게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이화여대 사태 때 한 교수의 ‘학교의 주인’ 발언이 큰 논란이 되었다. 해당 영상에서, 학생이 “학교의 주인은 총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인이라고요.”라고 말하자 교수는 “학생이 주인이라고? 4년 있다가 졸업하는데?(웃음)”라고 대답했다. 이후 이화여대에 붙은 대자보에 따르면 교무처장 역시 ‘학교의 역사’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기득권이 가진 권위주의적 사고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민주화 이후 대학 총학생회를 비롯한 대학생은 그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배움의 공간에서, 더 나은 학생들의 삶을 위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목소리가 제 크기를 가질 수 있도록, 폭력 없는 회의 과정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 나이에부터 소통 교육이 시작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복 입은 시민’ 프로젝트가 한 예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5년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학생들의 자기결정능력을 기르고, 어른들과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교육청은 이를 위한 중점추진과제로 ‘학생회․동아리 활동 활성화’, ‘민주적 토론․합의 문화 장착’, ‘교원의 학생자치 지도 전문성 신장’, ‘학교․지역사회 학생참여 확대’를 정하였다. 모든 학교에 학생회실을 설치하고 ‘우리학교 대토론회’를 만드는 등 학교 내 소통 구조에 대한 많은 노력을 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선유고등학교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학생회가 학급회의를 통해 모인 학생들의 의견을 대의원회의에서 논의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학교장에게 전달하였다. 안전시설 확충, 물품 요청과 같은 의견부터 스포츠 활동 등의 교육과정까지 학생과 교사 간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결정되었다. 또한 2014년부터는 ‘학생자치법정’이 구성되어, 벌점을 누적한 학생에 대한 동료 학생들의 숙고와 충분한 논의, 인도적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학생회는 2014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생자치활동 우수학교상’을 수상하였다.

 

선유고등학교에서 진행한 반짝 건의함.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모으기 위해 여러 방법을 구상중이다. (출처 : 선유고등학교 학생회 페이스북)

학생회에 대한 학생의 관심 증대 또한 필요하다. 학생회는 학생과의 활발한 의견 교환을 위하여 노력하고, 학생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많은 것을 건의하여야 한다.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수록 학생회가 학교의 의사결정권자와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또한 학생회는 학교와의 소통 의지를 굽히지 않고,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시 타 학생회와의 연대를 비롯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경인교육대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월별 카드뉴스를 통하여 총학생회의 활동을 전하고 있고, 카카오톡 옐로우아이디를 비롯한 SNS를 통하여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전국교육대학생연합에서도 활동하며 공동행동 등에 함께하였다. 특히 부설초등학교 실습 학생 복장 규정 철폐를 위한 설문에서는 재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1,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하기도 하였다.

청년이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먼저 변화가 일어야 한다. 국립대학의 총장 선출 과정이 간선제로 바뀌고 친정부 인사의 총장 당선 의혹까지 퍼지는 상황 속에서 학생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조리를 간과하지 않는 것, 소통을 통해 바른 길을 찾아나서는 것. 당연한 것이자 청년들의 책무이다.

이재간 기자 (0603jk@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아싸’ 될까 불안해요
돋보기로 들여다 본 대학 내 인간관계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 안 되는 법’, ‘대학생활 인간관계 팁’

올해 초에는 이러한 제목의 글들이 SNS 타임라인을 뒤덮었다. 학생들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희화화하는 신조어들도 범람한다. ‘무리와 섞이지 못하고 밖으로만 겉도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인 ‘아싸’의 경우 엄밀히 말해 신조어는 아니다. 이에 대응하는 말인 ‘인싸(학교생활을 폭넓게 하면서 교우 관계가 원만한 이들을 일컫는 말)’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겼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싸’는 2017년 초부터 검색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구글 트렌드’로 확인한 ‘인싸’에 대한 2004년부터 현재(2017.03.28.)까지의 검색량 그래프. ⓒ 강승민 기자

 

‘아싸’와 ‘인싸’, 상반된 대학 내 인간관계 양상 보여줘
‘우정’의 자리 꿰찬 ‘인맥 쌓기’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도 ‘아싸’나 ‘인싸’에 대한 글이 하루에 대여섯 건 이상씩 올라오는 등 대학생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폭발적이다.

뿐만 아니라 취업과 입시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펙 쌓기’가 인간관계의 영역에까지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학생회, 동아리, 소모임과 리더십 캠프 등을 통한 ‘인맥 쌓기’가 그것이다. 이에 따른 피상적인 관계 형성과 교류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실정이다.

 

학생사회 일 많이 하면 ‘인싸’
대학 내 인간관계 긍정적 측면 많아

실제 대학생활 속에서 대인관계로 인한 고충은 어떠한 양상으로 발생하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 군(18)은 본인은 ‘인싸’에 해당된다며, “보통 동아리나 자치기구 등 학생 사회 일에 다수 참여하는 부류는 인싸라고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30명에 가까운 인원이 속해있는 한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군은 과거 선거관리위원으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며, 일 처리의 미숙함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다수의 지적을 듣고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경험이 결과적으로 타인들과 유연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공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대학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기 힘든 것 사실
유교적 상하관계와 체면 중시 문화, 책임 없다고 단정 못해

이군 은 대학에서의 인간관계가 단순 인맥 쌓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과거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웠던 점들이 현재에 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적 압박이나 주변 분위기 때문에 심한 고충을 느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군은 “대학에서는 고등학교나 중학교 때보다 친구들과 친해지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서로 특별히 볼 일이 없으면 안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군은 그 원인으로 서로 간에 철저히 나이를 따지는 수직적 문화, 존댓말 전통, 함께 오래 있지 못하는 대학 자체의 구조적 특성을 꼽았다. 그는 상하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적 관습과 이러한 현상들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 찾지 못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감추는 분위기 싫어

올해 대학에 입학한 정군(18)은 대학에 와서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친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맥을 쌓기 위해, 친구를 만들기 위해 동아리도 나가봤지만 고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지금은 자주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 대학에서 만난 이들은 ‘사회적 가면’을 쓴 채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는, 허물없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정 군은 이러한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현실을 개탄했다.

 

작은 실수로 사람 재단하는 경향 강해 남을 의식하게 돼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 대인관계 불안에 기름 부었다

그는 “대학에서는 다들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는 것 같다. 서로 친해지려면 어느 정도 허술한 면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말실수, 행동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고 무시하는 듯 한 분위기가 인간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의 인간관계 고충은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기질이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정 군. 그는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을 아니꼽게 보는 풍토를 언급하며, “혼자 밥 먹는 것 자체는 상관없지만, 나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두렵다”고 말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사람들과 항상 함께하고, 같은 행동을 해야 안심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한 문화를 지적한 것이다.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의 변화,
급격한 변화 속에 나타난 인간에 대한 그리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최근 증가한 인간관계 문제의 원인을 사회 분위기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의 경우 지금보다 더 집단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경향이 심했다.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것”이라고 지적하며 “여기에 경제 문제 등 삶의 고단함이 겹쳐 훨씬 자기중심적이고 경쟁적인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같은 집단에 속함으로써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보전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사회가 변해도 그러한 것들에 대한 갈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소위 ‘인싸’가 되고 싶다거나 나는 ‘아싸’라서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독립적인 삶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인정을 받고 기쁨을 느끼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며 “적당한 수준에서 두 가지 가치를 만족을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
날카로운 잣대나 이기심보다 공감과 관용이 필요한 때

모두가 정치, 경제, 사회의 위기를 말하는 시기다. 인간관계는 정치, 경제, 사회를 단단하게 받치는 힘이자, 이들을 묶는 끈이다. 오직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할 때, 신뢰는 회복되고 대인관계 스트레스는 가라앉을 것이다.

청년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갈수록 쌓여가는 지금. ‘저 사람은 이러이러해서 내 곁에 둘 수 없어’, ‘아싸가 안되려면 친하게 지내야 돼’, ‘저 애는 사귀어 두면 도움이 될 거야’라는 합리성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가 필요한 때다.

 

미래정치센터 4기 강승민 기자(yrt1489@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청년 좌담회 "촛불혁명은 가능성을 보여준 혁명!

청년이 바라는 정치.... 약자와 소수자 대변"

 

지난 423, 손호철 이사장 출판기념회 김태영 기자

이날 손이사장 출판기념회에는 정의당 천호선 교육연수원장이 사회를 보고, 토론자로

 

서울대 강원택 교수, 경희대 김윤철 교수,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주간, 중앙대 장훈 교수 등이 참여하였다.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손호철 교수(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이사장)의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서강대학교 출판부 펴냄) 출판기념회 및 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에서 열린 이 행사는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 ‘촛불집회’를 정치적·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자리다.

손호철 이사장은 촛불집회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부터 시작한 ‘헬 조선’에 대한 분노가 거리로 튀어나온 것이라 평가했다. 이어 손 이사장은 “정권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다. 97년 체제인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된다면 헬 조선은 계속될 것이다.”라 말하며 박정희 향수'를 벗어나려면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가지고 싸워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어진 토론회는 천호선 정의당 교육 연수원장의 사회로 장훈 중앙대 정치학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참가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 김대중 노무현 자유정권 10년에 대한 평가, 촛불혁명 이후의 정치체제에 대한 주제로 대화가 전개되었다.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지는 와중, 청년들은 촛불집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직접 청년들을 만나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청년은 정의당 부속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하나(예비사회인,30), 이진아(성공회대학교 24), 정현철(중앙대학교,27) (가명) 기자이다. 질문은 이 날 이뤄진 토론회와 같은 질문으로 진행되었다.

사회자 : 촛불혁명을 짧게 규정해본다면 어떻게 규정할 것이고 그 이유는?

김하나 :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이루질 수 있구나’를 볼 수 있었다. 그 동안은 국가가 정하는 정책과  방향에 국민이 따라가는 느낌이었다면, 처음으로 혹은 87년 이후로 국가가 국민을 따라 결정하는 사건이었다. 개인의 의견이 여론이 되고 국가의 정치에 반영되는 경험을 했다. 내 삶의 흔치않은 민주주의 경험이었다. 이제까지 정치 행위라는 것이 선출된 국회의원들과 같은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는 것도 강력한 정치행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의 의견은 미미해보이지만, 다수의 의견이 되면 넓은 광화문 도로를 막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 하고 그것이 반영되는 강함이 일어 날 수 있었다.

이진아 :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가능성’을 보여준 혁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가능성의 빛과 그림자를 보았다. 내가 본 빛은 ‘대의제의 기능 회복과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가능성이다. 광장은 토론의 장이 되었고, 시민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관하여 발언했다. 촛불혁명의 주체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대하여 발언하고, 단결하여 목소리를 냈다. 정치적인 목소리를 자발적으로 냈다는 점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본다.
촛불혁명이 보여준 그림자는 ‘비폭력에 대한 강박’이다. 비폭력을 일관하여 유혈사태가 없었던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촛불혁명의 비폭력은, 한편으로는, 사회가 만든 프레임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지상파 3사에서 보도해온 집회의 이미지는 폭력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더욱이 비폭력을 강조한, 평화적 집회가 되었다. 촛불혁명의 비폭력적인 모습이 지금까지 미디어가 만들어온 ‘집회=폭력적’인 프레임을 의식해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현철 : 한마디로 ‘한국 민주주의의 재점화’ 라고 생각한다. 제도정치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었던 대중들이 다시 제도정치에 대한 관심에 불을 붙이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주인이 국민임을 주창한 사건이다. 꺼져가던 한국 민주주의에 촛불로 다시 불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지독한 회의를 거둬드리게 한 사건이다.

사 :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자유정권 10년에 대해 평가한다면?

김: 성장주의의 명목으로 약한 사람들을 후려치며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 하고, 국민이 스스로도 성장에 얽매 피로의 감옥에 몰아넣은 정권이었다. 가계 부채는 늘고, 기업 부채는 줄었습니다. 국민 행복도가 낮아지고 가정 내 폭력 범죄가 늘어났습니다. 언제부터 한국이 지옥(‘헬 조선’)이 되었을까? 김대중 노무현 정권 이전에도 천국은 아니었지만, 지옥이라는 이야기는 자유정권 이후 만들어졌다. 자유정권의 불평등, 불의함, 불공정이 지금을 불지옥으로 만드는데 좋은 연료가 되었을 것 같다.

​이 : 자유정권 10년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내가 너무 어린 것 같다. 자유정권 10년은 내가 10대, 그것도 초, 중반일 때 상황이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와서 겪은 보수주의 10년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를 하자면, 자유정권이라고 해서 국민에 대한 억압이 없었던 것은 아님에 주목해서 말하고 싶다. 모든 정권은 ‘공’과 ‘과’가 있다. 자유정권 역시 비판 받을 지점이 있다. 일례로 故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대추리 사건’이 있다.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 및 용역뿐 아니라 군인까지 동원했다. 민주주의가 의견의 합치로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공권력을 도입하며 강제로 이루어진 대추리 진압은 비민주적이었다.

정 : 범람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의 세계적 흐름 속에서 경제적 체제인 신자유주의와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 10년이다. 그들의 이상은 정치적 민주주의였으나,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경제적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파도였다. 이 시류와 타협에 성공한 김대중과 타협하려 하지 않았던 노무현으로 평가한다.

사 : 청년이 바라는 정치는 무엇인가?

김 : 선동하는 정치가 아닌, 설득하는 정치가 되었으면 한다. 엘리트 정치, 권력자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먼저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국민의 합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대변 가능해야한다. 성장주의를 벗어난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고, 시민이 서로, 시민과 정부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으면 한다. 유대를 위한 환경이 되기 위해선 구성원들이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논의 할 수 있는 장소도 있어야 할 것 이다.

이 :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이 재산이 많은 소수가 아니라, 촛불혁명에 뜻을 함께 한 다수였으면 한다. 권력자로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가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정 : 대내적인 문제로 헌정사에 유례없는 대통령 파면이 일어났으나, 한국의 정치체제 지형은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이상과 지향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대외적 상황에 더욱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는 각 영역에서 다시 후퇴하고 있고, 세계 경제, 정치의 흐름은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프 신드롬으로 위시되는 자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로 흐르고 있다. 대내적인 정치 민주화는 대의민주주의의 진정한 주인이자 촛불혁명의 주체였던 대중들이 끊임없이 요구의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며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제도권 정치인들과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빠르게 현 대내정치 혼란상황을 수습하여 정리하고, 대외적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여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이 청년들이 청년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겨울 함께 촛불을 들었고 혁명을 경험했다. 정치적 효능감이 극대화되었고 다음 정권에 기대치가 높아졌다. 이 청년들은 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역사적 순간을 기반으로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청년들임은 분명하다.

김태영 기자 thwjd2060@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도심 속 난민으로 전락하는 청년들

일자리를 넘어서 살 자리까지 위협받아..

 

최근 청년들은 일자리를 넘어서 살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계속해서 치솟는 월세 값에 학생들은 주거난에 시달리며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 앱 다방2016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의 평균 보증금은 1000만 원 이상이며, 월세는 50만원 남짓이다. ‘알바천국에서 발표한 ‘2016년 아르바이트생 월 평균 소득이 676893임을 감안하면 청년들에게 월세가 얼마나 큰 짐인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5/6가량이 월세로 소비되는 것이다.

 

SBS뉴스 보도(2017.02.21) '너무 비싼 방세에 '부엌 옆 화장실'... 대학생 '원룸 푸어' 사진 캡처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054379&plink=ORI&cooper=NAVER)

 

보증금과 월세가 부담이 큰 만큼 청년들은 조금이라도 더 싼 원룸을 얻기 위해 찾아다니고 점차 비정상적인 원룸들이 그 수를 늘리고 있다. 화장실과 부엌이 한 공간 안에 있는 원룸의 사진은 청년 주거난의 실체를 보여준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월세와 보증금이 적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집이 오히려 인기가 많아 더 빨리 나간다. 화장실에 가스레인지가 있거나, 공간이 없어 싱크대에 아슬아슬하게 냉장고가 올라가 있는 열악한 환경이어도, 청년들은 방 한 칸을 지키기 위해 학업보다 노동에 시간을 쏟는다.

 

공부하러 올라왔는데..” 2평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청년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공부를 하기 위해 울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그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얻은 원룸은 2평 남짓한 공간으로 밥 먹을 식탁이 따로 없어 서서 먹거나 작은 책상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허름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월세가 50만원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A씨는 평일에는 인근 커피숍에서 5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과외를 하며 돈을 번다.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다. 대학가의 방들은 거의 2평 남짓한 원룸이다. 밥을 편하게 앉아서 먹어본 적이 까마득하다. 그럼에도 내가 한 달 동안 버는 월급으로 월세를 내면 돈이 얼마 남지 않는다. 월세와 식비, 그리고 그 외의 생활비를 모두 충당하기 위해서는 부모님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에게 대학가의 월세는 너무 부담스럽고, 부모님께 아예 도움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은 공부하러 서울로 올라왔다가, 월세를 내기 위해 일만 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라고 답했다. 설렘 가득한 채 서울로 올라왔을 청년들은 월세보증금이라는 벽 앞에서, 집 떠난 외로움을 느끼기도 전에 현실의 쓴 맛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청년들의 살 자리보장을 위한 마땅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 한계에 부딪혀

이러한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현재 역세권 2030 청년주택희망하우징등을 시행하고 있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와 함께 교통이 편리한 곳에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문제를 겪는 청년들에게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본래의 바람직한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역세권 청년 주택은 편리한 교통과 발달된 상권으로 큰 인기를 끌 것이라 예상되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강남권의 경우 소득이 적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감당하기 힘든 높은 월세가 걸림돌이다. 특히 준공공임대는 초기 임대료 책정 권한이 민간 사업자에게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원하는 가격을 기대하긴 어렵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하는 희망하우징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서 진행하는 희망 하우징사업은 주거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하지만, 청년들을 위해 시행되는 정책인 희망 하우징이 정작 대학생들에게 외면 받아 그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SH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급이 완료된 희망하우징 99곳을 분석한 결과, 10곳 중 3곳이 공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유형

주택유형

개소

공급실수

공실현황

공실률

매입형

원룸

12개소

60

10

16.67%

연립주택

1개소

30

0

0%

다세대

44개소

636

174

27.36%

다가구

45개소

182

67

36.81%

소계

102개소

908

251

27.64%

건설형

희망하우징

3개소

141

57

40.43%

공공원룸텔

4개소

97

4

4.12%

소계

7개소

238

61

25.63%

합계

1,246

312

25.04%

서울시가 공급하는 대학생 임대주택 희망하우징10곳 중 3곳이 공실인 것으로 조사 되었다.

