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청년의 고민

 

노무현 재단에서는 매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청년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선발된 이들은 별도의 모임을 통해 ’진보의 현재‘를 만들어간다. 이들은 매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전후로 정기총회를 위해 봉하마을을 찾는다. ‘진보’라는 정체성과 진영이 ‘창조적 해체’를 거치는 시기, 노무현 장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사진 : 봉하마을 입구(노무현 장학생 모임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의 봉하마을은 승리의 기운이 넘쳐났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던 과거의 추모 분위기와는 다르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넘실댔다. 묘역 참배와 ‘대통령의 집’(사저) 탐방 후, 장학생들의 총회가 시작됐다. 소수자를 향한 무의식적인 혐오를 막기 위한 반(反) 폭력교육을 시작으로, 반나절에 걸친 회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봉하마을은 청춘의 열기로 다시 태어내고 있었다.

 

민·정·녹… 정당 용광로
“투쟁해온 이들을 기억하길”
‘정의당, 시나브로’

장학생들은 민주당, 정의당 그리고 녹색당 당원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문팬’, 진보정당, 소수자 인권, 감정노동 공무원의 처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학생 허우진(25, 남)씨는 최근 일부 문재인 지지자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에 아쉬움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민주노총 등 지난 수십 년간 투쟁해왔던 이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자주 접한다. 지난 촛불정국 때도 이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촛불이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귀족노조’라는 낙인과 프레임에서 벗어나 부채감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또한 최근 ‘한경오’ 프레임 등 진보언론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은 좋으나, 수준 낮은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비판이 없는 집단은 썩을 수밖에 없다. 이를 부정한다면 문재인을 신격화하는 교조주의에 불과하다. 정치에서 '나중'만큼 간사한 표현이 없다. 대선기간 '나중'을 위해 침묵해야 했던 이들이 있다. 나중이 왔거늘 무엇이 바뀌었나. 정권 초기니 지켜보자는 주장으로 진보언론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약 1년 간 정의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장학생은 심상정 대표와 정의당에 대한 아쉬움과 애정을 보였다. “메갈리아 논란, 당명 개정 때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문제인데, 일부의 정당원들 사이에 갈등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또 지도부 대응이 기민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지도부가 신중하게 고민하고 판단했겠으나 양 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의견이 갈리는 현안에 대해 당 차원의 공론장이 형성되었으면 한다. 정의당이 진보의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대화와 설득이 이어질 때, 시나브로 존재감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 묘역 추모를 기다리는 시민들(서진석 기자)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

모임의 첫 회장으로서 장학생 모임을 꾸려온 송화(26, 여) 씨는 녹색당 당원이기도 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 장례식장에서 청소년 흡연 이슈가 있었다. 논쟁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청소년 인권에 대해 참여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우리나라에선 어려운데, 그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아직 부족하지만, 세상의 가치가 진보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녹색당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한편, 장학생 모임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장학생 모임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입장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모임 내에서 실현하고 있다. ‘여혐’하는 사람이 있어도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미 진보를 실현해낸 곳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더 나은 방향을 ‘기대할 수 있는 모임’이 우리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이니’..?

화 씨는 또한 무비판적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보며 설득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우리 이니’라는 표현은 감성적으로 와 닿고 공감이 간다. 동시에 이성적으로는 신격화까지는 아니어도 경계는 해야 된다고 본다. 아마도 지금의 구조가 이제 막 좀 더 나아가려는 단계인데, ‘우리 이니’로 감싸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이다.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잃어본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배제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 천천히 가도라도, 같이 가야한다.”

 

     사진 : ‘대통령의 집’을 관람중인 시민들(서진석 기자)

지역탕평 실현하는 장학생 모임

올해 모임의 대표로서 활동할 남궁승환(24, 남) 씨는 비 서울 지역 출신 최초로 대표로 당선됐다. 전라도에 거주중인 그는 ‘지역 탕평’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수도권모임이 가장 활발한데 어떻게 해야 지방모임을 수도권처럼 활발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현재 서울에서 장학생 모임 진행 시 회비로 편도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인권은 발견이 아닌 ‘회수’

승환 씨는 페미니즘, 동물권, 청소년 인권 등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는 인권 이슈에도 관심을 보였다. “인권은 발견이 아닌 회수다. 성평등, 동물권, 청소년 인권 등은 사람들의 의식의 발전으로 선심 쓰듯 인정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을 다시 찾는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등 모든 인간은 모두 존엄성을 갖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로 많은 국민들이 매력을 느꼈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단 한 번이라도 존엄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페미니즘, 동물권 같은 단어들은 의식의 진보가 아니라 원래 있던 것임을 일깨워주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 양적 확대뿐만 아닌 질적 확대 필요

끝으로 그는 공무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질적인 정책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회복지사들이 겪는 애로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아동복지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사들이 탈선하는 재원아동들을 훈육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아동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어서 사회복지사들이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위서를 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아동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한 사안이다. 하지만 아동과 사회복지사 인권이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나. 부모가 없는 아동들의 보호자는 사회복지사인데도, '야'라는 한 마디에 정서학대 명목으로 교육을 받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직업의식과 소신을 갖고 지도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처우 문제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셨으면 좋겠다.”
※ 장학생 모임은 노무현 재단과 독립된 모임으로서, 인터뷰에 참여한 장학생들의 의견은 해당 모임과 노무현 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진석 기자(ther13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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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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