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지 않을, ‘억압된’ 자유 비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란 연구위원 인터뷰


과거 결혼이 꼭 거쳐야 할 인생의 관문처럼 여겨졌던 반면, 최근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20~44세)를 대상으로 한 결혼가치관 조사에서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답한 비율이 미혼남성 33%, 미혼여성 52.4%로 나타났다.
 
또한 30세 이상 미혼남녀(30~40세)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 조사에서는 미혼남녀 모두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이유가 가장 높았다. 그 이외로 미혼남성의 경우에는 소득 부족, 결혼생활 비용 부담 등 경제적 여건으로, 그리고 미혼여성의 경우에는 본인의 가치관이나 사회생활 욕구 등으로 인하여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청년들의 의사는 가족구성 통계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검색: 비혼 관련 서적 c) 미래정치센터.

 

최근 20·30대 여성 1인가구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2015년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싱글족(1인가구)의 경제적 특성과 시사점>에 따르면 1인가구가 2000년 226만 가구에서 2015년 506만 가구로 증가했다.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5.6%에서 2015년 26.5%로 상승해 왔고, 2035년에는 34.3%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 1인가구의 비중은 2010년 66.1%에서 2014년 69%로 상승하였고 그 중에서도 20·30대인 여성을 중심으로 1인가구가 확대되고 있다. 1인가구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저소득층 비중이 높고 특히 20·30대 1인가구의 주거불안이 높은 만큼 관련 사회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료: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
주: 1) 1인가구 비중은 총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
2) 2000~2035년 동안의 연평균 증감률임.

 

자료: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이용 추계.

이와 맞물려 ‘비혼(非婚)’이란 용어의 등장은 유의미하다. 지금까지 결혼에 관한 범주는 기혼과 미혼뿐이었지만 미혼이 ‘혼인은 원래 해야 하는 것이나 아직 하지 않은 것’의 의미라고 하여 ‘혼인 상태가 아니다’라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로 만들어진 어휘다. 결혼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현대 가치관을 담고 있다. 결혼을 ‘선택’하는 청년들과 1인 가구 증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가족사회학을 연구하는 김영란 연구위원을 만났다.

 

혼자 사는 20·30대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비혼의 원인은?


“비혼은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조건이 만든 합리적 선택지”
여성 초혼 평균연령은 30.8세로 최고치를 찍었고 30대 여성 미혼율은 35% 정도다. 미혼 여성들은 더 이상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세대별로 비교를 하면 젊은 남성들의 비혼의사도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여성의 비혼 의사가 더 높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자발적, 비자발적 비혼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자발성이 사회구조적 압력에 의한 자신의 선택이라면 강요된 비자발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해소된다면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려해야 하는 기회비용,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 여성들은 비혼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 가족문화에서 제도적 결혼은 가족 대 가족의 결합이다. 결혼에 의해 발생하는 수많은 의무와 책임 등 요구되는 것들을 포함한다. 이는 엄청난 부담감이다. 이런 조건하에서 남성은 가사와 육아의 책임에서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가부장적 사회문화구조와 연동되어 여성의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이유다.

 

과거에 비해서 구조적인 상황이 가시화되는 이유는?

“성불평등 당연시하던 과거와 달리 구조의 문제 인지하는 여성 많아져”
과거에는 성평등 문제에 민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결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불이익을 여성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사회상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지만 성불평등 구조를 인지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동안 보육정책이나 육아휴직 활성화 등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들의 발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와 관습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암묵적으로 남성을 선호하는 기업이 능력위주 인재채용을 했다고 하면 규정상 위배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결혼을 막는 사회구조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육서비스 및 노동시간 감소 필요”
우리나라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힘든 구조다. 청년부부가 독립적으로 자기생활 유지할 수 있게 보육서비스 및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보육지원 정책은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 장시간 근로 때문이다. 적은 노동력을 고용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에서도 최소한의 인력만을 고용한다. 중소기업은 사람에게 훨씬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노동시간을 요구하게 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잦은 야근과 주말출근을 하게 되고 현재 보육서비스가 이 빈틈을 100% 채워주지 못한다. 결국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1인가구는 흔히들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하는데?

“1인가구만을 위한 특화정책이 아닌 기본 사회정책들로 풀어가야”
1인가구 특화정책이라는 것이 다른 기본 사회정책들과 다르지 않다. 1인가구들도 집단 내에 다양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1인가구라는 것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보고 정책 대상을 선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인가구 중 30·40대는 미혼여성이 대부분이다. 40·50대는 남성이 많다. 노인 1인가구도 부유한 노인부터 빈곤한 노인까지 다양하다. 각각의 집단과 연령에 맞는 정책 수요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실시한 여성 1인가구의 생활실태와 정책수요 조사를 보면 제일 문제되는 것이 주거불안정이다. 주거안정목적의 1인가구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 또 노인 1인가구를 위해서는 돌봄정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동일한 사회정책 안에서 1인가구의 특성을 조금 더 고려한 정책을 하나씩, 둘씩 맞춰가야 하는 것이지 1인가구 정책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들을 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데

“행복한 결혼생활 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비혼주의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사회문제는 아니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다. 비혼주의자를 줄여서 결혼을 장려하자는 정책은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의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이다. 문제는 비혼주의자나 1인가구들, 특히 미혼여성들을 저출산의 원인집단이라고 몰아가는 것이다. 사실 같은 세대 안에서 결혼에 대한 찬성 비율이 남성이 높을 뿐이지 세대간 비교를 해보면 과거에 비해 남성들의 결혼의사도 많이 감소했다. 이런 현상을 개인의 탓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임은재 기자 ej05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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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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