 

공실 발생의 주요 원인은 희망하우징 위치 선정이 수요자인 대학생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대중교통과 근접한 곳의 위치를 선호하는 청년들의 요구와는 달리, ‘희망하우징은 값 싼 토지나 쓰지 않는 토지 등을 매입해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청년들의 편의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희망하우징은 시행한지 8년에 접어드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퇴소이유, 만족도 조사 등의 통계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왜 학생들이 나가는지, 제도 시행 시 발생한 문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조사 자료가 없는 희망하우징이 학생들에게 외면을 받는 것은 결국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 지자체와 사회적 기업, 학교와 정부의 협업 필요

그렇다면 바람직한 청년 주거문제 해결 방향은 무엇일까? 보증금과 같은 목돈 마련의 부담 없이 소득수준에 맞는 주거 선택이 용이해진다면 바람직한 임대정책의 방향일 것이다. 우선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는 학교차원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한다. 정부차원에서 각 대학교마다 정원의 20%까지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확보하여 운영하도록 규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역세권 청년주택지구로 선정된 지역에는 복지시설 지원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려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지자체는 임대주택 플랫폼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임대 업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어 높게 측정되는 임대료를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회적 기업을 활용한 청년 주거 문제 해결 방안도 있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인 코티에이블은 작년 초부터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협력해 서울대생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셰어하우스를 임대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에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서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이런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 물질적, 제도적 혜택을 주어 이와 같은 임대 사업이 추진되고 청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와 사회적 기업, 학교와 정부가 모두 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 단순 공약을 넘어 현실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게 된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주거 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거정책에는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서민 주거지원 정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 기관이 직접 공급, 관리하는 장기 임대주택 13만 가구, 민간 소유의 공공지원 임대주택 4만 가구, 총 매년 17만 가구의 공적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주택 30만실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그 외에도 시세보다 낮은 역세권 주택 20만실, 월세 30만 원 이하의 셰어하우스형 청년 임대주택 5만실 공급 등을 계획하며 청년들의 살 자리 걱정을 덜어줄 것을 약속하였다.

현재 청년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현 정부의 주거정책 계획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어둡고 혼란스러운 시간이 지나고 새 정부가 자리를 잡았다. 많은 국민들이 힘든 시간을 함께 겪으며, 오랜 시간 동안 차가운 광장에서, 또는 다른 공간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더 크고, 그만큼 실망도 클 것이라 예견된다. 따라서 현 정부는 그들을 믿어준 청년들과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약속한 정책들을 하나씩 행해주길 바란다. 그들이 약속한 주거 정책들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확고한 정책으로서 자리를 잡아야할 것이다. 2평짜리 방에서, 혹은 그 방도 구하지 못해 고시원에서 쭈그려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는 청년들에게 적어도 하루의 끝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4기 정 혜 연 기자(cheong313@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자소설쓰는 고3?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의 어두운 이면.

 

 

2018학년도

2017학년도

2016학년도

 

인원()

비율(%)

인원()

비율(%)

인원()

비율(%)

학생부 교과 전형

140,935

40.0

141,292

39.7

140,181

38.4

학생부 종합 전형

83,231

23.6

72,101

20.3

67,631

18.5

 

대학교육협의회 측의 입시 안내 자료 ‘2018학년도 대입정보 119’를 토대로 재구성한 2018 대입 각 전형 별 모집 비율 비교 그래프(), 학생부 중심 전형 최근 3개년간 모집인원 비교 표(아래). 학생부 중심 전형은 박근혜 정부 이래 수년간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고 올 2018학년도 들어서는 학생부 중심 전형은 전체 전형 중 63.6%, 이 중 학생부 종합 전형은 23.6%로 집계되었다. ⓒ자료 출처 : 대학교육협의회 / 그래픽 : 김민규(미래정치센터)

 

자소설.’ 취업난 속에 취준생들이 좀 더 그럴듯한 자기소개서를 위해 과장과 허구를 가미하게 되는 현실을 자조적으로 풍자하는 표현이다. 오죽하면 취업 하려다 작가 되겠다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자소설이 비단 취준생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꾸준히 확대되어온 학생부 종합 전형의 선발과 준비과정에 있어 적잖은 문제들이 현직 교사들로부터 지적되고 있다.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덜어주고 과도한 사교육으로부터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 종합은 학교생활만 착실히 해도 입시를 대비할 수 있게 한다며대입 전형 간소화라는 취지로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전형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대입 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입 전형이 3천여 개까지 늘어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시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지적에 따른 방안이다.

 

 

대학교육협의회 측의 자료를 토대로 임의의 비율로 재구성한 학생부 종합 전형 반영 항목들. 자료 출처 : 대학교육협의회 / 그래픽 : 김민규(미래정치센터)

 

대학교육협의회 측에 따르면 학생부 종합 전형은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6개 항목을 중심으로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발전 가능성, 인성 등의 평가요소를 정성적,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성적만이 아닌 잠재력을 평가취지는 좋지만 현 교육제도와의 괴리 커

 

문제는 기존의 교육제도와 호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적잖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배우는 내용과 방식은 수십 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는데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한다. 합격과 불합격의 명확한 근거 제시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전형의 특성상 주관성의 개입이 강할 수밖에 없고 선발과정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로 지난해 이화여대 부정입학으로 문제가 된 정유라 씨의 경우(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도 학생부 종합 전형과 유사한 케이스이다. 같은 모집단위의 입학 전형일지라도, 수능점수와 실기고사가 반영되는 정시모집에 비해 서류와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해당류의 전형이 청탁이나 비리 등 외부의 입김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천하의 삼성 후계자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학력고사 시절에 재수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과정의 불투명성과 주관성이 어떻게, 어떤 이들을 위해 악용될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업무량 폭증방학이 없어진 교사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D 고등학교에20여 년간 학생들을 지도해온 교사 정 씨는 비교적 학생부의 중요성이 덜했던 수 년 전만 해도 학기 초와 말에만 집중적으로 학생부 작업을 하고 학기 중에는 학생부 작업으로부터 오는 부담이 적었다. 지금은 학생부의 중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학기 중에도 학생부 작업을 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학기 초와 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 담임교사 한 명당 30명 내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는데 교과 수업과 행정 업무도 없는 게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

정 씨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사실을 바탕으로 학생부에 기재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적어 오라고 하여 참조하곤 한다. 어디까지나 참조이고 학생들이 가져온 내용을 검토하여 최종적으로는 교사가 입력하는 것이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이 같은 학생부 수정 작업을 하다 보면 몇몇 학생은 갑자기 환골탈태한 서술 내용을 들고 오는데, ‘그쪽분야(컨설팅 업체)의 전문가 손을 거쳤구나하고 짐작이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많은 학교들이 발표토론식 수업을 도입하고 지필고사 비중을 낮추고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는 등 현장에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이 여전히 국영수사과의 입시과목 위주로 편성 되어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 씨는 수업 내용과 평가 내용의 일치라는 원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교육제도는 그대로 둔 채 입시제도만 급변하는 것이 옳은 것일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포장과 과장이 만연한 비교과 항목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C 고등학교에서 20여 년간 학생들을 지도해온 교사 조 씨는 학생부가 실제 학생들의 행위나 성과보다 과다하게 서술이 되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특정한 서술방식이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 또한 그러한 서술을 원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했다하는 단순 사실의 기술보다 무엇을 하면서 어떤 과정을 겪었고, 그것을 통해 어떠한 교훈을 느꼈다는 식의 살을 붙인, 과정 중심 기술이 보다 나은 평을 받는다. 이를테면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합주를 통해 협동심을 기르고, 농구 동아리 활동을 하며 불리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역전승을 해내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의 소중함을 배웠다는 식이다. 아무리 평범한 발표일지라도 학생부에 기술할 때는 우수하고 논리적인 발표로 둔갑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생부 기재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활동 없이 유령 동아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의 행적이 과장되고 포장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여겨지는 암묵적인 룰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학생부 기술 방식이 공식적으로 통일되지 않아 교사들마다 개인차가 크고 이는 곧 담임교사에 따라 입시의 유불리가 갈리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토대로 살을 붙여작성하다 보니 기재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쉽고, 학생의 역량이 아닌 기재자의 역량이 평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컨설팅 업체를 찾는 이유 역시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 씨는 과연 문제의 학생부 종합 전형이 이전의 수능 중심 전형보다 공정하고 투명한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능 전형도 물론 돈이 있으면 유리하긴 하지만 어찌됐건 시험은 학생 본인이 치는 것이었다. 현 학생부 종합 전형은 돈만 있으면 학생 본인이 가만히 있어도 다 주위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 부모가 가진 경제력의 영향이 이전보다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동아리마저 스펙으로 계산하는 현실일상이 대입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아이들

 

지난 1<주간경향>이 한 컨설팅 업체 강사와 진행한 인터뷰([포커스] “학생부 대신 써 드립니다학원강사의 양심고백, <주간경향>, 201713)에서 현재 학생부 전형 대비 전문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A씨는 지금의 학생부 종합 전형을 염려하며 학생들이 인간관계와 개성마저도입시자원으로 동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학생들에게 지금 동아리는 전공과 직접적 상관이 없으니 다음 학기부터는 전공과 관련지을 수 있는 동아리를 하라. 기존에 없던 동아리를 새로 만들면 평가가 더 좋으니 참고하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준다고 증언했다. 컨설팅 업체의 강사는 동아리 선택뿐만이 아니라 독서 활동에도 개입한다. 천문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면 칼 셰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라, 생물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라,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라 하는 식이다. 컨설팅 강사는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제출할 이러이러한 활동을 했으니 이런 식으로 써주었으면 한다는 학생부 초안의 문맥과 수사에 까지도 손을 댄다. ‘학생부 문체라고 불리는 자기주도적’, ‘자율적등의 문구를 적절히 동원해서.

그는 교육부가 원하고 대학이 원하기 때문에 평범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진학을 위해 스스로를 특별하고 준비된 인재인 것처럼 꾸며내게 된다고 얘기했다. 그는 본인 역시 한국 교육에 큰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부 종합 전형이) 의도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강사가 조금씩 불·탈법을 저지르게 하고 있다. ‘농구 한 판, 친구들과의 수다마저도 스펙이 되어 스토리를 만들고 인식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들은 모두 현재의 학생부 종합 전형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이 지향하는 방향의 문제일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치화와 서열화를 넘어 전인적 교육을 지향하고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키워낸다는 전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전까지의 수능 전형 위주로 맞춰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여건상 취지대로 운영되기 쉽지 않고,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각 당 후보들의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이 같은 각 전형의 좋은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 수 있도록, 단순히 특정 전형의 축소냐 확대냐에만 주안을 둘 것이 아니라 각 전형이 어떻게 취지대로 잘 운영될 수 있을지에 보다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김민규 기자 (adoba@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창살에 갇힌 땅에 별(파이 다오 딘), 광주인권상을 수상하다

 

태국의 청년활동가 파이, 왕실모독죄 위반으로 몇 개월째 수감 생활 중
올해의 5.18 광주인권상 수상자

어제 내 SNS 계정에 “대통령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글을 공유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이야기의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글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와 같은 일이 실제 태국에서 발생했다.

5·18기념재단은 4월 16일, 태국의 청년활동가 짜투팟 분타라락사(파이)를 올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파이는 콘깬대학교 법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대학 내 동아리 ‘다오 딘’의 일원이었다. ‘다오 딘’은 태국어로 ‘땅에 별’이라는 뜻이다. 파이가 투옥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그를 ‘파이 다오 딘’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가 속했던 다오 딘도 널리 알려졌다.


 
태국의 청년활동가 파이 다오 딘

지난 2016년 12월 4일, 파이는 왕실모독죄(lèse-majesté)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체포된 날 새벽 5시 경, 파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나의 글을 공유했다. 태국 BBC에 게재된 태국의 새 국왕 라마 10세(마하 와치랄롱꼰)의 개인사가 담긴 프로필 기사였다. 파이 외에도 약 2,6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 중 수감된 사람은 파이, 단 한 명뿐이다. 파이가 수감되지 않은 이들과 달랐던 점은, 기사를 공유하면서 기사의 일부를 발췌해서 덧붙였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별다른 말없이 기사 주소만을 공유했다. 파이는 보석신청을 하였으나 Khon Kaen(콘깬)주 지방법원으로부터 수차례 기각당하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재판은 현재도 비공개 상태로 진행 중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파이 다오 딘. ©출처 : 프라차타이


파이는 현재 ‘NDM(New Democracy Movement, 새로운 민주주의 운동)’의 일원이다. NDM은 반독재 및 민주주의 회복 운동을 전개한다. NDM과 다오 딘으로 대표되는 태국 내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청년들은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우리는 여러분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이해합니다. 우리 또한 그 공포를 느낍니다. 그러나 여러분, 더 이상 침묵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마십시오. 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권력남용에 저항해야만 우리는 군사정권을 종식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계속 수동적이라면 오늘날 우리의 투쟁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상황이 부정적으로 느껴지시겠지만, 이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주저하지 마십시오.”

파이는 이전에도 체포된 적이 있다. 2014년 태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였을 때다. 군부 주도의 과도 정부 출범 당시 수차례 체포됐다. 지난 2016년 8월, 군부 주도 개헌 국민투표 직전에는 개헌안 반대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투옥되기도 했다.

 

독재체제의 수호자가 된 왕실 모독죄(lèse-majesté)

왕실모독죄(lèse-majesté)란 태국 형법 112조를 위반한 것을 뜻한다. 태국 형법 제 112조에 따르면, 왕과 왕, 후계자(법정추정 상속인) 또는 왕의 대리인(섭정자)을 헐뜯거나 모욕, 위협하는 자는 감옥에서 최장 15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한편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파이의 체포 이후 “태국에 사는 사람이 태국법을 어겼다면 반드시 기소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행동이 괜찮을지 몰라도 태국에서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왕실모독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해석의 여지가 넓고, 부가되는 처벌이 가혹하다고 말한다. 군부가 왕실모독죄를 독재체제에 저항적인 인사 처벌에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제 24회 전태일노동상 특별상 수상자인 태국의 노동운동가 솜욧 프룩사카셈숙씨는 왕실모독죄 폐지를 주장하다가 왕실모독죄로 11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2011년 수감되어 현재 6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한 태국인이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키우는 개를 비꼬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을 받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각 2016년 12월 12일 태국 왕실은 관보를 통해 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태국 왕실이 발행한 관보 로얄 가제트(Royal Gazette)는 사면의 의미를 신임 국왕 와치랄롱꼰의 ‘자비’로 표현했다. 꼬비키앗 카시위왓 교정국장은 "왕실모독 처벌을 규정한 형법 112조를 위반해 복역 중인 일반 재소자도 감형 또는 출소 고려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는 2016년 4월, 아직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파이에게 ‘자비’는 없었다. 교도소의 차가움만이 그에게 남았다. 태국 왕실과 군사정권의 무자비함으로 인해 그는 날개를 꺾였다.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으로써 이젠 꺾인 날개마저 찢어져 없어질 위기에 봉착했다. 당국은 그에게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UN의 강력한 비판

파이의 기소 이후, 2017년 2월 7일 유엔은 태국에게 왕실모독죄 폐지 및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조사위원인 데이비드 케이는 “태국의 왕실모독죄는 국제 인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국왕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인을 모욕한다는 이유로 형벌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이는 비판적 발언을 억제하는 정치적 도구”라고 비판했다.

세계인권선언(UDHR,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19조는 표현의 자유를 권리로 보장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의사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는 간섭 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를 포함함과 동시에,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매체를 통해 정보와 이념을 추구하고 획득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12월, 제3차 국제연합총회에서 채택된 선언문이다.

 

이서연 기자(syai12329@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청년+무중력지대 조합 칭찬해~

 

도서관은 숨이 막힌다. 커피 값이 없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부담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 청년들에게 추천하는 공간, 바로 ‘무중력지대(Seoul Youth Zone)'이다. 그래서 무중력지대 대방동을 직접 방문했다. 무중력지대는 대방동은 2011년 서울시가 진행한 ‘청년 일자리 정책 수립 워크숍’ 이후 탄생한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지난해 초 개관했다.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무중력지대 건물 모습이다.  ©김태영기자

11시에 도착한 무중력지대 대방동. 입장료는 무료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하다. 이미 5-6명의 청년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아침 10시부터 이용가능하다. 도착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 커피 한잔의 이용금액은 500원이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얼리버드 혜택으로 커피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된다. 운이 좋게 커피 한잔을 무료로 마셨다.
커피 한 잔 -0원

12시 반이 되자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했다. 공간 한편에는 일반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부엌이 있다. 이 부엌은 도시락이나 간단한 라면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4명 이상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으면 대관신청을 해야 한다. 대관료는 요금 통에 자율적으로 이용료를 낸다. 그 금액은 다시 필요한 자재나 커피를 사는데 사용하는 순환구조이다. 공유부엌을 들여다보니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고추장찌개이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근처 슈퍼에서 봉지라면을 하나 구입해 공용부엌에서 조리해 먹었다. 조리 시 주의사항을 ‘리온’매니저에게 문의했다. 단백질은 조리할 수 없다. 건물이 컨테이너이기 때문에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나 생선 등의 단백질 식품을 조리했을 경우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다. 또, 자신이 사용한 식기는 설거지를 해야 한다.
점심 라면 -1500원

 

무중력 지대 대방동의 나눔 부엌의 모습이다. ©김태영기자

점심을 먹고 작업을 하던 오후 2시. 프린트할 문서가 생겼다. 집에 프린터가 없기 때문에 보통 프린트는 집 근처 PC방이나 인쇄소에서 이용한다. 평균 흑백은 장당 100원, 칼라는 장당 1000원이다. PC방은 컴퓨터 이용금액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가장 큰 장점은 프린터 무료 이용이다. 인쇄할 종이만 있다면 흑백에서 컬러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종이가 없다면 사무실에서 장당 50원에 구입가능하다.
프린트 8장 -400원(A4 용지 금액)

오후 4시, 상담실로 향했다. 무중력지대를 방문하기 전 온라인으로 신청한 ‘감정 산책’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2017년 무중력지대의 모토는 청년의 ‘회복’과 ‘활력’이다. ‘감정 산책’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정 산책은 매주 월, 수 4시에 진행된다. 심리학과를 전공한 매니저와 함께 인근 산책로를 1시간에서 1시간 반 가량 거닐며 1대1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다. 상담실에서 그래 매니저와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으며 현재 상태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눈다. 이후 프로그램을 예약할 때 요청한 티를 마시면서 대방동 인근 산책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평소에 하지 않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었다. 산책 후에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산책이 끝나고 상담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한 뒤 나만을 위한 글귀를 켈리그라피로 썼다.
감정 산책 -0원

하루 이용 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
총 이용 금액(교통비 포함 X)
커피 한 잔 -0원
점심 라면 -1500원
프린트 8장 -400원(A4 용지 금액)
감정 산책 -0원

어릴 적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만났던 놀이터는 돈 한 푼 없어도 즐거웠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 있다. 더 이상 도서관에서 눈치 보기 싫고 커피 값이 아까워 카페가 싫은 청년이라며 무중력지대를 추천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 이용가능하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모습이다. ©김태영기자

김태영 기자 thwjd2060@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선택하지 않을, ‘억압된’ 자유 비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란 연구위원 인터뷰


과거 결혼이 꼭 거쳐야 할 인생의 관문처럼 여겨졌던 반면, 최근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20~44세)를 대상으로 한 결혼가치관 조사에서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답한 비율이 미혼남성 33%, 미혼여성 52.4%로 나타났다.
 
