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칼럼2017.06.08 09:50

재벌개혁의 적기: 재벌, 부모인 국민들께 효도 할 때!
- 재벌의 기원과 성장 검토 -


고 광 용(미래정치센터 연구위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80%대 국정지지율, 김상조 교수가 비교적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에, 아마도 곧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채택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김상조 교수는 재벌개혁의 전도사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제의 흥망을 재벌, 대규모 기업집단이라고 하는 주요 기업들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주지된 사실이다. 모든 정부는 재벌과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다양한 경제정책을 활용함으로써 국가경제를 드라이브하곤 하였다. 재벌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컸는가를 보려면 재벌기업의 기원 및 성장, 정부와 재벌 간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승만-장면 정부 시기는 한국재벌의 태동기로 분류되며 산업혁명을 위한 원초적 자본축적 기간에 해당된다. 특별히 대기업이라는 게 있지 않고 형성되는 과정이었고 재벌정책이랄 게 없었다. 정부는 크게 귀속재산 불하, 수입무역 허가권, 원조자금과 물자 배분, 은행대출의 특혜 등을 통해 기업들의 성장을 적극 도왔다. 기업성장 및 재벌의 형성은 경제 원리보다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재벌의 특징은 기업형성 원천이 귀속재산 불하나 해외원조, 은행대출 특혜 등 정부 특혜에서 주로 비롯되었다. 정부의 선택적인 독점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신흥기업들은 관료에게 뇌물을 주는 등 부정부패가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정경유착의 시작이 되었다.

박정희 정부는 1969년 22억 9500만 달러의 해외 차관을 들여와 그 중 10대 재벌에게 배분한 액수는 5억 200만 달러로 전체 차관의 약 22%에 해당하는 외자를 재벌에 투자했다. 은행융자 특혜와 더불어 재벌에 부여된 막대한 차관지원은 그들의 성장과 자본축적에 큰 기여를 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대기업위주 성장일로로 재벌들은 양적·질적 발전을 꽤 할 수 있었는데 당시 재벌 성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장에서 독·과점적 구조에서 이윤추구를 할 수 있었기에 빠른 자본축적이 가능했다. 둘째, 은행 및 외자차입의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자본증식이 가능했다. 특히 정부로부터 집중적인 금융지원의 대상이 된 산업은 정유, 화학비료, 화학섬유, 시멘트산업과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다. 셋째 집중적인 수출촉진책에 따라 각종 세제, 관세, 은행융자 측면에서 특혜를 제공했다. 이러한 정부와 신흥재벌 간에 정부 특혜와 대기업 뇌물은 부패로 이어져 정경유착의 강한 고리를 만들었다.
전두환 정부는 재벌들의 비판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권창출의 정당성 부재와 국민들의 낮은 지지 속에 재벌에 대한 핵심적인 규제 7가지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의 제정을 강력히 추진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지주회사 설립 및 상호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부당내부거래 행위규제 실시 등을 하였다. 지난 박정희 정부 이전까지는 제대로 된 재벌정책이 없거나 대부분 특혜로 일관되어 왔으나 전두환 정부는 비교적 외형을 갖춘 재벌규제 정책이 실시됐지만, 실제 추진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기보다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쳤다.

이후 노태우 정부부터는 전두환 정부에서 최초 설계했던 재벌규제 장치가 정착되고 강화되었다. 김영삼 정부이후 금융실명제 도입 등 규제정책이 등장하고 김대중 정부에 가서는 강력한 재벌 구조조정 및 체질개선을 하면서, 정부와 재벌 관계가 수직적 협력관계에서 규제자로써의 수직적 대립관계를 형성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로 가면서 살아남은 재벌들의 글로벌 기업으로 빠른 성장과 함께 막대한 자본력과 유능한 인력은 정부 통제수준을 넘어섰고 결국 수평적 관계로 변모하는 전기를 맞이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에 대한 규제적 입장에서 접근했기에 수평적 대립관계에 놓였으나 재벌규제 정책은 실효를 보이지 못해 정권 말에 결국 규제를 푸는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규제개혁,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지주회사 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등 적극적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회복을 도모하면서 정부와 재벌은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되었다.

재벌형성의 기원과 성장, 정부와 재벌 간의 관계를 돌이켜 볼 때, 재벌, 대규모 기업집단은 정부를 통해 성장했고, 그 정부는 결국 국민들의 세금과 저축, 노동을 바탕으로 기업지원 정책을 해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결국 국민이 키워준 재벌이고 대기업들이다. 국민이 귀속재산 불하를 통해 신흥기업들을 탄생시키고, 각종 금융특혜와 독과점 시장 제공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완화를 통해 유아기에 젖을 먹이고, 청소년기에는 밥과 영양제를 주어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었다. 노태우 정부 이후에는 규제를 통해 올바르게 크도록 가르치기도 했다. 또한 성인이 되고 이만큼 잘 살게 되었어도 계속해서 법인세율도 깎아주고, 고용 확대 및 정규직 전환, R&D 투자 시 대폭적인 세제혜택도 주고 있다.

이제는 재벌이 대기업이 되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국가경제의 대들보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장시간 노동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하청·재하청 기업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골목상권까지 침투하고 있다. 천문학적으로 창출된 이익을 사내에 유보시켜 신규 인력채용이나 R&D 투자, 기술혁신에 적극적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모 대기업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감 몰아주기, 전환사채 발행, 편법 증여뿐만 아니라 계열기업 간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방해하고, 주식가치를 하락시키기도 했다.

재벌 대기업들을 국민들이 열심히 50여년 넘게 건실하게 키워났으니, 부모인 국민들께 이제 효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재벌 대기업은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은 바로 풀고, 비현금성 자산은 팔아서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청년실업 해소에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할 때다. 하청·재하청을 만들어 본청에 발생된 추가이익은 하청기업과 재하청 기업에 나누고,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본청의 80% 이상으로 올려서 중소기업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중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뺏는 골목상권 침해는 자제 해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상속·증여세 탈루, 법인세 감세 주장 또한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높은 이 때가 재벌개혁의 적기다. 대기업 사내유보금 투자를 통한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 해소, 대·중소기업, 본청·하청기업 간 초과이익공유제 실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재벌의 편법적 상속·증여세 탈루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추징, 각종 대기업 세금감면 혜택 축소 및 법인세율 인상 등 제대로 된 재벌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만 한 시기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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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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