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등록금은 어떻게 결정되었나

 

 

2010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됨에 따라 모든 대학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거쳐서 당해 연도 등록금을 책정한다. 등심위는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등록금 책정 및 제반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그런데 돈을 실제로 납부하는 학생들은 등록금 액수가 어떻게 결정이 되고, 그렇게 결정된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등심위에 직접 참여했던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참 힘없던 놈의 이야기

 

(박세훈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찬바람이 불었던 지난 1월 8일, 그는 한 회의장에 들어섰다. 그날은 올해 첫 번째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한 날이었다. 그의 마음속엔 작은 기대감이 있었다. 이번 등심위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의 손엔 학생 추천 전문가의 프로필 자료가 들려 있었다. 학교 측 위원들께 보여드리고 소개할 참이었다. 이것은 작년에 열린 등심위에서 합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첫째, 총장 추천 전문가에 대해 학생 위원과 협의하고 이를 반영하여 전문가를 위촉할 것. 둘째, 학생이 추천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사전에 합의된 회기에는 위 전문가의 방청 및 발언을 허용할 것.”

(※현재 고려대학교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학교 측 위원 6인, 학생 측 위원 6인, 그리고 총장 추천 회계전문가 1인으로 구성)

 

그러나 기대는 보기 좋게 깨졌다. 먼저 회의장에는 한 사람이 이미 앉아있었고 자신을 총장 추천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황당했다. 이미 전문가가 위촉되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학생 추천 전문가의 방청 및 발언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를 비롯한 학생 위원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에 학교 측 위원들은 지난 회의에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학교 측 위원 중 두 명은 분명히 지난 회의에 직접 참가하신 분들이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작년 등심위 당시에 합의안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거부하며 학교 측 위원이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정도는 믿고 갈 수 있지 않겠느냐.”

 

작년 12월 24일, 등심위를 준비하기위해 학교에 회계 관련 자료를 달라고 처음 요청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1차 등심위를 자료 없이 흘려보내게 되고나서도 계속 기다려야 했다. 자료를 받아 볼 수 있었던 때는 13일 수요일 오후였다. 다음 등심위는 15일 금요일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재단 적립금 내역, 기금 모금 현황 등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료들은 받지도 못했다.
 
그렇게 두 번째 등심위가 열렸다. 학생 위원들은 자료 제공에 대한 기준을 물었다. 올해와 작년과 재작년의 기준이 모두 달랐다. 또 세종캠퍼스의 실험실습비 사용내역은 반출 가능했는데 안암캠퍼스의 것은 반출이 불가능 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위원은 기준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보안 서약서를 작성하자고 학생들에게 말하면서 정작 그 중요한 자료를 모호한 기준으로 제공하는 것을 보고, 학교 측 위원들이 말하는 보안이 무엇을 위한 보안인지 궁금해졌다.

 

세 번째 등심위는 그 다음주 20일이었다. 학교 측은 등록금 동결을 주장했다. 등록금을 내리면 학생에게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나빠진다고 했다. 그것은 사실 재단이 재정안정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사립학교로서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말이었다. 정말로 그렇다면 재단이 학교운영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면서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전임교원 확충과 강사 처우 개선 등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틀 뒤 다시 등심위가 진행되었다. 회의가 열리는 건물 밖에는 5시간이 넘도록 수십 명의 학생들이 모여 등록금 인하를 위한 열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학생 측은 기금 적립액을 사용하여 1%, 대학교 회계에서 필요하지 않은 예비비를 삭감하여 1.9%, 총 2.9%의 등록금 인하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안에 대해서만 표결을 요구했다. 7대6. 학교는 작년의 합의를 무효화하며 시작부터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렸었고, 사실 그는 심의할 수 없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뛰어든 것이었다.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티끌이 된 기분이었다. 그때 한 학교 측 위원이 말이 들렸다. “(학생 측 안에 대해) 논박할 수 없다는 것 이해해주세요. 여러분은 우리의 제자니까.” 네 차례의 등심위 동안 그는 등록금을 심의하는 위원이 아니라 그저 철없는 학생으로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 전국 최고의 인하율 0.5%, 하지만...

 

(정지선 인천대학교 부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인천대학교는 전국 국공립대학 중 서울대 다음으로 비싼 등록금에, 높은 학자금 대출 비율을 보인다. 그렇기에 이번 등심위 학생 대표로 참가한 그는 이번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반드시 타 국공립대 수준으로 인하하고자 며칠 전부터 자료 조사 등 사전준비를 시작했다. 타 국공립대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13.8%의 인하율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이것이 정말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최대한 치밀하게 준비해서 최대한 많이 인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1차 등심위 회의에 들어갔다.

 

“학교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으니…”


많은 자료들을 분석하며 준비해서 1차 등심위 회의에 들어갔지만, 학교 측은 그저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 짓고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매년 인천시가 약속한 운영비를 제대로 주지 않아 재정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작년 학생들이 시청에서 총궐기대회를 하고 55일 동안 천막 농성까지 벌여 약속된 300억을 결국 받아내면서 노력하는데, 정작 학교는 이런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게 1차 회의는 끝이 났다.

 

1차 회의가 끝나고, 실제 학교 예산 운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는 2016년도 학교의 가예산안을 받아 모든 부서의 예산을 작년과 비교 분석해봤다. 그런데 예산 중 일부가 뻥튀기 된 부분이 발견되었고, 그런 부분만 삭감해도 등록금 인하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2차 회의에 들어갔는데, 학교 측은 안건지나 문서를 전혀 준비해오지 않은 채 1차 회의 때와 의견이 동일하다는 얘기만을 했다. 이에 그는 이러한 학교의 태도가 학생들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라 판단하여 협상 자리를 깨고 밖으로 나갔다. 준비도 없이 등심위를 진행하려는 학교의 태도에 분노했고, 앞으로 더욱 치밀하게 협상을 주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3차 회의 때에는 2차 회의 때보다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한 모습을 보여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서울대만큼 0.35%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수준보다 우리 학교가 등록금을 더 많이 인하할 경우, ‘주변의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인천시에서 매년 300억씩 받고 있는데, 서울대보다 더 인하할 경우 인천시가 돈을 제대로 안 줄 거라는 것이다. 이렇게 3차 회의도 끝이 났다.

 

4차 회의 전, 학교는 등록금을 서울대 수준으로 하고, 대신 장학금 확충을 많이 해주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계산을 해 본 결과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이 국가장학금 2유형을 더 받을 수 있으므로 차라리 장학금 대신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장학금은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의 직접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측의 의견을 동의할 수 없다고 표명했다. 결국 13.8%에서 많이 양보해 학생 측의 안이었던 0.5% 등록금 인하로 합의가 됐다.

 

그는 이번 0.5% 인하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자신들의 노력보다 학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작년 1500명의 학우들과 한 총궐기대회와 55일간 한 천막농성으로 인천시에게 못 받았던 운영비를 결국 받아냈기에 학교도 학생들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0.5%라는 전국 최고의 등록금 인하율을 받아냈지만, 전국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함에도 0.5%가 전국 최고의 인하율이라는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반값등록금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바랐지만, 결국 국가장학금이라는 눈속임에 묻히게 된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고작 0.5% 인하했는데 인천시와 교육부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현실이 너무 화가 났다.

 

그는 타 국공립대 수준까지 만이라도 등록금을 내리기를 바랬다. 밥값이 없어 도시락을 싸오는 학우,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학우, 성적이 되지 못해 국가장학금에 떨어져 한 학기 내내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학우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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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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