또한 30세 이상 미혼남녀(30~40세)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 조사에서는 미혼남녀 모두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이유가 가장 높았다. 그 이외로 미혼남성의 경우에는 소득 부족, 결혼생활 비용 부담 등 경제적 여건으로, 그리고 미혼여성의 경우에는 본인의 가치관이나 사회생활 욕구 등으로 인하여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청년들의 의사는 가족구성 통계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검색: 비혼 관련 서적 c) 미래정치센터.

 

최근 20·30대 여성 1인가구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15년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싱글족(1인가구)의 경제적 특성과 시사점>에 따르면 1인가구가 2000년 226만 가구에서 2015년 506만 가구로 증가했다.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5.6%에서 2015년 26.5%로 상승해 왔고, 2035년에는 34.3%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 1인가구의 비중은 2010년 66.1%에서 2014년 69%로 상승하였고 그 중에서도 20·30대인 여성을 중심으로 1인가구가 확대되고 있다. 1인가구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저소득층 비중이 높고 특히 20·30대 1인가구의 주거불안이 높은 만큼 관련 사회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료: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
주: 1) 1인가구 비중은 총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
2) 2000~2035년 동안의 연평균 증감률임.

 

자료: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이용 추계.

이와 맞물려 ‘비혼(非婚)’이란 용어의 등장은 유의미하다. 지금까지 결혼에 관한 범주는 기혼과 미혼뿐이었지만 미혼이 ‘혼인은 원래 해야 하는 것이나 아직 하지 않은 것’의 의미라고 하여 ‘혼인 상태가 아니다’라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로 만들어진 어휘다. 결혼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현대 가치관을 담고 있다. 결혼을 ‘선택’하는 청년들과 1인 가구 증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가족사회학을 연구하는 김영란 연구위원을 만났다.

 

혼자 사는 20·30대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비혼의 원인은?


“비혼은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조건이 만든 합리적 선택지”
여성 초혼 평균연령은 30.8세로 최고치를 찍었고 30대 여성 미혼율은 35% 정도다. 미혼 여성들은 더 이상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세대별로 비교를 하면 젊은 남성들의 비혼의사도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여성의 비혼 의사가 더 높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자발적, 비자발적 비혼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자발성이 사회구조적 압력에 의한 자신의 선택이라면 강요된 비자발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해소된다면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려해야 하는 기회비용,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 여성들은 비혼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 가족문화에서 제도적 결혼은 가족 대 가족의 결합이다. 결혼에 의해 발생하는 수많은 의무와 책임 등 요구되는 것들을 포함한다. 이는 엄청난 부담감이다. 이런 조건하에서 남성은 가사와 육아의 책임에서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가부장적 사회문화구조와 연동되어 여성의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이유다.

 

과거에 비해서 구조적인 상황이 가시화되는 이유는?

“성불평등 당연시하던 과거와 달리 구조의 문제 인지하는 여성 많아져”
과거에는 성평등 문제에 민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결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불이익을 여성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사회상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지만 성불평등 구조를 인지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동안 보육정책이나 육아휴직 활성화 등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들의 발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와 관습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암묵적으로 남성을 선호하는 기업이 능력위주 인재채용을 했다고 하면 규정상 위배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결혼을 막는 사회구조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육서비스 및 노동시간 감소 필요”
우리나라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힘든 구조다. 청년부부가 독립적으로 자기생활 유지할 수 있게 보육서비스 및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보육지원 정책은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 장시간 근로 때문이다. 적은 노동력을 고용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에서도 최소한의 인력만을 고용한다. 중소기업은 사람에게 훨씬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노동시간을 요구하게 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잦은 야근과 주말출근을 하게 되고 현재 보육서비스가 이 빈틈을 100% 채워주지 못한다. 결국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1인가구는 흔히들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하는데?

“1인가구만을 위한 특화정책이 아닌 기본 사회정책들로 풀어가야”
1인가구 특화정책이라는 것이 다른 기본 사회정책들과 다르지 않다. 1인가구들도 집단 내에 다양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1인가구라는 것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보고 정책 대상을 선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인가구 중 30·40대는 미혼여성이 대부분이다. 40·50대는 남성이 많다. 노인 1인가구도 부유한 노인부터 빈곤한 노인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집단과 연령에 맞는 정책 수요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실시한 여성 1인가구의 생활실태와 정책수요 조사를 보면 제일 문제되는 것이 주거불안정이다. 주거안정목적의 1인가구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 또 노인 1인가구를 위해서는 돌봄정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동일한 사회정책 안에서 1인가구의 특성을 조금 더 고려한 정책을 하나씩, 둘씩 맞춰가야 하는 것이지 1인가구 정책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들을 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데

“행복한 결혼생활 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비혼주의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사회문제는 아니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다. 비혼주의자를 줄여서 결혼을 장려하자는 정책은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의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이다. 문제는 비혼주의자나 1인가구들, 특히 미혼여성들을 저출산의 원인집단이라고 몰아가는 것이다. 사실 같은 세대 안에서 결혼에 대한 찬성 비율이 남성이 높을 뿐이지 세대간 비교를 해보면 과거에 비해 남성들의 결혼의사도 많이 감소했다. 이런 현상을 개인의 탓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임은재 기자 ej0514@hanmail.net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남 페미 와의 연애

-페미니즘과 이성애-

 

여성주의로 번역되는 페미니즘(feminism). ‘여성혐오’(misogyny)라는 번역만큼이나 대중에겐 직관적으로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말하거나, 페미니즘을 공부하거나 추구한다고 말하는 게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남성 페미니스트’ 혹은 ‘친 페미니스트’(pro-feminist)의 갑론을박은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온 하나의 화두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젠더 이슈가 터지고 있는 2017년, 이성 간의 연애 사이에 페미니즘이 자리하고 있는 커플들은 안녕할까?

세 쌍의 커플이 있다. 그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정체성, 활동 정도, 연애기간은 가지각색이었다. 단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그들과 그들의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작용 안에 바로 ‘페미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생물학적 남성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스트로 정체성을 두려는 소위 ‘남 페미’와의 연애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페미니즘이 연인 사이에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 ‘남 페미’와의 연애는 성평등할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A : 수원에 사는 대학생이에요. 페미니즘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상에서 직, 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했어요. 하지만 스스로 페미니스트로서 정체성을 두는데에는 고민이 있어요. 연애는 일 년 조금 넘게 한 거 같아요.
B : 서울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에요. 페미니즘을 알고, 제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지는 2년쯤 되었고 애인과 만남을 시작한지는 일 년 정도 됐어요.

C: 대학에서 반 성폭력 학칙을 제정하고, 종종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등 총여학생회 활동을 했습니다. 이성애는 가부장제의 존속에 가담하는 것이므로 남자랑은 연애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극렬페미였지만, 지금은 결혼한 유부녀이고, 지역 활동에서 보수적인 분위기와 적당히 타협하고 때때로 싸우기도 하는, 생활형 페미니즘을 구현하며 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A : ‘여성 인권’. 현실에서 여성인권운동 하는 걸 많이 봐와서요.
B :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인생에 있어서 고마운 존재에요. 사고방식 등이 페미니즘을 접하기 전과 후로 다른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바뀌었고 만족스러워요.
C: 굳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아도, 깔려 있는 ‘의식’ 같은, ‘감수성’ 같은 무언가.

남성 페미니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 극단적으로 말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남자는 절대 여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상대방이 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전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남자친구가 남성 페미니스트(이하 남 페미) 모임을 가는 걸 보면서 여성 페미니스트들(이하 여 페미)과 다른 개념으로, 남 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남자들이 젠더 권력에 대해 인지하고, 내가 툭 말한 것도 여자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여성 페미니스트를 지지하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거 같고, 남 페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같아요.
C : 어렸을 때는 규범적으로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지를 두고 논쟁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없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저 사람이 보는 지점은 어떤 지점이냐에 더 관심 있는 편인 거 같아요. 같이 얘기하고 싶은 대상이랄까요.
B : 양가적인 감정이 있는 거 같아요. 남 페미라고 정체화하는 사람을 보면 우선 신기해요. 페미니즘 담론을 말할 때 당사자지만, 당사자가 아닌 운동에서 ‘얼라이’로서 무언갈 하는 게 굉장히 힘든 걸 느껴요. 그래서 페미니즘이 본인이 선 위치를 포함한 사회 구조를 바꾸자는 운동인데, ‘남 페미’가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종종 페미니즘을 본인의 이익을 위해 차용하는 걸 보고 분노하기도 해요.

남자친구가 페미니스트에 대해 정체성을 두거나 관심을 갖는 걸 알게 됐을 때 어땠는지

A : 남자친구가 페미니즘을 배운다는 걸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활동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론을 공부한다는 건 몰랐어요.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 시점부터 많이 싸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남자친구가 본인은 페미니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말이 저한테 상처가 된 적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나와 너는 동등한 위치니깐 다른 한국 남자들이 말하는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아닌 거 같아. 우리는 각자 스스로를 지키자.”라는 말을 했을 때 엄청 서운했어요. 나였으면 “우리 둘은 동등한 위치야. 내가 너도 지켜 줄 거고, 너도 나를 지켜줘야 돼.” 라고 했어야 했을 텐데 말이죠. 그런 부분들에서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평등한 관계를 이해하고 만들기 위해서 배운다는 것은 기쁜 일이죠.
C : 애인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적극적으로 고민을 하게 됐어요. 전에는 내가 느끼는 공포감을 이해를 못했어요. 애인의 변화를 보면서 스스로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건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페미니즘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남녀 모두에게. 그래서 약간 피하고 싶었던 문제들이 다시 떠오른 느낌이었어요. 나도 어느새 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날카롭게 싸우고 비판하던 것에서, 이제는 적당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고자 하는 모습으로 변한게 아닌가하고 말이죠. 사실 남성들이 같이 고민하는 시기가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과거에는 그냥 말조심하거나 수세적인 태도로 끝났던 게, 이제는 치열하게 함께 고민한다는 느낌. 긍정적인 거 같아요.
B : 만날 때부터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전 애인과의 관계에서 굉장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잘해주지만 그런 쪽에는 의식이 아무 것이 없는 일반적인 ‘한남’(한국 남성). 실제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봐서 되게 신선한 느낌이 있었어요. 저보다 더 오래 공부했더라고요. 저도 배울 점이 많아서 인간적인 호감도가 굉장히 높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남 페미에게 무조건 적인 호감을 느끼는 단계는 지난 거 같아요.
C : 남 페미라고 스스로를 규정 짓는 게 굉장히 위험한 거 같아요. 여자들도 많이 배우는 단계고 잘 모르는데 자기들은 다 안다는 느낌? 특히 남성들이, 멘스플레인이 심한 사람이, 그걸하는 순간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너무 확신에 차면 의심이 가죠.

페미니즘이 이성애 연인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A : 본인이 기존 남성성을 벗어나 여성의 삶을 일부 살아보더니 일상생활에서 여자들이 사소하게 불편함을 겪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뭔가 여자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관계의 변화를 별로 느끼진 못해요. 여성주의를 배우기전에 엄청난 ‘한남’이었던 사람도 아니었고, 여성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크게 다른 점은 못 느끼겠어요.
C : 많이 싸워요. 하루에 두 번 정도.
B : 어떤 걸로?
C : 생활과 관련된 일이에요. 제가 얘기하는 불만은 집안일은 되게 연속적인 건데, 설거지, 빨래가 따로라고 생각하는 지점이에요. 설거지 하고 주변을 치우는 일들이 연결된 건데, 애인에겐 다 따로 떨어진 문제인거죠.
B : 공감이 가요. 애인과 작년부터 같이 지내는데, 그 친구도 하기는 하지만 내내 불만이 있었어요. 가령 세면대 물때와 변기는 제가 항상 닦는 느낌이에요. 너무 화날 때는 밖에서 페미라고 하지 말고, 집안일부터 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C : 실천을 등한시하고 뭔가 사상적으로 추구하는 부분이 화가 나기도 하는 거 같아요.
B : 애인과 같이 있을 때 배달 음식을 시키면 제가 받고 싶지 않아요. 이 친구는 그런 마음을 전혀 몰라요. 생활에서 그런 공포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고민을 가지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것도 있어요. 이 친구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고 공부를 하니깐 제가 그런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할 때 지지를 많이 해줘요. 어떤 행사가 있다고 정보를 건네주는 데 그런 부분에서 되게 좋아요. 공통적인 취미가 있는 연인들이 이런 느낌일 거 같아요.

남자친구가 페미니즘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이 변한 것도 있나
A : 저는 페미니즘의 ‘ㅍ’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남자친구가 워낙 페미니즘에 대해 적극적이어서 책을 읽어보게 됐어요. <그럼에도 페미니즘>을 봤어요. 흔히들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별거 아닌 거에 예민한 존재라고 치부하잖아요. 그런데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어요. 왜냐면 그들이 ‘폭력적’으로 이야기하고 했더니 이슈가 됐잖아요. 그런 것처럼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는 ‘미러링’ 할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는 거 같아요. 여자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어왔으니깐. 얼마 전에 서프러제트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나온 대사가 생각이나요. “남자들은 이렇게(돌을 던지는 것처럼 강하게) 말하지 않으면 듣지를 않으니깐요.”
C : 총체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자극이 온 거 같아요. ‘공백’ 같았던 페미니즘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작년 이후로 새로운 페미니스트, 남성을 만나는 과정에서 남편도 바뀌고 나도 바뀌었어요. 나한테도 두 번째 각성의 시기가 온 거 같아요. 남자만 바뀌는 건 불가능할 수 있고, 사회적인 흐름 속에서 바뀌는 거 같아요.
B : 콩깍지 일 수도 있는데, ‘남자 페미니스트면 이래야지’라는 느낌처럼 남성 페미니스트의 ‘올바른 표본’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 같아요. SNS상에서도 굉장히 많은 논의(남 페미, 로리콘, 성매매-성노동)가 있었는데, 자기 의견에 대해 내색을 하지 않아요. 실제로 여성이 착취당하고 대상화 되는 사회에서 가해자, 암묵적 동조자인 남성이 의견을 피력하는 순간 뭔가 이상해지는 게 있거든요. 말할 수 없는 묘한 무언가.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모습 속에서 저의 비중이 더 커졌으면.
B : 집안일부터 해라. 남을 설득하지 않고 본인이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해라.
C : 페북에 쓰지마. 고민 중인걸 글로 쓰지 말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서진석 기자(ther139@gmail.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취업 보장 계약학과? 취업‘만’ 보장되는 곳이었다”

 
 
요즘 같이 청년들이 취직하기 어려운 시기에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가 있다면 많은 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지 않을까. 실제로 국내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이러한 학과들이 ‘계약학과’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체결하여,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대학이 학생을 교육시킨 후 해당 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방식이다. 계약학과는 크게 ‘재교육형’과 ‘채용조건형’으로 나뉜다.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이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음으로써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후 다시 기업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아직 취직하지 않은 학생이 취업을 보장받고 대학원에 입학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내용의 교육을 받은 뒤에 졸업과 동시에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취지나 운영되는 방식만 들으면 취업난 해결에도 기여하고 인재의 전문성도 기르도록 하는 제도이니 굉장히 좋게 들릴 수 있다. 산학 협력이나 중소기업 지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중소기업 살리려고 대학하고 연계하는 사업인가보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내 이공계 대학원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기업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의 계열사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입학만 하면 인생이 풀릴 것 같이 보이는 계약학과에 실제로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그저 그렇게 만족하며 지내고 있을까. 억울한 경우를 겪지는 않는지, 부조리함은 없는지 이공계 계약학과 대학원생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재교육형 A씨 : “회사 규정이랑 대학 규정이 안 맞으면 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첫 번째로, 회사 규정(ex. 복지, 근태 등)과 대학원 규정이 충돌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의 연차 규정과 대학원(학생은 연차가 없음)의 연차 규정이 부합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지도교수의 재량으로 처리를 한다면, 어떤 계약학과 학생이 연차를 정당하게 쓸 지 의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들이 교수의 재량 또는 회사의 재량으로 처리됩니다. 이는, 회사와 대학원이 win-win 하자는, 정작 내실은 없는, 허울 좋은 틀에 불과할 뿐입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둘째로, 계약학과 학생은 자신의 소속에 대해서 명확하지 못합니다. 실질적으로 같이 생활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대학원 소속이냐, 회사 소속이냐‘ 이런 한심한 편가르기를 합니다. 대학원 소속이라고 하면 “회사랑은 등을 져라”라는 분위기이고, 회사 소속이라고 하면 “그렇다면 대학원에서 진행되는 일에서 빠져라”라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 고충에 대해 말을 하여도 회사도 대학원도 학생들에게 ’네가 재량껏 잘 해라, 힘들겠다‘ 이런 무책임한 말 뿐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계약학과 학생들이 어떤 주장을 펼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채용조건형 B씨 : “기업이 원하는 학생 키운다면서 정작 학생인 나한테는 왜 기업이 원하는 게 뭔지 안 알려주나”
 
계약학과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의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으나 계약학과에 관한 업무 태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해당 법률 제2장 13조 2의 2항(1. 산업교육 교재 및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2. 산업교원에 대한 교육 및 연수 3. 산업교육기관 간의 협력망 구축 및 운영 4. 그 밖에 산업교육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부분은 3번을 빼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원 계약학과는 학교-교수-학생 사이에서 학생은 그냥 적당히 일을 시키다가 내보내면 되는 정도로 생각되고, 또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습주체로서의 학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계약학과 학생에게 계약 기업에서 원하는 업무와 연구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교육 내용이나, 지도교수가 지도전반에 관하여 기업 측에 프리젠테이션한 내용을 학생 역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학생도 졸업 후 가서 할 일에 대해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익혀둘 수 있습니다. 계약학과는 기업에서 원하는 학문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대학원과 기업이 협력하여 선발 학생들에게 한하여 해당되는 학과 과정을 개설 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교육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전달 받지 못하고 대학원과 기업은 알고 있는데 정작 배우는 학생만 마치 눈 가린 장님 같은 상태로 목적의식 없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주 추상적인 안내라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사전에 교육내용에 대한 개별적 공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원인은 주먹구구식 선발과정”
 
선발 과정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계약학과 학생들은 교수님과의 사전 컨텍(Contact)이나 연구실의 분위기 등을 알아볼 시간이 없이 학교와 기업에 의해 입학합니다. 또 교육과정 중에 지도교수를 바꾸고 싶다거나 연구실을 바꾸고 싶다는 건의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놨습니다. 제가 한 학기동안 허드렛일 말고는 교육이라고 받은 내용이 없고, 첫 학기부터 논문지도 수강을 요구하며, 허술한 학사 및 수업내용에 대해 건의 하였으나 지도교수의 태도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도교수 교체를 요구하였으나 관련 담당자는 본인의 실적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만 급급해 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선발 과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어떤 과정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운 사람을 선발하고 싶다면 일단은 지도교수와 연구실은 지정하지 말고 기업과 대학원 입학처 측만 교육내용에 대해 합의하고 참석하여 면접을 보고 학생을 선발해야 합니다. 대학원 입학처는 기업에서 원하는 커리큘럼에 대해 매칭 될 수 있는 연구실이나 교수님을 사전에 2~3개 팀 이상 선발 한 뒤 학생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도 해당 연구실에서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고 자기에게 좀 더 적합한 곳을 찾아 더 열심히 공부 할 수 있습니다. 이후 협의 하에 박사과정을 가거나 또는 혹여라도 연구실을 옮겨야할 피치 못 할 상황이 생겼을 경우 입학 시 고려했었던 다른 연구실과 교수님께 연락해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선발한 학생을 지도교수도 못 바꾸고 연구실도 못 바꾸게 해놓고 교육을 시킬 것이면 사전에 해당 연구실과 교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저를 지도하신다던 분은 제가 들어왔을 때 이미 대학에서 파면당한 상태였습니다. 차선으로 저를 맡은 지도교수는 계약학과에 대한 이해 부족, 지도의지 부족, 전공불일치 등 한 두 가지가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학교로부터 무조건 참으라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기업에서 교육을 맡겼다는 업무도 교수가 직접 지도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학교는 계약학과 학생들에게 이행사항에 대한 것만 강조합니다. 학생 처우에 관한 부분이나 연구실 실태에 대한 사전조사, 교원의 선발 및 교육, 학사의 적절한 공지 이런 것들은 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계약학과는 그냥 허울만 좋은 껍데기입니다. 여기저기 말하기는 좋으니 학교에서도 유지는 하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대학-기업 매칭을 학생이라는 끈으로 해놓는 정도에 불과 합니다. 유명무실한 교육과정에 대해서 모든 피해는 학생이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과학기술계에서 ‘학연생’의 처우에 대한 이슈가 화제였다. 학연생은 공공연구기관과 일반 대학(사립 포함) 간 협약을 통해 양쪽에 적을 두고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원생을 뜻한다. 많은 학연생들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사이에서 ‘이 장단에도 맞추기 어렵고, 저 장단에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일부 계약학과 학생들도 학연생들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 계약학과 학생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계약학과 학생에 대해 학교와 기업 모두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기사의 첫 부분에서 언급한 계약학과의 당초 취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국내의 모든 계약학과가 이렇게 부조리하게 운영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래서 공론화를 하지 않고 대학, 기업, 교수, 대학원생 간의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과학기술계에서 절대 약자의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에 대학원생 스스로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기 어렵다. 이런 소수의 케이스들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개선해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학생 개인과 계약학과로써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 모두를 위한 일이다.
 
한원석 기자 (g16501@kist.re.kr)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실험 하러 왔더니 행정 잡무를 시키네?

 
 
이공계 대학원생은 보통 실험을 일상적으로 한다. 실험을 안 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이라면 컴퓨터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종이에 각종 식을 적어가며 공부를 한다. 그리고 인문계 대학원생과 마찬가지로 강의도 듣는다. 그런데, 과연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일상을 이것들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의 이공계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실험들은 실험 자체도 물론 복잡하겠지만, 실험에 착수하는 것부터 실험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의 행정 절차도 복잡하다. 그 행정 절차는 연구실이 어떤 기관에 속해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통된 부분들만을 놓고 비교적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다. 실험 기자재부터 학생 인건비 등 연구에 필요한 예산은 연구실이 속한 기관으로부터 지급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연구를 많이 하고 싶다면, 정부 부처 등이 공모하는 연구개발사업에 과제제안서를 제출한 뒤 제출한 연구자가 해당 사업에 선정되면 정부 부처로부터 연구비가 해당 연구자에게 지급된다. 연구가 마무리 될 때엔,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여 소속 기관이나 연구개발사업을 공모한 정부 부처에 제출해야 하며, 지급된 연구비에 대한 정산 내역 또한 소속 기관이나 정부 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연구실이 속한 기관이 어떤 종류인지에 무관하게 공통된 절차만 이렇게 따져보아도 세부적으로 수많은 행정 업무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행정 업무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면 그것을 담당하는 행정 직원들이 각종 연구 기관에 존재할 것이라고도 추측할 수 있고, 실제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 업무 중 상당 부분은 현실적으로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몫이다. 그리고 대학원생 몫의 행정 업무는 이공계 대학원생의 본분인 실험 및 연구에 방해가 될 정도로 많은 경우도 흔하다.
 
최근에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8만 장이 넘는 논문과 서적을 스캔시켰다는 것이 SBS와 경향신문을 통해 알려졌다(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32&aid=0002757377). 학생들은 스캔해야 할 문서량이 너무 많아 이 일을 ‘대장경 사업’이라고 불렀고 한 학생은 항의를 하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수는 SBS에 스캔 업무를 시킨 것은 맞지만 학생들이 그렇게 느끼는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이외에도 어떤 행정 업무를 하길래 본분인 실험과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워하는지 그 답을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위에서 소개된 실험에 관한 행정 절차는 가장 공통적인 사항이고, ‘대장경 사업’도 하나의 케이스에 불과하다. 이것들만으로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어려움을 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를 하는 다양한 이공계 대학원생들로부터 가능한 한 다양한 행정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정 업무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당장의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행정 업무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고 왜 그런 업무들 때문에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힘들어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물었다. 기자가 임의로 질문을 정하여 인터뷰 대상이 그것에 답하는 형식으로 할 경우,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인터뷰 대상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요청했다.
 
A씨: “국민의 혈세가 잘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재물조사? 어차피 잘 쓰이고 있지도 않고 나 같은 대학원생만 고생해.”
 
재물조사라는 걸 한다. 연구기관의 자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물건들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이다. 국민의 혈세로 구입한 물건들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취지대로 이루어지는 작업인지는 의문이다. 재물조사를 해야 할 때는 몇일 동안 온 연구실을 다 뒤적이며 살펴보아야 한다. 재물조사를 하는 기간에는 연구에 집중하는 게 사실 상 어렵다. 책상, 의자, 컴퓨터부터 각종 연구장비까지 자산 번호 스티커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찾아본다. 자산 번호 스티커는 보통 눈에 잘 띄는 부분에는 붙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책상의 경우엔 책상 다리 구석에 붙어있다. 이렇다보니 재물조사를 하는 기간에는 연구실 전체를 들어옮기는 이사를 하는 느낌이다. 물리적인 힘을 쓰는 건 그렇다쳐도, 기관의 구성원들이 평소에 자산 관리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매우 골치 아파진다. 분명 연구기관의 전자정보시스템의 자산 목록에는 존재하는 물건이 아무리 연구실을 뒤져보아도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 알고 보니 그 물건은 다른 연구실에 가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책상이나 의자 같이 범용적인 물건이면 더더욱 이런 경우가 많다. 다른 연구실로 진짜 옮긴다면 전자정보시스템에서도 이관 신청을 해서 정식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렇게 물건 하나하나 신경 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이런 경우가 많이 생긴다. 결국에 재물조사를 실제로 진행하는 우리만 고생하고 국민의 혈세로 구비한 물건들이 잘 활용되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짜장면 먹으면서 연구 회의를 한다고?”
 
영수증 지급 신청이라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선정에 따라 지급되는 연구비는 후불 방식으로 처리 된다. 즉, 법인카드를 일단 긁고 나서 그 영수증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연구비로 구입한 것인지 보고를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영수증 지급 신청 절차가 번거롭고 따져야 할 사항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연구비도 직접비와 간접비, 그리고 그것을 또 세부적으로 나누어 비목이 다양하다. 비목마다 영수증 지급 신청 시 준수해야 할 사항도 전부 다르다. 특정 비목은 영수증 긁기 전에 기관 내부결재를 먼저 올려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연구과제에 따라서도 준수해야 할 사항이 다르다. 특히 회의비 영수증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괴롭다. 연구 내용과 관련하여 회의를 할 때, 식대로 쓰라고 주어지는 예산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회의비를 사용할 때 진짜로 연구 내용과 관련된 회의를 하는 연구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다. 짜장면 먹으면서 연구 회의를 한다고? 결국에 회의비 영수증 지급 신청을 할 때 회의 내용은 거짓말로 가득 찬다. 국민의 혈세로 거짓말 실력이나 늘리려고 내가 대학원생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
 
B씨: “연구실 행정 잡무도 빈익빈 부익부”
 
공책, 사무용품 등의 소액 물품이나 소모품 등 20~30만원도 안 되는 것들도 견적과 관련된 행정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가끔 바꾸는 물품이라면 몰라도 짧은 주기로 바꾸는 물품들은 되게 귀찮다. 견적은 가격하고만 관련된 것이지만, 실제로 실험을 할 때는 빨리 구입하여 빨리 배송되고 바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런 부분은 고려가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정부가 안전 관리와 관하여 연구 현장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화학 물품 중 위험 물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있다면 공기 중에 몇 ppm이 있는지까지 다 적어야 한다. 기계공학 쪽 연구실은 몇 데시벨 이상은 귀를 막고 작업하도록 했다는데 소음 측정기를 갖춘 연구실이 얼마나 있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장이 어떤지 살피면 좋겠다. 회식이나 출장 시 학회 사진도 찍고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다 보고하고 복명해야 출장비를 받을 수 있다. 자질구레한 것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연구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런 걸 정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수탁사업 과제비와 관련하여 생물학 장비가 비싸다보니 연구자들이 꼼수 부리게 만들기도 한다. 동물실험계획서도 쥐와 같은 동물을 사용할 때 연구가 유동적이란 걸 고려하지 않는다. 실험 종료 시점이 언제일지 어떻게 알고 몇 마리를 쓸지 미리 어떻게 알겠나. 전체적으로 돈과 관련하여 요구사항이 너무 많고, 행정원이 해야 할 일을 대학원생인 우리가 다 해야 한다. 돈 많은 연구실의 경우는 행정원을 별도로 고용하더라. 내 룸메이트의 경우 연구실이 크고 과제도 많이 따오는데, 문제는 행정원도 교체가 빨리 된다고 하더라. 행정원도 비정규직인데다가 일을 견디지 못 해서 그렇다더라. 아마 연구과제비 중 인건비로 행정원에 대한 급여가 나갈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돈 많은 연구실은 실험에 전념할 수 있는데, 돈 적은 연구실들은 행정 일도 하느라 허덕이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웃기는 게, 돈 많은 연구실이 실험 테크니션들을 두기도 하는데, 반복 실험을 하라고 뽑아놓은 테크니션한테까지도 행정 잡무를 시키기도 하더라. 규제를 만들어놓아도 그걸 뚫는 꼼수를 연구자들이 생각해내게 된다.
 
C씨: “가난한 대학원생이 이상한 출장 행정 처리 때문에 사비로 학회 다닌다.”
 
출장 신청이 짜증난다. 이래저래 규정이 많기도 하고, 출장비를 받기 위해서 출장 가서 지출한 내역에 대한 영수증을 사후에 제시하면 이건 이래서 안 된다고 그러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그러고 말이 다르다. 안 그래도 적은 출장비인데, 이런 식으로 돌아가다보니 결국 출장비를 못 받은 적도 있다. 학생이 사비로 출장을 가야 한다니. 이런 학생들이 나 말고도 많을 것이다. 대학원생이 학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참고 출장을 갈 수 밖에 없다. 연구과제와 관련하여 연차보고서 등도 대학원생의 몫이다. 외국의 경우엔 그런 행정 보고서를 학생이 아니라 지도교수가 한다더라. 외국에서 학생들은 연구만 한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를 듣고 놀랐다.
 
D씨: “고액 집행이라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면 애초에 책임 없는 학생한테 시키지 말든가”
 
구매 업무나 행사 또는 손님 방문 관련 잡무를 한다. 연구 과제와 관련하여 박사님들이 소재를 구매하라고 요구해서 구매하면, 안 해도 됐었다고 뒤늦게 말을 바꿔서 무안해지게 만든다. 그냥 사는 게 왜 힘드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구매 행정 절차도 요구서 등을 작성해야 하고 별 걸 다 해야 한다. 게다가 뭔가 잘못되면 학생 탓을 한다. 고액이라서 잘못되면 문제 생길 수 있으면 학생들한테 자기가 다 맡겨놓지 말든가. 회의실 예약 같은 것도 내가 하는데, 다른 행정 업무들이 워낙 힘들다보니 이건 혼자 속으로 이해해준다. 그리고 연구실이 이사하면 짐 나르는 것을 포함하여 이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이 나와 같은 대학원생 몫이다.
 
E씨: “학생이 아니라 무슨 교수 비서 같다”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영수증(회의비) 처리, 시약재료 등 구매 증빙 작업, 회의록 작성, 연구과제 보고서 작성이다. 외국은 이렇게 문서작성을 연구원이나 학생한테 안 시키고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한다. 교수님 승진을 위한 업적 정리도 대학원생인 내가 한다. 보고서 작성도 매번 포맷이 달라지고 각 항목마다 중복된 내용을 요구하면서 분량이 너무 많아서 결국 양으로 승부하게 된다. 보통 포닥(Post Doctor)이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외국인 포닥이 있는 경우 한국어 서류작성은 다 대학원생이 한다. 교수님이 부탁하는 수업 자료도 만들어야 한다. 과 행사가 있으면 그것도 내가 진행한다. 대학원생인 내 친구의 경우, 교수가 벤쳐 욕심이 있어서 관련 일도 내 친구 몫이더라.
 
F씨: “제발 쓸 데 없는 행정 처리 하라고 하지 마라. 논문 좀 읽자”
 
회의비 영수증 처리가 가장 쓸 데 없다. 실험에 정말 도움이 되는 재료나 장비 같은 걸 산다고 하면 귀찮더라도 ‘나한테 도움이 되겠지’ 하는데, 회의비는 정말 ‘의미 없게 왜 하지’ 이런 기분이 많이 든다. 회의비 영수증은 회의 주제를 적고 서명을 하라는데 솔직히 거의 지어내고, 서명도 제대로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이런 거 하는 데에 시간 뺏긴다. 논문 조금이라도 읽을 시간인데. 연구 과제 정산하는 것도 싫다. 당연히 국가 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긴 한데 다 돌려쓸 방법이 생기니까 굳이 왜 해야 하나 싶다. 연구 과제 보고서의 경우 국민의 세금을 쓰는 거니까 제대로 써야 하는 것은 맞는데, 너무 쓸 데 없는 게 너무 많다. 연구 과제 마다 논문 실적을 5년 이내의 논문으로만 작성하라고 하고, 어느 과제는 최근 10년 이내의 논문만 작성하라고 하고, 또 어떤 과제는 전체 논문 실적을 작성하라고 하고, 이런 것에 시간을 엄청 빼앗기고 짜증난다. 연구실이 이사를 할 때도 관련 부서마다 알고 있는 내용이 달라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다수의 대학원생들과 인터뷰를 하며 개개인마다 수행하고 있는 행정 업무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원생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행정 업무의 경우, 즉각적으로 논의에 돌입하여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수의 대학원생들이 겪고 있는 특이한 행정 업무에서의 괴로움이 덜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대학원생들이 각자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다양한 것은 연구실 내의 권력 구조 때문이다. 교수가 ‘갑’이고, 대학원생이 ‘을’이기 때문에, 위 인터뷰에서 언급된 것들 외에도 ‘교수가 시키면 대학원생은 그냥 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더군다나 각각의 연구실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닫힌 구조’라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공통적인 어려움 외에도 각각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한원석 기자 (g16501@kist.re.kr)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당시의 삶, 당신의 삶>
- 나, 활동가, 노동자. 두 번째 이야기


*본 연재기사는 1980년대 운동부터 지금까지 활동 하고 있는 ‘활동가’와 201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활동가’의 생애를 통해 사회 변화에 자신의 삶을 투신하는 이들의 고민과 삶을 담으려 합니다.
 
세상을 뒤엎을 ‘사고체’
‘엄살 부리는 청년들’
‘정시 출퇴근’은 전근대적 사고방식...

 
1980년대부터 서울과 울산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온 50대 남성을 만났다. 그는 1980년대 서울 S대학교에서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운동에 전념하느라 졸업을 마치지 못한 채, 울산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와 당시 운동가의 삶, 지금 함께 일하는 ‘젊은 활동가’의 삶 그리고 작금의 활동가의 노동 현실 및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파출소를 불태워라!

S :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분야의 운동을 이어오고 있으신데, 본인이 운동을 하던 때와 지금의 활동가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세요?
K : 아마 ‘30대 초반의 젊은 활동가’ 하면 웃기다고 생각할 거다. 근데 정당이든 시민단체든 지역에 내려오면 30대 초반만 되도 매우 젊은 활동가고, 거의 없고 그런 상황이에요. 나는 이미 지금 50대고, 20대의 활동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질문의 답은 매우 어려워요. 그니깐 내 20대 이야기는 이미 30년 흘러가면서 내 나름대로 각색되고, 평가하면서 정리된 어떤 그 시절의 이야기에요. 바로 나한테 그걸 등치시키라고 그러면 그건 좀 말이 안돼요. 나는 당연히 좋게 말하게 되죠.
 
S : 그렇다면 당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회를 말씀 부탁드려요.
K : 교문 앞에서 최루탄이 터질 때 뒤에 구경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선동을 해가지고, 여기에 동참을 시키고’ 등의 이런 고민은 80년 대 활동했던 사람들이 훨씬 뛰어나고 정말 깊게 고민 했겠죠. 근데 지금 내가 딱 봐도 20대의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사회과학적, 철학적으로 하는 인생에 대한 고민은 지금이 훨씬 높아요. 아마 80년대 사회에는 그런 것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목적이 다른 거죠.
 
S : 당시의 운동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 부탁드려요.
K : 내가 파출소에 화염병을 폭파를 시키면 폭력배와 어떤 다름이 있어요. 지금 막 ‘그 짓’하면 폭력배로 지탄을 받을 거 아냐. 근데 그 당시도 비슷한 거죠. 그것을 정당화해야 할 ‘사고체’가 있었을 거 아냐. 그게 혁명이고. 이 세상을 뒤엎어야 하니깐, 그 국가의 폭력기구인 파출소를 파괴시키면서, 우리 일반 시민이나 민중들한테 이 파출소가 민중들에게 폭력적인 기구인지를 드러내고, 또 만날 주눅 들고 사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그것들을 다 무찔러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억눌린 의식을 깨쳐내면, 결국은 군중이 일어나가지고, 이 세상을 뒤엎을 거라는 그런 논리 속에 있으니깐. 매일 같이 화염병 던지고, 돌 던지고, 그게 즐거운 일 인거죠. 왜냐면 이 세상을 뒤엎는데, 이 일을 해야만 뒤엎어지니깐요. 그니깐 죽고, 다치고, 감옥 가고. 그랬죠.
치열함으로 보면 80년대의 여러 가지 운동을 했던 사람이 치열한 거죠. 근데 지금은 그러자고 하면 그럴 사람이 있겠어요? 없잖아요. 지금은 정말로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를 길게 보면서 다양한 걸 해석해야 하고, 또 자기 인생은 자기 인생대로 계획해야 되죠. 그니깐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른 거죠. 그래서 난 그게 80년대 활동한 사람이 위대하고, 지금은 좀 거기에 못 미친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지금은 지금대로 어떻게 보면, 80년대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힘든 처지에 있어요. 사회적, 경제적인 여러 가지 면이 많이 다르고요.
 
꼰대질은 꼰대에게..각색된 기억

S : 지역에서 활동하는 ‘30대 젊은 활동가’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K : 지역에서도 젊은 30대 초반 활동가들이 우리식으로 ‘엄살’을 부려요. “못하겠어요.”, “회원이 와가지고 나한테 비난을 하는데,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데, 뒤에 앉아가지고 내가 되게 능력 없다고 욕하는 거 같아요.” 라고 하소연을 해요. 그럼 앞에서는 “얼마나 힘들겠니” 하다가도 뒤에 또 우리(운동가 출신 40대, 50대)끼리 만나면, “요즘 얘들은 왜 이렇게 허약한 거야. 뭐 욕하면 마는 거지. 그거에 왜 상처를 받네 마네 하느냐” 우리끼리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겐 “그건 그대가 젊었을 때 얘기고, 지금 그 나이에 당신한테 누가 뒤에 앉아서 욕하는 사람 있냐. 이미 나이도 되고 지위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당신한테 뒷자리에서 욕하지 않지만, 20대, 30대들에게는 조금만 잘못된 게 보여도 뒤에서 욕하는 거고, 또 삶의 기반이 약하니깐 흔들리는 거다. 우리는 아니지 않냐. 지지해줄 가족도 있고 경제적인 기반이 있지 않냐.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20대는 각색된 20대다. 당신도 그때 얼마나 상처 받고, 만날 술 먹고, 선배가 날 비난했다고 하소연했다. 지금 와서 그 기억은 다 삭제하고, ‘허약한 20대, 흔들리는 20대’에게 나는 안 그랬다고 말하며 나무라는 건 옳지지 않다.”고 말해요. 오히려 30대 활동가들에겐 “그래 나도 그랬지. 그래도 세상은 바뀌고 또 우리 단체도 시간이 지나면 뭐 규모도 커지고 월급도 쌔게 줄 거다. 하나씩 같이 바꿔가자.”며 희망과 용기를 전해야 한다고 봐요.
 
S : 시간이 지나면 바뀔 거라는 생각하시나요?
K : 단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단체가 커져서 중소기업 임금수준, 평균임금 수준으로만 맞춰줘도 활동하는 친구들도 기가 살지 않을까.”라고. 왜냐하면 비공식적인 지원이 있으니깐, 다른 직장보단 소비 부담이 적어요. 생활수준이 나은 거죠. 또 시민단체 생활이 시간도 자유롭게 쓰는 면도 있으니깐. 명분만 잘 세우면, 강의나 교육도 들을 수 있고. 자기 친구들과 비교해서 더 많이 받진 않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급여에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내 계발을 위해 투자할 수 있고, ‘사람이 좋다’면 충분히 어느 시점까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정도 경쟁력만 시민단체들이 상근자에게 줄 수 있으면, 충분히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서 실현하려고 하는 활동가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근무시간 다이어트..365일 촛불은 힘들어

S : 진보정당들 내부에서도 서울과 비 서울간의 임금 격차가 큰 현실과 추가 근무 수당이나 대체 휴무 등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있는데요.
K : 지역으로 갈수록 어려워요. 울산에서 관계하는 단체들도 그래요. 임금을 올릴 수 없는 단체가 많죠. 지역 사무국장에 200만원, 300만원을 주겠어요? 그러면 “근무시간을 줄여라. 4시간만 일해라. 솔직히 시민단체에서 4시간만 바짝 일해도 사무는 다 본다. 나머지 4시간은 인터넷 검색하고 그런 때우는 시간이다. 굳이 기업처럼 출퇴근 도장 찍는 것도 아닌데, 오늘 해야 할 일 정해서 4시간 안에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교육 받든 자기 영화를 보든 알바를 뛰게 하라.”고 말해요. 우리 사무 간사는 10시부터 2시부터 일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하고 일을 하려면 그 시간에 처리해라.” 라는 인식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일요일에 데모한다고 일을 시켰으면 주중에 하루 놀게 해라. 어차피 특근비 못주니깐. 그거라도 해줘야 그 개인이 돈이 필요하면 알바를 하고, 계발이 필요하면 공부를, 개인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도 수년 째 주변 단체에 말하고 있어요.
그러면 두 가지 이유에서 납득을 못해요. 첫째, 출퇴근에 익숙한 직장인들은 이해를 못해요. 직업윤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니깐. 둘째, 일을 다 못해낸다고 말하죠. 그러면 제가 직무분석하자 해요. 한 명이 하루 종일 얼마나 정당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지 따져 보시오. 정말 4시간 만에 할 수 없는 지를.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해보니 되더라고요. 제 직장의 근무는 10시-2시, 2시-6시다. 공개적으로는 8시간 근무니깐. 출근해서 “내가 2시에 출근하니깐 꼭 할 일 있으면 하고, 없으면 내가 놀러 간다고 하면 기분 나쁘니깐, 적당히 좋은 핑계 대고 네 일을 하라. 공부하러 간다든지, 집안일이든지. 네 일만 끝내놓으면 상관없다.” 그러면 진짜 가요. 그래도 일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근데 출퇴근 개념이 익숙한 사람들은 말이 많죠. 거기서 우리가 시간을 줄여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없으니깐, 그냥, 해요. 그렇게라도 만들지 않으면, 돈으로 보상이 안 되니깐, 시간으로라도 보상을 받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런 속에서 문화를 정착 시켜야 해요.
회원들에게는 가끔 “당신은 1주일 직장생활을 하다가, 단체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게 그 다음 일주일을 위한 에너지이지 않냐. 구호도 외치고, 단체에 자원봉사의 기쁨을 느끼고, 삶의 희열을 느낄 거다. 하지만 주중 내내 단체에 있는 사람은 주말에 촛불과 행사를 하면 업무의 연장이기에 전혀 희열이 없다. 오히려 상근자는 주말에 일반 친구들 만나고, 놀고, 연애하고 해야 월요일에 즐겁게 창조적으로 일을 한다. 근데 정당, 시민단체 상근자를 주말 내내 부려버리면, 월요일에 오로지 촛불 밖에 머리에 없다. 상근자가 창의적으로 넓은 식견을 갖게 만들려면, 주말에 일하면 주중에 놀게 해서 이 조직 말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접하게 해야, 우리 조직에서 이 친구가 기쁘게 일한다. 왜 우리가 자본주의 임-노동관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출퇴근 도장을 찍게 만들어야 하나. 그건 자기의 자율과 책임 하에 움직일 수 있게 해주어야 더 발전적이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요.
 
S : 말씀하신 바를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데에 한계도 분명 존재할 것 같은데요.
K : 이렇게 운영이 되면, 개인주의화 되는 거에요.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고, 자율성 기반으로 움직이게 되죠. 운동 단체가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이 중요하니깐, 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게 있긴 할 거에요. 그럼에도 고민은 필요합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개인의 자율성이 큰 세대기 때문에, 자율성을 존중해주면서도 효율과 조직 계획을 강화시키는 방식이 필요해요. 조직원 모두가 정시 출퇴근은 누구나 다 아는 ‘전근대적 방식’이에요. 변화를 생각해봐야 해요. 반드시.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당시의 삶, 당신의 삶>
- 나, 활동가, 노동자. 두 번째 이야기


*본 연재기사는 1980년대 운동부터 지금까지 활동 하고 있는 ‘활동가’와 201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활동가’의 생애를 통해 사회 변화에 자신의 삶을 투신하는 이들의 고민과 삶을 담으려 합니다.
 
세상을 뒤엎을 ‘사고체’
‘엄살 부리는 청년들’
‘정시 출퇴근’은 전근대적 사고방식...

 
1980년대부터 서울과 울산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온 50대 남성을 만났다. 그는 1980년대 서울 S대학교에서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운동에 전념하느라 졸업을 마치지 못한 채, 울산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와 당시 운동가의 삶, 지금 함께 일하는 ‘젊은 활동가’의 삶 그리고 작금의 활동가의 노동 현실 및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파출소를 불태워라!

S :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분야의 운동을 이어오고 있으신데, 본인이 운동을 하던 때와 지금의 활동가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세요?
K : 아마 ‘30대 초반의 젊은 활동가’ 하면 웃기다고 생각할 거다. 근데 정당이든 시민단체든 지역에 내려오면 30대 초반만 되도 매우 젊은 활동가고, 거의 없고 그런 상황이에요. 나는 이미 지금 50대고, 20대의 활동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질문의 답은 매우 어려워요. 그니깐 내 20대 이야기는 이미 30년 흘러가면서 내 나름대로 각색되고, 평가하면서 정리된 어떤 그 시절의 이야기에요. 바로 나한테 그걸 등치시키라고 그러면 그건 좀 말이 안돼요. 나는 당연히 좋게 말하게 되죠.
 
S : 그렇다면 당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회를 말씀 부탁드려요.
K : 교문 앞에서 최루탄이 터질 때 뒤에 구경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선동을 해가지고, 여기에 동참을 시키고’ 등의 이런 고민은 80년 대 활동했던 사람들이 훨씬 뛰어나고 정말 깊게 고민 했겠죠. 근데 지금 내가 딱 봐도 20대의 활동가들이 생각하는 사회과학적, 철학적으로 하는 인생에 대한 고민은 지금이 훨씬 높아요. 아마 80년대 사회에는 그런 것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목적이 다른 거죠.
 
S : 당시의 운동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 부탁드려요.
K : 내가 파출소에 화염병을 폭파를 시키면 폭력배와 어떤 다름이 있어요. 지금 막 ‘그 짓’하면 폭력배로 지탄을 받을 거 아냐. 근데 그 당시도 비슷한 거죠. 그것을 정당화해야 할 ‘사고체’가 있었을 거 아냐. 그게 혁명이고. 이 세상을 뒤엎어야 하니깐, 그 국가의 폭력기구인 파출소를 파괴시키면서, 우리 일반 시민이나 민중들한테 이 파출소가 민중들에게 폭력적인 기구인지를 드러내고, 또 만날 주눅 들고 사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그것들을 다 무찔러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억눌린 의식을 깨쳐내면, 결국은 군중이 일어나가지고, 이 세상을 뒤엎을 거라는 그런 논리 속에 있으니깐. 매일 같이 화염병 던지고, 돌 던지고, 그게 즐거운 일 인거죠. 왜냐면 이 세상을 뒤엎는데, 이 일을 해야만 뒤엎어지니깐요. 그니깐 죽고, 다치고, 감옥 가고. 그랬죠.
치열함으로 보면 80년대의 여러 가지 운동을 했던 사람이 치열한 거죠. 근데 지금은 그러자고 하면 그럴 사람이 있겠어요? 없잖아요. 지금은 정말로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를 길게 보면서 다양한 걸 해석해야 하고, 또 자기 인생은 자기 인생대로 계획해야 되죠. 그니깐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른 거죠. 그래서 난 그게 80년대 활동한 사람이 위대하고, 지금은 좀 거기에 못 미친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지금은 지금대로 어떻게 보면, 80년대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힘든 처지에 있어요. 사회적, 경제적인 여러 가지 면이 많이 다르고요.
 
꼰대질은 꼰대에게..각색된 기억

S : 지역에서 활동하는 ‘30대 젊은 활동가’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K : 지역에서도 젊은 30대 초반 활동가들이 우리식으로 ‘엄살’을 부려요. “못하겠어요.”, “회원이 와가지고 나한테 비난을 하는데, 나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는데, 뒤에 앉아가지고 내가 되게 능력 없다고 욕하는 거 같아요.” 라고 하소연을 해요. 그럼 앞에서는 “얼마나 힘들겠니” 하다가도 뒤에 또 우리(운동가 출신 40대, 50대)끼리 만나면, “요즘 얘들은 왜 이렇게 허약한 거야. 뭐 욕하면 마는 거지. 그거에 왜 상처를 받네 마네 하느냐” 우리끼리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겐 “그건 그대가 젊었을 때 얘기고, 지금 그 나이에 당신한테 누가 뒤에 앉아서 욕하는 사람 있냐. 이미 나이도 되고 지위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당신한테 뒷자리에서 욕하지 않지만, 20대, 30대들에게는 조금만 잘못된 게 보여도 뒤에서 욕하는 거고, 또 삶의 기반이 약하니깐 흔들리는 거다. 우리는 아니지 않냐. 지지해줄 가족도 있고 경제적인 기반이 있지 않냐.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20대는 각색된 20대다. 당신도 그때 얼마나 상처 받고, 만날 술 먹고, 선배가 날 비난했다고 하소연했다. 지금 와서 그 기억은 다 삭제하고, ‘허약한 20대, 흔들리는 20대’에게 나는 안 그랬다고 말하며 나무라는 건 옳지지 않다.”고 말해요. 오히려 30대 활동가들에겐 “그래 나도 그랬지. 그래도 세상은 바뀌고 또 우리 단체도 시간이 지나면 뭐 규모도 커지고 월급도 쌔게 줄 거다. 하나씩 같이 바꿔가자.”며 희망과 용기를 전해야 한다고 봐요.
 
S : 시간이 지나면 바뀔 거라는 생각하시나요?
K : 단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단체가 커져서 중소기업 임금수준, 평균임금 수준으로만 맞춰줘도 활동하는 친구들도 기가 살지 않을까.”라고. 왜냐하면 비공식적인 지원이 있으니깐, 다른 직장보단 소비 부담이 적어요. 생활수준이 나은 거죠. 또 시민단체 생활이 시간도 자유롭게 쓰는 면도 있으니깐. 명분만 잘 세우면, 강의나 교육도 들을 수 있고. 자기 친구들과 비교해서 더 많이 받진 않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는 급여에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내 계발을 위해 투자할 수 있고, ‘사람이 좋다’면 충분히 어느 시점까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정도 경쟁력만 시민단체들이 상근자에게 줄 수 있으면, 충분히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서 실현하려고 하는 활동가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근무시간 다이어트..365일 촛불은 힘들어

S : 진보정당들 내부에서도 서울과 비 서울간의 임금 격차가 큰 현실과 추가 근무 수당이나 대체 휴무 등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있는데요.
K : 지역으로 갈수록 어려워요. 울산에서 관계하는 단체들도 그래요. 임금을 올릴 수 없는 단체가 많죠. 지역 사무국장에 200만원, 300만원을 주겠어요? 그러면 “근무시간을 줄여라. 4시간만 일해라. 솔직히 시민단체에서 4시간만 바짝 일해도 사무는 다 본다. 나머지 4시간은 인터넷 검색하고 그런 때우는 시간이다. 굳이 기업처럼 출퇴근 도장 찍는 것도 아닌데, 오늘 해야 할 일 정해서 4시간 안에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교육 받든 자기 영화를 보든 알바를 뛰게 하라.”고 말해요. 우리 사무 간사는 10시부터 2시부터 일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하고 일을 하려면 그 시간에 처리해라.” 라는 인식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일요일에 데모한다고 일을 시켰으면 주중에 하루 놀게 해라. 어차피 특근비 못주니깐. 그거라도 해줘야 그 개인이 돈이 필요하면 알바를 하고, 계발이 필요하면 공부를, 개인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도 수년 째 주변 단체에 말하고 있어요.
그러면 두 가지 이유에서 납득을 못해요. 첫째, 출퇴근에 익숙한 직장인들은 이해를 못해요. 직업윤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니깐. 둘째, 일을 다 못해낸다고 말하죠. 그러면 제가 직무분석하자 해요. 한 명이 하루 종일 얼마나 정당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지 따져 보시오. 정말 4시간 만에 할 수 없는 지를.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해보니 되더라고요. 제 직장의 근무는 10시-2시, 2시-6시다. 공개적으로는 8시간 근무니깐. 출근해서 “내가 2시에 출근하니깐 꼭 할 일 있으면 하고, 없으면 내가 놀러 간다고 하면 기분 나쁘니깐, 적당히 좋은 핑계 대고 네 일을 하라. 공부하러 간다든지, 집안일이든지. 네 일만 끝내놓으면 상관없다.” 그러면 진짜 가요. 그래도 일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근데 출퇴근 개념이 익숙한 사람들은 말이 많죠. 거기서 우리가 시간을 줄여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없으니깐, 그냥, 해요. 그렇게라도 만들지 않으면, 돈으로 보상이 안 되니깐, 시간으로라도 보상을 받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런 속에서 문화를 정착 시켜야 해요.
회원들에게는 가끔 “당신은 1주일 직장생활을 하다가, 단체나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게 그 다음 일주일을 위한 에너지이지 않냐. 구호도 외치고, 단체에 자원봉사의 기쁨을 느끼고, 삶의 희열을 느낄 거다. 하지만 주중 내내 단체에 있는 사람은 주말에 촛불과 행사를 하면 업무의 연장이기에 전혀 희열이 없다. 오히려 상근자는 주말에 일반 친구들 만나고, 놀고, 연애하고 해야 월요일에 즐겁게 창조적으로 일을 한다. 근데 정당, 시민단체 상근자를 주말 내내 부려버리면, 월요일에 오로지 촛불 밖에 머리에 없다. 상근자가 창의적으로 넓은 식견을 갖게 만들려면, 주말에 일하면 주중에 놀게 해서 이 조직 말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접하게 해야, 우리 조직에서 이 친구가 기쁘게 일한다. 왜 우리가 자본주의 임-노동관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출퇴근 도장을 찍게 만들어야 하나. 그건 자기의 자율과 책임 하에 움직일 수 있게 해주어야 더 발전적이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요.
 
S : 말씀하신 바를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데에 한계도 분명 존재할 것 같은데요.
K : 이렇게 운영이 되면, 개인주의화 되는 거에요.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고, 자율성 기반으로 움직이게 되죠. 운동 단체가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이 중요하니깐, 바로 적용되기 어려운 게 있긴 할 거에요. 그럼에도 고민은 필요합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개인의 자율성이 큰 세대기 때문에, 자율성을 존중해주면서도 효율과 조직 계획을 강화시키는 방식이 필요해요. 조직원 모두가 정시 출퇴근은 누구나 다 아는 ‘전근대적 방식’이에요. 변화를 생각해봐야 해요. 반드시.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활동가 정체성’,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
- 나, 활동가, 노동자. 첫번째 이야기


*본 연재기사는 1980년대 운동부터 지금까지 활동 하고 있는 ‘활동가’와 201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활동가’의 생애를 통해 사회 변화에 자신의 삶을 투신하는 이들의 고민과 삶을 담으려 합니다.

“임금체불을 당해서 물고기를 시가로 받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야근이 즐거웠다.”

2016년 11월, 주황색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에 청년들이 모여 앉았다. 그들의 하나의 존재였지만,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린다. ‘노동자’ 혹은 ‘활동가’로. 그들은 ‘2016 서울청년주간’의 세션 중 하나인 <우리, 활동가-노동자>의 토론에 참여한 ‘활동가’들이었다. “활동가라지만 항상 노동자라고 생각했다.” “임금체불을 당해서 물고기를 시가로 받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야근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내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싶다.”, “언제까지 해야 될 지 고민이다.” 등 20대, 30대 청년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고민들이 즐비했다.

‘공익’과 ‘사회 변화’를 향한 열망만 빼면, 그들도 엄연히 노동과 보상을 교환하는 노동자이다. 물론 여러 실험에서 보이듯, 공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경우 금전적 인센티브와 업무의 효율이 항상 비례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활동가’들이 자리를 만들어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데에는 그만큼의 오랜 시간에 걸친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월급이 아닌 ‘활동비’
“활동가도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시간이 필요해.”
“넌 참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 같아.”
‘선배세대들도 답 몰라’…주체적으로 만드는 '활동가 정체성'

 


ⓒ 제 109주년 ‘세계 여성의 날’에 행진 중인 H씨와 활동가들(H씨 SNS 중에서)


'전업 활동가'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자, 오래간만에 정시에 퇴근한 활동가 H씨를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월말에 업무가 많아 며칠 동안 늦은 밤이 되어서야 퇴근한 그의 모습은 피곤해 보였지만, 할 이야기는 많은 듯 보였다. 보통의 직장인들과는 조금 다른 30대를 살고 있는 그의 삶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의 학교, 두 개의 직장

S : 대학 입학부터 지금 단체에 오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아 왔나?
H : 처음 다닌 대학에서 몇 년간 학생회 중심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정작 수업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전공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기업 회장과 사장의 이름을 딴 강의실과 건물들에 반감을 느꼈던 것 같다. 졸업을 하면 운동을 할 때 돌아갈 곳이 있는 셈이라 졸업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학생운동에 전념하면서 여러 일을 겪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자기혐오와 좌절감을 느꼈고, 도망치듯이 학교를 떠났다. 이후 켄 로치처럼 노동자들의 영화를 찍고 싶어 영화학교로 갔다.

S : 학생운동에서 멀어지려 다른 학교로 갔다고 들었다. 이후에는 무슨 고민을 가지고 살았나?
H : 노동자를 위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조에서 활동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운동단체에 들어가 활동했다. 그러다 비정규직 노조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고, 그곳에서 노조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노조탄압으로 조합원이 자살하는 등 여러 일을 겪었다. 매일 회사 앞에서 농성 투쟁을 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S : 노조 활동을 중단하고 지금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 단체에서의 활동은 어떤가?
H : 만 2년 반 정도 됐다. 우리는 이곳에서 매월 받는 돈을 월급이 아니라 활동비라고 부른다. ‘사업주’가 없고, ‘노무’를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활동가들의 자발적 의지로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115만원 남짓 받는다.

S : 크지 않은 액수인 것 같다.
H : 정해진 예산이 있어 올리기 쉽지 않다. 시와 정부의 예산도 받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래서 회비, 출판, 강연, 연구 사업 수입에만 의존한다. 이처럼 재정의 한계가 있다. 후원금이 늘면 나아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단체의 성격을 바꿔서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원을 받다 보면 애초에 만든 취지와 목적과는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해야 된다. 그러면 굳이 지금 같은 단체를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거다. 이 단체의 목적은 독립적인, 자립적인 사회운동으로써 사회를 바꾸는 취지 속에서 만든 거기 때문이다. 

S :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H : 그래서 제도를 하나 만들었다. 활동 기간에 따라 월 단위 장기휴가를 지급하는 제도다.

S : 시간과 돈 중에 무엇에 대한 갈증이 더 느끼고 있나?
H : 시간에 대한 갈증이 더 크다. 쉬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공부를 하며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시간도 필요하다. 

노동자 아닌 노동자

S : 흔히들 '활동가'는 노동-보상이 교환되는 노동자의 측면과 공익을 추구하는 활동가라는 측면이 혼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H : 물론 나는 '노동자'이지만,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내게 '노동자' 정체성을 부여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활동하면서 이따금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런 일들이 내게 '노동자' 정체성을 갖게 한다. 단체 안에서는 노무 지시자도 없고, 내 활동은 스스로 기획하고 통제할 수 있다.

'활동가'라는 의미에 대하여

S : '활동가'라는 명칭에 ‘민주화 운동 때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노동현장에 있던 사람들’, '숭고한 가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라는 분위기가 투영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H: 그런 인식은 많은 거 같다. 시키는 대로 해야 되고, 토론문화가 없는 것도 많다. 내가 활동하는 곳은 같이 토론하고, 적극적으로 내 주장을 하고 의견이 모으면서 움직인다. 그래서 잘만 하면 자긍심도 가질 수 있다. 또 ‘활동’에 대한 규정이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다. 저는 기준이 높았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활동가라는 걸 꼭 무엇이어야 된다는 규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활동가를 ‘전업활동가’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체의 상근자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만의 역할과 포지션이 있다.
다만 주체적인 의미부여가 있는 것이다. 활동가는 무조건 헌신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동조건이나 활동조건에 대해 군말 없이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과 활동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함께 조건을 바꿔보자고 이야기할 거다. 내가 빚이 많고 어려우면, 서포트를 논의할 수도 있는 거지, “활동가니깐 견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운동, 노조 있을 때 ‘견뎌’라는 압박이 심했다. 신경림의 시중에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라는 시가 있다. 훌륭한 활동가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에게는 헌신적이고, 나한테 가혹하고, 부지런한 모습들이 그것이다. 회의나 집회를 늦게 가거나 하면 굉장히 반감이 있었다. 지금은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누구든 자기 스스로 동기부여가 강하게 되는 만큼 할 수 있는 거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만의 타이밍이 있는 거다.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다. 강박과 규율이 너무 강해서, 흔들릴 때도 나 자신을 못 견디고 자기혐오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조건이 안 좋기 때문에, 누구든 철인같이 할 수 없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에서 주인공으로

S : 모두가 철인 같을 수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H : 운동이 무너졌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기준과 전형이란 게 없어졌다. 우리 같은 젊은 세대가 새로 규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만들어 놓은 것 위에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것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새롭게 만들어 나가면 된다.

S : 선배세대에 대한 반감이나 문제의식을 느끼면 어떻게 대처했나?
H :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해는 가지만, 반대 부분도 있다.”,  “그건 아닌 거 같다.” 등.

S : 이야기하면 수렴이 되나?
H : 직접 얼굴보고 이야기하면 심하게 “니가 뭔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가끔 만나긴 하지만 그런 사람은 상종 안 하면 된다. 그런 사람들은 그 나이 때에게도 안 먹힌다. 다른 분들에겐 “그렇게 느끼실 수 있는데, 집에 가서 한 번 더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기분 나빴으면 죄송한데, 저도 생각해보겠다.”처럼 이야기 해왔다. 그럼에도 “니 말이 다 맞고, 좋은 말인데, 넌 참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 같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러면 그냥 개긴다.(웃음)

S : 반면 각종 운동을 해온 선배들에게 배울 점도 많지 않나?
H : 배울 점은 그 무수한 경험들인 것 같다. 전투, 투쟁의 경험이 많다. 선배들에겐 여러 가지 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생각지 못한 걸 이야기해서 아이디어, 힌트가 될 때가 있다. 가끔 내가 과감하게 못할 때, 더 과감하게 하는 선배들이 있다. 통상적인 생각을 깨고 생각하지 못한 전술을 제시한다. 뒤도 안 돌아보고 몰아붙인다. 겁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게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 겁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걸 보고 여러 가지를 배운다.

우리에겐 활동가가 필요해!

S : 노조나 시민단체에 관심이 없거나 정보가 부족한 시민들은 ‘활동가’가 왜 필요한 지에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활동가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H : 노조든 시민단체든, 어느 집단에서든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은 ‘제도 안에 있지만 계속해서 제도 밖을 상상하는 존재’ 혹은 ‘사상과 현실 간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다. 특정 사안에 대해 먼저 고민하는 ‘타이밍’이 온 사람들은 타이밍이 안 온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틈을 벌려야 한다. 활동가는 벌어지지 않는 견고한 현실의 틈을 벌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S : 활동가의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과 노동권 향상을 위해 이 사회가 변화해야할 가장 큰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H : 법적 지원이 있지만, 조직이 법적 지원을 받으면 독립성이 없어지니 회의적이다. 어느 조직이든, 사회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지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제도와 운동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적 차이가 줄어들면서, 다 주체가 되는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젊은 세대의 활동가들이 비전이 없고, 성장이 없는 문제도 지식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은 경험도 지식도 없다. 경험적으로 안 채워진다면 다른 부분의 학습과 토론으로 메워지는 것이다. 활동가도 정치인이랑 비슷하다. 설득하고 싸워야 한다.

S : 끝으로 경제적 빈곤, 가족 등 지인의 회유, 고용 불안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활동가들이 오래지 않아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은 본인의 '활동가'로서의 수명에 대해 낙관적인가?
H : 중요한 건 누가 전망을 만들어주지 않고, 선배세대들도 전망이 없다는 거다. 전망을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전망을 스스로 만드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주체가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이어야, 운동사회 안에서의 시민권이 강하게 생긴다고 본다. 선배세대한테 “전망과 권리를 달라”, “우리를 왜 끌어주지 않느냐” 보다는, 우리 세대가 우리끼리 공부 고민해서 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선배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발언권도 만들어야 한다. 자기 계발을 할 조건을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이다. 활동비 많이 받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래서 더욱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에 과감하게 말하고, 비전도 세워야 한다고 본다. 조직 안에서 비전을 찾는 노력과 고민을 했는데도 없는 경우에는, 주체적으로 집단 밖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관료화 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찾을 수 있다. 그 안에서 만들어 가는 거고 제 미래도 결정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중요한건 선배 세대들도 모르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같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대학교의 통일교육, 앞으로의 발전방향은?

 

통일교육은 통일을 준비하는 첫 단계로 매우 중요한 첫 단추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일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그리고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별로 맞춤형 통일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대학 통일교육의 경우, 2016년 3월에 현 정부가 통일교육 선도대학을 선정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필자는 대학 통일교육의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고 앞으로 대학 통일교육의 발전방향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통일교육의 목표 – 통일교육 평화로 미래로  ⓒ 교육부 홈페이지

우선 현재 정부의 대학 통일교육 지원 현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작년 3월 정부는 처음으로 4개 권역의 6개 대학을 ‘통일교육 선도대학’으로 지정하였고 총 18억원을 지원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대와 숭실대, 아주대, 전라권에서는 광주교육대, 충청권에서는 충남대, 경상권에서는 경남대가 선정되었고 해당 대학들은 향후 대학 통일교육 모델 연구와 관련 교양과목 확대 그리고 통일교육 활성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대학별 사업계획과 규모, 재학생 수 등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총 18억원의 지원금 중 적정한 수준의 보조금이 지원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정부는 총 10억원의 지원금으로 옴니버스 강좌 30여개 및 통일, 북한 관련 정규강좌 30여개를 개설하는 데 지원하였다. 또한, 정부는 총 17개 대학에 ‘지역통일교육센터’를 지정하여 설치하였고 전국대학통일문제연구소협의회를 지원함으로써 통일한국 모의국무회의, 통일토론대회, 통일포럼등 각종 공모전을 개최하고 많은 대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정부가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대학통일교육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통일교육 방안이 실행되기 이전에 진행되었던 통일교육의 한계를 토대로 대학 통일교육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하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은 대학통일교육의 세가지 발전방향을 강조하였다. 첫번째는 지식전달에서 통일역량 배양으로의 발전이다.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북한통일관련 정보 전달과 통일정책 홍보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이제는 통일역량 배양을 위한 교육으로 전환해야할 시기라고 한다. 통일역량의 핵심은 ‘함께 살기 능력’이며 통일을 이루려는 의지, 통일미래에 대한 성찰과 적극적인 참여, 통일 과정에서 남북한 국민간의 차이 극복과 반편견 그리고 민주적 의사소통으로 인한 평화적 갈등해결이 그 예시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은 교양과정이나 전공과정에 따라 지식전달 교육의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교양과정은 다양한 교양과목에서 몇번의 강좌를 통해 통일역량 함양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거나 통일을 교육의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전공과정에서는 각 전공의 특징을 반영하여 대학생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비판적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다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째는 안보교육에서 평화통일 교육의 전환이다.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은 ‘균형있는’ 안보관의 중요성을 피력했는데 이는 ‘균형’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대학교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관점들이 표출되며 충분한 논의가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안보 및 평화 그리고 통일과 평화공존의 문제를 깊이있게 다룰 필요가 있고 체험학습이 이루어졌을 경우 안보시설의 재해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안보시설을 분단의 상처와 통일의 필요성을 체험하는 곳으로 인식시킴으로써 대학생이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숭실대는 통일교육 선도대학으로 선정되기 전 이미 국내 대학 최초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란 교양필수 과목을 개설해 신입생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하여 주목을 받았던 대학이다. 숭실대의 신입생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과목을 한학기 동안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수강하면서 오프라인 체험의 일환으로 3박 4일간 문경에 위치한 ‘숭실통일지도자연수원’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게 된다. 숭실대 통일교육 담당 교수인 조은희 박사는 수업으로만 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필요성과 흥미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외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더 실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 결과, 조은희 박사는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높은 참여도와 흥미를 보이고 있고 통일의 중요성 및 당위성을 체험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2015년 숭실통일리더십 스쿨  ⓒ숭실대학교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의 통일교육이 학생들의 삶과 생활세계와의 연계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일상과 남북한 분단의 현실간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교육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전공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미래, 직업생활을 통일문제와 연계하여 교육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법학 전공자라면 통일 이후에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대비해 ‘통일헌법’ 제정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다른 예로 경영학 전공자의 경우, 통일 이후 기업들의 경영관리 등을 다루는 강의를 개설하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이 필요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각 전공의 전문성과 통일을 접목시킨다면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통일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통일 문제를 논의할 시,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적합한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90년대 중후반을 전후로 출생한 세대들인데 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남북한의 뚜렷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인식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한민족이라는 인식보다 오히려 통일이 현재 자신들의 경제적 혹은 안보적 이익에 부담을 가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따라서,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에 의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무조건적인 인식을 대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보다 열린 교육방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통일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여 서로 찬반의견을 나누어보고 자발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통일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더 큰 꿈과 희망을 실현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한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의지이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고착화된다면 남북한은 앞으로도 몇 십년 동안 위험한 분단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통일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 때 정부의 통일 대박론으로 대학생들의 관심 또한 높아졌었지만 청년실업과 같은 청년문제로 대학생들은 국가적 문제에 많은 시간적, 정신적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현 시국 상황이 안정되고 대학 통일교육이 발전되어서 대학가에 통일에 대한 공론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황세영 기자 miasanmia96@hanmail.net

 

출처:
통일 미래의 꿈, "통일교육의 현재와 미래" 中 조정아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문 발췌, 황인성, http://unikoreablog.tistory.com/6757, 2017. 3. 1
통일부, "대학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2016년 통일교육 선도대학 선정", http://www.unikorea.go.kr/content.do?cmsid=1557&mode=view&page=11&cid=44796, 2017. 3. 1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정치권에서 소외된 청년, 방법은?

[미래정치센터] 청년 정치와 만 18세 선거권

 

만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 선거권 연령인 만19세와 만18세가 지적으로 무엇이 다른가?'부터 '병역의 의무만 있고 참정권은 없느냐?'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반면,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만 18세의 학업 병행 여부를 문제 삼아 판단력을 의심하고 있다.

만 18세 선거권 논란,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 18~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치에 대한 인식과 생각을 서면으로 물었다.  

▲ 18세 선거권 보장을 위한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1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8세 투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권리 없이 의무만 다하는 것은 부당" VS. "18세 참정권 확대, 사회적 편익 적어"

 


'만 18세 선거권에 찬성하느냐?'라는 물음에 김상민(가명, 19) 씨는 "의무만 다하고 권리는 부여되지 않는 현실 납득 못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따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좌냐 우냐 하는 확고한 정치사상도 아직 없지만, 이 논란에 있어서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OECD 국가 중 만19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라고 한다. 다른 국가들의 기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만 18세는 선거권을 부여받기에 충분한 나이다"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근거까지 제시했다. 

이와 대비되는 의견도 있었다. 이제 막 선거권을 갖게 된 또 다른 김두영(가명, 19)씨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정치판을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의미 있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선주자들을 분석하며 그들의 공약과 역량을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인터뷰이와 달리 만 18세 선거권 보장 이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비록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통해서 정치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매우 저조하고 만18세 청소년들은 대부분 고3으로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치로 눈을 돌리기가 힘들다.
" 

만18세 선거권 부여의 사회적 편익이 그리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었다. 또한 그는 청소년들의 지적 수준이 선거에 참여하는 데에 적합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잘못 주었다가는 정치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시선을 더 가볍게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씨는 충분한 사전 교육이나 의식 개혁 없이는 선거권의 확대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청년들의 여론 또한 생각 외로 다양했으나, 인터뷰했던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이 만 19세 이상의 성인과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진 못했다. 만18세 선거권 확대 문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관계없이 모두가 저마다의 합리성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고 있었고, 정치를 향해 나름의 관심과 참여를 보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는 선택지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24.4%,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58.4%로, 정치·사회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그 주체로 상정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정치, 청년 중심으로 세대교체해야기성 정치권 선거권 확대 노력 절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특히 SNS와 인터넷은 청소년이 주변의 색안경 낀 시선 없이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고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스마트폰 메신저 앱을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과 서로의 주장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았다. 본 기자가 만난 모임은 17세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청년들로 이루어진 단체 채팅방이었다. 해당 모임은 6년간 지속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모임원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서 접했다. 비록 대부분이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제도 정치권 못지않은 토론과 설전이 오갔다.

채팅방에서 가장 많은 얘기를 쏟아내는 사람 중 하나인 황찬민(가명, 18)씨는 이 모임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된 청년 진보주의자들의 모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활동을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오프라인에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개인적·사회적 이슈들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채팅방 내부에서는 페미니즘이나 LGBT 문제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있는 사안들까지 토론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 청년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서 논하는 채팅방. ⓒ미래정치센터(강승민)


모임의 리더로 불리는 이준석(가명, 18) 씨는 "많은 청년들이 연예계, 스포츠 등 자신만의 관심사에 열정을 쏟고 있지 않냐"며 "우리도 분야만 다를 뿐 그들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그는 청년들의 참여가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함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사실상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현실적으로 개선하려면 청년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야 하는 게 맞다. 과거엔 학생운동 중심으로 청년의 정치참여가 이루어졌다면 이젠 청년정책의 제시와 활발한 토론으로써 정치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패러다임 변화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정치권에 대한 호소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청년 정치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선 기성 정치세력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첫 삽을 떠줘야 앞으로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18세 선거권 역시 이런 첫 삽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선거 기간인 만큼 정치공학의 일종이라는 비판이 생길 수 있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시행 전 활발한 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자명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갖는 권리, '기본권'이다. 국민은 국가로부터 불가침의 기본권을 인정받음으로써, 공공의 의무를 행한다. 그러나 만 18세 청소년들에게는 생소하고 공허한 명제일 뿐이다. 역사는 기본권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확대되어왔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이기 때문에 누구나 차별 없이 가져야 할 선거권이 만 18세 청소년에게 부여될 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그들은 어른들의 감시와 훈육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는 주체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yrt1489@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청년이 이끄는 통일 – 청년, 통일하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으며, 남한에서의 갈등이 커져가는 이 상황 속에서는 남한의 의견일치부터 필요해 보인다.분단 72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종합병원’이다. 국정농단 사태는 물론 청년실업과 열정페이 등 수많은 문제를 껴안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도 불안하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흔들리던 남북관계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북한을 더욱 원색적으로

2014년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추진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였다. 이유는 청년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청년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모습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크게 변화하였다. 정의를 외치며 시작된 촛불집회는 사회의 부조리함, 특히 청년의 삶의 질 개선을 촉구하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정치 무관심층’이라 불린 청년 및 학생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모든 계층의 요구가 표출되었다. 촛불시민혁명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도화선이 된 지금, 대한민국의 오랜 꿈이었던 통일도 다시 말할 때가 왔다. 청년의 관점에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그들이 이끄는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 촛불시민혁명에는 많은 청년이 참가하여 암울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내일의 희망을 외쳤다. ⓒ이재간

 

통일과 멀어진 대한민국 청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가 2016년 7월 1일부터 22일까지 19~74세의 대한민국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통일에 대한 의견이 세대별로 크게 달랐다. 60대 이상의 국민은 75.4%가 ‘통일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19~29세, 30대의 긍정적인 응답은 그것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6%대에 머물렀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대다수의 대한민국 청년은 어릴 적 ‘하나 된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TV 생중계로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활성화된 남북교류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을 표방하며 대북강경책을 내세웠다. 정부 차원 대북 인도지원금을 2008년 438억 원에서 2012년 23억 원으로 대폭 줄이고, 군사적 마찰에도 과할 정도로 단호히 대응하였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 뒤에도 대북강경책은 계속되었다. 개성공단은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반발해 폐쇄되었고, 1년 넘게 중단 상태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 소속 김수현 보좌관은 “지난 9년간의 남북관계에서 청년이 봐온 것은 부정적인 모습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통일정책의 이점을 청년이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때 통일에 대한 청년의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탓도 있다.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 강구섭 연구위원이 발표한 ‘교과 내 통일교육 내용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중학교 도덕·역사 교과서에서 분단의 배경과 역사에 관한 내용은 있으나, 통일국가를 만들어나갈 방안에 대한 서술은 부족하다. 고등학교 교과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일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교과서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생활상이나 통일의 방법보다는 북한에 대한 책임론이 주가 되는 양상이다. 한창 논란 속에 있는 국정교과서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서술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차단한다. 지난해 통일부가 전국 615개 초·중·고등학교 학생 106,347명을 대상으로 한 ‘2016년 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학생들은 독재/인물(47.3%), 전쟁/군사(21.2%)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민족/통일(9.3%), 지원/협력(0.5%)보다 높은 수치이다. 통일 이후의 사회변화에 대해서는 53.0%의 학생들만이 ‘좋아질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 2016년 통일부가 전국 615개 초·중·고등학교 학생 106,347명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 실태조사’에서 ‘북한의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이 답한 내용. ‘한민족/통일’의 응답률이 낮은 편이다. 이는 2014년(12.9%), 2015년(10.6%) 때보다도 낮아진 수치이다.  ⓒ자료출처 : 통일부 / 그래픽 : 이재간

 청년의 관심이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팍팍한 삶’ 때문일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청년은 연애, 인간관계, 주택 등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하여 ‘N포 세대’라 불린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청년에겐 통일을 위한 비용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분단비용’ 즉, 현재의 분단 상태로 인한 지출도 만만치 않다. 2017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방비가 최초로 40조 원을 넘었다. 특히 무기체계 획득 및 개발을 위한 방위력개선비는 2016년 대비 4.8% 증가한 12조 1,970억 원에 달한다. 무기비용 외에도 행정적 비용, 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드는 비용 등도 고려하면 액수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통일이 되어 얻는 편익이 통일의 과정에서 드는 돈보다 훨씬 많이 든다고 예측한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통일보다 큰 통일편익(통일교육원, 2011)’에서 ‘통일로 인한 국방비 감축, 자원 개발, 인구 증가와 더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양한 편익이 분단비용보다 훨씬 크며 영구적’이라고 서술하였다. 통일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와 안정적인 경제발전은 청년에게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대다수 통일학자의 관측이다.

 

어떻게 하나가 될 것인가

 통일은 청년 문제를 비롯하여 경제 문제, 안보 위협 등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돌파구가 된다. 인도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도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 방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말한 ‘통일대박’은 그 방법이 불분명했다. 이후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는 흡수통일 논란을 빚었고, 야당은 반발했다. 김수현 보좌관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통일에 관심을 가지도록 ‘통일대박론’을 말한 듯하다”며,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통일할 수 있다는 기대와 물리적 통일만이 전부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아무리 통일이 필요하다고 해도 계획 없는 무조건적인 통일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정한 통일의 방법은 평화적 통일과 과정 중심의 통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협력하며 더 나은 삶을 가꾸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하여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여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합의하였다. 즉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김 보좌관은 “체제와 생각은 금방 변할 수 없으므로 민주정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최선의 통일 방법을 찾은 사례가 있듯, 이를 보완한 방식을 만들어 장기적 과제로 두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년은 이러한 통일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새터민 대학생 김 모 씨는 “통일은 바람직하고 저도 관심이 많지만, 남한 청년은 취업과 공부 때문에 통일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내 북한 인권 동아리에서는 책자 배포, 사진전, 세미나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학생들이 먼저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통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다면 더욱 많은 청년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청년의 힘으로

 모든 청년이 통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선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통일을 이루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통일은 휴전선을 지우는 것만이 아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태도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정치적 측면만이 아닌 사회문화적 측면도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 일부는 북한의 도발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북지원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체에 나오는 북한의 도발은 지도층만의 행동이다. 그것이 북한 주민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주민은 기아와 과도한 벌목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선 개성공단 폐쇄 등의 정책은 오히려 주민의 삶과 남북통일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9년간 볼 수 있었던 모습이며, 이는 명백한 인권유린이자 한반도 평화에 저해되는 행위이다. 북한 주민은 미래에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므로, 북한 주민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아래에서의 통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통일에 적극적인 청년은 각자가 중심이 되어 여론을 형성하고 정치인들을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가 우선하되 북한의 의견에 끌려 다니지 않는 대북정책을 실행하고, 항구적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지도층과의 의견 교환이 있어야 한다. 또한, 청년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기성세대가 제시하지 못한 새로운 통일 과정을 제시한다. 최근 제시된 통일 모델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합의문에서의 연합제 모델과 ‘통일대박론’에서의 흡수통일 모델이다. 이를 수정하고 구체화하여 현재 상황에 맞는 모델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일자리 개발, 녹지도시 건설 등은 청년의 삶과 맞물려 있으면서 통일의 한 과정이 될 수 있는 요소이다. 청년의 이러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여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이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다. 공정한 사회,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을 향한다. 그 열기가 대한민국을 더욱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모두 이루어진 뒤에도 청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아름다운 변화의 끝은 우리의 숙원인 통일이 될 것이다.

이재간 기자 (0603jk@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동물 복지, 모두 행복한 사회의 출발

[청년기자] 정의당 송치용 동물복지위원장
    2017년 03월 29일 11:47 오전

 

레디앙은 정의당 미래정치센터와 협의하여 청년기자들이 취재하여 작성한 기사들을 약 10여차례 연재한다. 청년들의 현실과 고민들을 청년들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정리한다는 취지이다. 레디앙은 정의당 청년기자단의 글뿐 아니라 청년들의 노동현실, 학교생활,현재와 미래의 고민 등이 담긴 어떤 글들도 환영하고 게재를 적극 검토할 생각이다. 참여를 부탁드린다. <편집자>
——–

 

AI를 발견하고 확진까지 3주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방역을 하지 않아 수천만 마리의 생명의 죽음을 방치한 나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고래학살지로 유명한 곳에서 돌고래를 수입,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나라. 개들이 배고픔을 못 이겨 철사뭉치나 천 따위를 먹도록 방치한 개농장 주인에게 폐기물 관리법으로 과태료 30만원을 처분한 나라.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이다.

 

본 기자는 작금의 AI, 구제역 참사와 계속되는 동물 학대 등 동물복지와 관련된 주제로 송치용 정의당 동물복지위원장을 상대로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송치용 정의당 동물복지위원장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해 정의당 동물복지모임 ‘아리’의 대표이며, 현재 정의당 예비내각 ‘동물복지부’ 장관이기도 하다.

 

Q 이번에 AI 피해를 막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의당 송치용 동물복지위원장 (이하 송위원장) : 첫 번째 근본원인은 세계적으로 분포된 철새들이 전염병에 감염되어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가까운 중국의 가금산업(특히 오리)에 감염병이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죠. 해마다 바이러스가 변이되고 증폭되고 있어서 그 바이러스가 한국으로 넘어 오고 있지요. 이번처럼 너무나 재앙적인 AI의 발생과 산업의 피해는 정부의 방역정책과 시행과정의 실패에 기인한 측면이 있습니다. 방역부분의 절대적 인력부족을 방치함과 동시에 지방정부와 농가에 방역책임을 떠넘긴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현 동물보호법 10조는 ‘동물을 죽이는 경우 가스법, 전살법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 조항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사법 또한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가혹하다고 합니다.

 

가축 살처분 장면  © 레디앙

 

Q 만약 살처분이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살처분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야하고 또 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송위원장 : 살처분을 최대한 피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국가방역을 위해서 살처분할 때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따라야합니다. 우리나라도 법으로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는데 실제 작업과정에 편리성에 따라서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살처분의 책임이 농가에 있기에 비용을 절약하려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부를 적게 투입하고 일의 효율을 높이려하는 것이지요. 해결방법으로는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들을 교육과 훈련을 거친 사람으로 미리 준비해야하며, 이를 제대로 되는지 감시하는 기능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주사로 안락사 시키는 것은 주로 소 같은 대동물인데 축사가 밀폐되어 있지 않아서 가스로 할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무조건 가스가 주사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살처분 과정이 공포스럽지 않게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동물보호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한다고 보십니까?

송위원장 : 정의당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동물이 물건으로 민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소유주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학대해도 처벌 근거가 미약하죠. 따라서 동물이 생명을 갖고 있고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이 있는 생명체로서 존중을 받도록 생명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이 강아지공장을 규제할 수 있도록 동물학대금지와 자가치료 금지 법안입니다. 많은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 단체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자 주 : 인도와 이집트, 브라질,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6개국은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생명의 존엄성’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민법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Q 최근 끔찍한 동물학대 사례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서 필요한 근본적인 방안은 무엇일까요?

송위원장 : 근본적으로는 지나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함께 사는 세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의당이 추구하는 사회와 국가이지요. 불안한 인간이 더 약하거나 불쌍한 사람이나 동물에 학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을 치유하는데 역설적으로 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이 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는 길이 이런 각박한 세상을 치유하는 길이 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동물복지’에 대해, ‘사람에 대한 복지도 미진한데 동물복지까지 신경 써야하나…’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설득해야할까요?

 

Q 동물권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송위원장 : 그런 말 많이 하죠. 사람도 살기 어려운데 무슨 동물복지 타령이냐구요. 인간은 역사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인간을 억압하는 굴레를 하나하나 해방시켜왔습니다. 노예를 여성을 장애인을 성소수자를… 그러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으로 바꿔 나왔습니다. 이제는 동물도 사람과 함께 사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학대 받는 동물을 보면서 사람만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것이지요. 이제는 그럴만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설득해야죠. 아직 여성 장애 성소수자 문제도 다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문제 다 해결되고 나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죠.

‘동물복지’의 관점에 있어 대한민국은 차츰 진보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 32동물보호법 개정안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어 강아지 공장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동물학대 행위자와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다.

국회 차원에서는 여야 국회의원 50명으로 구성된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 이헌승, 황주홍, 이정미 국회의원)이 지속적으로 동물복지를 위한 다양한 법률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반려동물 보호와 관련 산업 육성을 전담하는 ‘동물복지팀’이 신설되는 등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 진정한 동물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동물실험, 동물학대 등 아직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고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고통 속에 방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는 수많은 시민들과 반려동물보호단체, 수의사단체가 힘을 합친다면 그 어떠한 변화도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하나로 모일 때 ‘동물복지국가 대한민국’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동물복지는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는 출발점이다. 조류독감 확산으로 3000만 마리가 잔인하게 폐사당하는 나라에게, 유기동물 중 30% 이상이 폐사, 안락사 당하는 것을 방치하는 나라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동물복지는 인간에 대한 복지가 충분한 상태에서 실현되어야하는 가치가 아니며 바로 지금, 모두가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이다.

 

정의당 송치용 동물복지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일부에서 우리나라가 동물복지를 말할 때냐고 지적하지만 사랑과 연대가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자면 동물권 생명권도 반드시 필요한 권리입니다. 이런 일에 정의당이 앞장서는 것이 당연하구요.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드는 것이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가 꿈꾸는 목표라고 말했다.

 

김근호 기자 geunho131@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수필] 나쁜 채식주의자의 외침

 

나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재수하는 청소년이다. 학교에서 급식을 안 먹게 된 이후로 채식을 시작했다. 나는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계란, 유제품, 해산물은 먹는 페스코다. 채식을 시작한 지는 약 2개월 반 정도 되었다.

 


냉장고에 있는 콩 햄으로 흔히 채식주의자들이 단백질

보충 등  고기를 대신하여 먹는 것이다. ©오성용

 

어렸을 때부터 나는 동물을 좋아했다. 동물원에 가기를 좋아했고 천식이 있어도 강아지 키우는 게 꿈이었다. 반면 나는 고기를 매우 좋아했다. 밥 먹을 때는 고기가 꼭 있어야 했다. 나에게 고기는 단지 음식 재료일 뿐이었다. 소, 돼지, 닭이 고기가 된다고는 알았지만, 내 식욕을 위해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초등학생 때 고기를 위해 동물이 희생당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죽는 날만 기다리며 눈물 흘리는 동물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열등한 존재를 대표하던 소, 돼지, 닭도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선언했다. 고기 대신 두부를 구워 먹었다. 물론 고기는 항상 밥상에 올라왔지만 나는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았다. 이성을 흔들어 놓는 냄새 때문에 가끔 먹기도 했다.

두부를 먹어가며 육식을 참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주변에서 나의 신념을 짓밟고 체중을 줄이기 위함으로 폄하할 때였다. 이 때문은 아니지만 결국 나는 채식을 포기했다.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개학이었다.

나는 학교를 다니며 급식을 먹어야 했다. 급식을 신청 안 해도 되지만, 도시락을 싸간다면 당연히 부모님은 싫어할 게 뻔하고 부모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어떠한 권한도 없었다.

어떤 사람은 고기를 빼고 먹으면 된다고 한다.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건 진짜 별로 없다. 김치도 새우젓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산물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인 경우엔 먹지 못한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대신 식물성 식품으로 영양소를 대체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급식에서 동물성 반찬을 빼고 먹다 보면 영양 결핍이 우려된다. 이런 여러 이유로 채식은 학교를 다니면서 한동안 시작하지 않았다.

채식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시도하기가 꺼려졌다. 나는 문제는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이라고 스스로 정당화했다.

시간이 지나 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게 되어 급식을 먹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많아졌고 나는 다시 생태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생명체가 고기를 만드는 기계 취급을 받는 게 싫었다. 고기를 위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좁은 틀에 갇혀 본능이 억압되고, 번식을 위해 강간당해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이것이 지금 인간 사회인 것도 같았다. 농장동물이 태어날 때부터 고기의 가치로서 여겨지고 평가되듯, 인간도 태어날 때부터 생산 가치로서만 평가된다고 생각했다. 농장동물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착취당하듯, 사람도 경제성장을 위해 착취당한다고 생각했다. 암컷 농장동물이 번식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져 강간을 당하듯, 여성들도 사회적으로 자식을 낳아야 하는 존재로만 여겨지고 자식을 낳도록 사회적 억압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수컷 농장동물이 태어날 때부터 임신을 못한다는 이유로 처분당해야 하듯, 동성애자들도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당한다고 생각했다.

힘 있는 자만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싫었다. 나는 이런 세상에 저항하고 싶었다. 나는 지구 생명체의 일환으로서, 소비자로서 채식을 시작했다.

분명 어떤 사람은 나를 위선자라고 비난할 것이다. 나는 위선자다. 공장식 축산을 반대한다면서 계란, 우유를 먹고, 동물의 고통이 싫다면서 동물실험으로 발전된 과학 문물을 누린다. 내가 반려동물을 위해 구매하는 사료에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육류가 포함되어 있다. 분명 부정 못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나아지도록 발버둥을 치고 싶다. 위선자가 되어도 좋다.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을 하기 때문에 고기 소비를 줄이기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아예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 채식을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비건으로 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아예 안 하는 것보단 의미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육고기만 먹지 않는 페스코로 시작했다.

채식을 하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 요리를 해야 했다. 학교가 끝나면 나는 따로 시장에 가 장을 봐야 했었다. 인터넷에서 채식주의자가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를 찾고 보충할 수 있는 식재료를 찾아 장을 봐야 했었다. 나는 계란, 우유, 해산물은 먹었기 때문에 다행히 영양결핍이 우려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의 고통에 절실히 공감이 되었다.

장보기에서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아무리 찾아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은 찾을 수 없었다. 물론 페스코는 영양결핍 위험은 적지만, 나는 고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대체 식품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인터넷으로 콩고기를 주문했어야 했다.

인터넷으로 인해 위기는 벗어났다. 해외 식품을 파는 쇼핑 사이트를 보니 채식주의자를 위한 베이킹용 계란 대체 파우더부터 치즈, 아이스크림까지 대체 식품이 비교적 많이 있었다. 해외에는 더 다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장을 보고 나서 무거운 짐을 힘겹게 들고 집에 도착했다. 과거 엄마가 장보고 짐 좀 들어달라고 하면 나가기 귀찮다고 거절했었는데, 엄마의 고통이 매우 공감이 되었다. 이제 요리를 해야 하는데 요리는 무슨 장보고 오느라 땀범벅이 되어있고 요리할 체력은 모두 고갈되었다. 좀 소파에 누워 쉬다가 요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부엌으로 갔다. 뭘 해 먹지라는 막막함만 맴돌았다. 그냥 볶아먹으려고 했지만 팬이 무겁고 커서 설거지하기가 싫었다. 결국 샐러드를 해 먹기로 했다. 채소를 씻어 큰 그릇에 두부와 함께 넣고 발사믹 드레싱에 뿌려 통밀 빵과 먹었다. 맛은 없었지만 처음에는 참고 먹을 만했다. 저녁엔 그냥 우유를 시리얼과 과일에 부어 먹었다. 비만이기 때문에 체중조절을 위해 운동을 간다. 운동 갔다 와선 요리가 매우 귀찮았다. 가사노동은 귀찮고 어렵고 힘들다.

약 2주일 동안 그렇게만 먹었다. 계속 그렇게만 먹으니 죽을 거 같았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 점심을 때우기 위해갔던 도시락 식당에 갔다. 메뉴를 뒤져보니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건 오직 감자튀김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페스코이기 때문에 참치 고추장 비빔밥과 감자튀김은 먹을 수 있었다. 비빔밥도 소고기 볶음 고추장이 들어가면 못 먹지만, 다행히도 그런 고추장은 아니었다.

채식주의자는 항상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밥을 먹으러 가면, 진짜 먹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분식집에 가서 김밥에 동물성 재료를 빼고 먹거나 비빔국수, 일부 전류, 감자튀김 정도나 먹을 수 있다. 나는 일부 동물성 식품을 먹어서 선택권이 상대적으로 좀 더 넓다.

다행히도 요즘은 예전보단 채식이 수월해졌다. 가끔씩 소셜미디어에서 소, 돼지,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영상을 본다. 그럴 때는 왠지 모르게 자기만족감이 들어 행복해진다.

사실 가장 힘든 점은 정신적인 면이다. 한국 사회에선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하는 거 같다. 정치에서도 국민대통합이란 말이 흔하게 흘러나온다. 학교에서는 단체 생활이라는 명분으로 단합 혹은 통합을 외치며 폭력을 가한다. 통합이라는 명분하에 영향력이 약한 사람들은 항상 희생당해야 한다. 채식주의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 피해를 입는 건 채식주의자들이다.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를 강요당하고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다.

나는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사이비 종교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전 세계 채식주의자 중 다수가 종교 때문에 채식을 한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사이비 종교라는 말은 흔히 비난의 용도로 쓰이며 누가 봐도 비난의 목적으로 썼기 때문에 매우 불쾌했다.

최근에는 집회에 가느라 광장에 자주 갔었다. 광화문 광장은 다양한 시민들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채식주의자도 있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 죄 없는 닭을 단지 고기로 묘사하고 비난하기 위해서 부패한 정치인을 닭으로 대표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나는 이런 모습들이 닭을 열등한 존재로 여겨 생명 존엄을 짓밟는다고 느껴져 불편했다. 농장동물,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존재들은 흔히 비난과 조롱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는 수단이 된 당사자에게 혐오로 느껴질 수 있으며 혐오 문화를 조성한다. 무엇보다 원래 그런 존재들을 혐오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비난의 수단으로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암울한 시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은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사람을 넘어 동물까지도 모두 상처받고 차별당하는 존재는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에서는 채식주의자는 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은 산속에 들어가 사는 스님, 자연인 등 만날 일 없는 사람들만 채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도전하는 영상에는 항상 고기를 줘보라는 비난의 댓글이 달린다. 그 외국인이 채식주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나에게 “혹시 채식주의자세요?”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채식주의자들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이렇게 물어봐 주면 매우 고맙다. 채식주의자는 스스로 채식주의자라고 밝히기가 조심스럽다. 눈치가 보인다. 사전에 물어봐 준다면 채식주의자라는 존재를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편하게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질문에는 만약 채식주의자라면 배려해주겠다는 의미가 들어있지 않은가?

이 사회에서는 식탁에서도 기득권만 존재하고 약자는 쉽게 외면된다. 약자는 기득권에 아부를 해서 좋은 이미지로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비정상으로 치부된다. 동등한 정상 취급을 받으려고 하면 기득권은 제한 선을 둔다. 거길 넘으면 올바르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채식주의자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지금 이 사회에선 채식주의자들은 먹거리 문제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윤리적 소비를 하고 싶어도 선택권이 다양하지 않다. 우리 식탁을 다양하게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보장이기도 하며 소비자의 권리이다. 앞으로 채식을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쉽게 채식을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채식주의자도 당당히 정상 취급을 받았으면 좋겠다. 밥이라도 좀 편하게 먹자.

 

오성용 기자 ferret123@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정치를 말할 수 있을까

 

           18대는 선관위, 19대는 방송 3사 출구조사 자료              한국방송(KBS) 출구조사 자료

 

학생과 청년이 70·80년대 민주화의 주역이라고 일컬어지는데 반해 오늘날 청년세대는 그간 정치적 무관심을 대표하는 세대다. 취업난으로 먹고 살기 바빠 그런 것이든 딱히 정책의 효과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든 기성세대에 설자리를 잃어 그런 것이든 20·30대 청년들의 정치참여도가 낮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0·30대의 투표율은 항상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8대 총선 투표율을 보면 20~30% 안팎으로 대부분의 청년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 19대 총선을 거쳐 2016년 4월 실시한 20대 총선결과를 보면 20·30대의 투표율은 거의 50%까지 상승한다. 물론 그럼에도 세대별 투표율은 제일 저조하다. 그러나 최근 탄핵정국을 기점으로 청년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촛불집회의 주역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었다. 교복을 입은 그들은 공부나 하지 뭘 시위를 하냐는 어른들의 간섭을 뒤로 하고 집회에 오기 위한 모금활동을 하고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냈다. 교복을 벗은 자들은 취업준비나 하라는 어른들의 조언을 흘리며 시국선언을 하고 깃발을 흔들었다. 우선순위에 밀려있던 ‘정치’는 점점 청년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리서치뷰가 조사하고 14일 발표한 ‘제 19대 대선 투표의향’에 따르면 세대별 ‘적극투표 의향층’은 19/20대(77.1%) > 30대(68.4%) > 40대(63.5%) > 50대(57.3%) > 60대(46.5%)순으로, 2030세대에서 적극투표 의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투표결과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투표의향은 5060세대에 훨씬 앞서있는 것이다. 이후 투표율을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청년층이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유권자로서 의사표현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에 비해 청년들의 정치 관심도는 얼마나 변화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정치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2월 21일부터 3일간 구글독스로 만19세~38세 청년들의 ‘정치관심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는 총 40명으로 그 중 87.5%가 20대, 12.5%가 30대였다. 응답자의 52.5%는 여성이었고 47.5%가 남성이었다. 설문지는 정치관심도, 정치신뢰도, 정치효능감을 평가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임은재 기자

 

먼저 정치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정치에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관심이 많다(7점 이상)라고 생각하는 다수 응답자들은 정치가 자신들의 생활과 밀접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현상을 보는 시각이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이들은 매일 정치뉴스를 접하고 주변인들과 토론하며 꾸준한 관심을 갖는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4~6점)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매일매일 정치 사안을 챙기진 않지만 정치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에 관심이 높지 않다(3점 이하)고 응답한 이들은 정치가 바뀌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참여방법을 모르고, 정치 자체를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임은재 기자

 

응답자 중 77.5%가 과거에 비해 정치적 관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 중 56.3%인 18명이 그 이유로 최근 어지러운 정국을 꼽았다. 주권자로서의 역할이라고 답한 자도 34%였다. 관심도가 하락한 5% 중 60%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그 이유로 들었다.


 

임은재 기자

 

응답자 A씨(25세)는 “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를 하기 전에나 반짝 관심을 가졌다. 정치시스템이라는 게 안정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관심을 가지든 안 가지든 우리가 뭘 하든 그들만의 안정된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사태를 통해서 정치가 굉장히 불안정하고 변화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촛불집회처럼 개개인의 참여가 대통령 탄핵과 같은 큰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임은재 기자

 

청년들의 정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대체로 점수가 낮았다. 특히 정당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국정운영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6점 이상(0 아니다 10 그렇다) 응답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응답자 B씨(26세)는 “이번 국정농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완전히 정의롭지는 않다“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는 아직 없지만 제왕적 의사결정과정은 확실히 변화해야 한다”며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의견을 내세우려 하다가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다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민심을 살피는 데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응답자 C씨(25세)는 “국가 시스템으로 봤을 때는 사법적인 측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임은재 기자

임은재 기자

 

응답자들은 정치가 자신들의 삶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7점 이상 87.5%, 높을수록 영향력 높음) 그러나 정치참여도의 경우 정당활동과 같은 제도적 참여보다는 집회참석이나 서명운동과 같은 비제도적 참여가 높은 비율을 보였다. 향후 정치에 진출할 의사가 있는 응답자는 12.5%에 불과했다.

정치효능감 중 ‘정치에 있어서 청년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서는 50% 가까이 참여자의 역할에서 그쳤고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단지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답변은 20%나 됐다.

전체적으로 청년들은 기성정치인과 정부를 불신하며 정치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들을 정치의 주체가 아닌 참여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정치적 무관심에서는 탈피했지만 소극적인 참여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사회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신자유주의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취업난이 심해졌다. 지금의 2030 청년들은 대입-취업-승진으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의 무한루프에 빠져있다. 스무 살 이전까지는 오로지 수능을 위해 학교-학원-집을 오가고 대학 입학 후 졸업 때까지는 취업을 위해 각종 스펙을 쌓아야 한다. 이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청년의 정치무관심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째, 정치적 목소리를 냈을 때 취업관련 불이익이 존재한다.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을 한다거나, 사회운동에 무관심한 지원자를 원하는 대기업의 이야기는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다. 청년들은 사상검증을 하는 기업에 면접을 보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도적인 원인이 있다. 진입장벽으로 인해 청년의 정치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25세부터 선출직 정치인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청년정치인 육성도 미진할뿐더러 높은 선거비용으로 막상 후보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작년 총선 청년비례대표제로 국회에 입성한 청년의원은 두 명이다.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 K연구원은 “청년의 정치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소수 몇 명만이 기회를 얻는 이벤트성 청년국회의원의 선발보다 청년지방의원의 배출이 더 중요하다. 특히 20~30대 시군구 기초의원 양성과 배출의 역할은 정당의 몫이며, 각 정당의 지역청년리더 육성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중앙선관위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청년 실업률이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르바이트로 잠시 용돈벌이를 하거나 취업을 포기한 자 등을 포함한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한다면 실질 실업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주거비 부담 또한 계속 상승세다. 공부를 하기 위해 간 대학에서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을 떠안는다. 청년들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헬조선’이다.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치를 멀리한다. 청년의 정치적 무관심과 청년들을 대변할 정치인의 부재는 청년정책의 부재를 낳는다. 이는 다시 청년들의 정치혐오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더 이상 청년은 없다. 과연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정치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임은재 기자 ej0514@hanmail.net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보건복지부? '노동착취'부!

-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노동 착취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

 

ⓒ 미래정치센터

 

 

통계청이 올해 1월에 발표한 『2016년 고용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노동자(취업자) 수는 약 2,600만 명이다. 이 중 고용주 또는 자영업자 등을 제외한 임금근로자의 수는 전체 노동자 비율의 약 74%에 이르는 약 1,900만 명이다. 즉, 일하는 사람들 4명 중 3명은 노동에 따른 임금을 받고 일하는, ‘임금근로자’인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조건의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법인 「근로기준법」의 준수는 근로자들에게 목숨과도 같은 문제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이랜드 그룹의 근로기준법 위반 및 노동착취 사건은 수많은 다른 임금근로자들의 분노를 일으켜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번졌으며, 이에 따라 이랜드는 그룹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하고, 논란을 일으킨 이랜드 파크의 대표를 해임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위반이 사기업뿐만이 아닌, 중앙행정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의해서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활동보조인이란?

활동보조인이란 보건복지부 주관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 중 하나인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의 활동 지원인력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는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1급~3급 장애인인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며, 이 서비스의 활동 지원인력인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의 신체ㆍ가사ㆍ사회활동을 지원한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발표한 「2016년 활동보조현황 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이용자는 약 6.3만 명이나, 활동보조인 수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약 5.5만 명이다. 활동보조인 1명당 중증 장애인 1명 이상을 맡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더하여, 활동보조인들은 국가 주관 사회복지 서비스의 제공인력인 동시에 명백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임금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보건복지부에 의해 법정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어떻게 근로기준법 위반이 이루어지나

「최저임금법」에 따른 2017년 최저시급은 6,470원이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8조 3항에서는 1주 동안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제55조에 따라 주 1회의 유급휴일, 즉,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관행적인 일반 임금근로자를 기준으로 하여,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중간 휴식시간 1시간 포함) 일 8시간, 평일 주 5일을 결근 없이 한 달 동안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경우, 최저시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약정 시급은 7,764원이다.

 

이에 반해, 활동보조인들이 실제로 받는 시간당 수가는 위 약정 시급을 한참 밑도는 약 6,930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활동보조인의 시간당 서비스 수가를 9,240원으로 책정하였는데, 이 비용은 온전히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최소 75% 이상을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하라는 지침만을 내렸을 뿐, 9,240원 중 약 25%는 활동보조인과 서비스 수급자인 중증 장애인을 연결하고, 서비스를 위한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활동 지원기관’이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75% 정도의 금액만을 활동보조인들이 임금으로 받는 것이다.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사실상 포괄임금제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활동보조인이 활동 지원기관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기본급을 최저시급으로 정한다. 그리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각종 법정 수당은 활동보조인에게 할당된 시간당 서비스 수가인 약 6,930원과 최저시급인 6,470원 사이의 차액인 약 460원으로 보전해버리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얼마나 부족한 임금을 받고 있나

활동보조인들이 위에 언급한 관행적인 일반 임금근로자보다 얼마나 못 미치는 월 임금을 받고 있는지 직접 비교하기 위하여, 활동보조인 역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중간 휴식시간 1시간 포함) 일 8시간, 평일 주 5일을 결근 없이 한 달 동안 일하는 경우로 계산해 보았다. 이 경우 일반 임금근로자의 월 임금은 135만 2,230원, 활동보조인의 실제 수령 월 임금은 120만 5,820원이다.

 

[(최저시급)×(유급휴일을 포함한 총 월 근로시간)=6,470×209=1,352,230]
[(활동보조인 실제 수령 시급)×(근로시간 : 포괄임금제에 따라 유급휴일 시간을 제외한 순수근로시간, 365÷7÷12×5×8≒174시간)=6930×174=1,205,820]

 

따라서 활동 보조인들은 근로기준법이 준수된 상태에서 최저시급을 받는 임금근로자에 비해서도 약 14만 6,410원이 부족한 임금을 받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주휴수당 미지급에 따른 임금 체불에 해당하는 동시에,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을 짓밟는 행위이다.

 

겉과 속이 딴 판인 보건복지부의 대응과 태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안내」에서 보건복지부는 “활동 지원인력과 활동 지원기관의 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등 근로자 보호 관련 법령상 내용을 준수하여야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같은 문서에서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인력관리 안내」 ‘사회서비스정책과-3835(2012.12.31.)’호를 준용하여 활동보조인 처우 개선에 적극 노력하여야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활동보조인들이 근로기준법 준수 및 이를 위한 수가 인상을 요구하자,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 의해 예산편성이 이렇게 되었다며, 책임을 기획재정부로 떠넘기려고만 하는 대응을 보인다. 이처럼 보건복지부 스스로 공문서상에는 활동보조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와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을 말하면서, 정작 근로기준법 위반을 자행하고 있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태도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 한 명의 ‘인간’, ‘근로자’가 아닌, 그저 사업 수행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아직 멀었는가...

기사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의 대다수는 모두 ‘노동자’이다. 그런데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은 매우 낮다. 아직도 ‘노동’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빨갱이’, ‘마르크시즘’이라는 단어와 쉽게 연관되며, 부정적 인식과 거부감의 지독한 프레임에 갇혀있다. 그러나 그 단어들의 대척점에 서 있으며, 한국이 경제체제로 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역시 노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노동 없는 자본은 존재하지 않고, 자본은 노동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밝히며, ‘노동권’을 명시하고, 인간의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노동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드러난 이랜드 사태 외에도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와 같은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는 노동현장이 아직 수도 없이 많다. 최저시급을 지급하지 않는 곳은 기본이며, 주휴,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의 완전한 지급은 아직도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이 모든 것이 헌법에 근거하여,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에 명확히 적혀있고, 2017년의 한국은 법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은 당연한 듯이, 그리고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 관리ㆍ감독 주체인 정부부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데, 사적 영역에 속한 기업과 아르바이트 고용주들에게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복지’는 국민 개개인이 기본적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으로 설립된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정작 인간의 생존권적 기본권인 노동권을 짓밟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착취를 자행하는 것은 설립 목적의 자기 부정이자, 존재가치에 대한 명백한 자기부정이다.

 

2017년, 우리는 현재 정부부처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활동보조인제도가 시행된 지 정확히 10년이 된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을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방관해왔다. 보건복지부가 이제는 이러한 방약무인한 태도에서 벗어나, 활동보조인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정민수 기자 haki9878@naver.com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