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있는 삶을 꿈꾸는 대학생들
총학생회 선거에 등장한 ‘1교시를 9시 반으로!’


대학생의 아침

 

“5분만 더...“ 대학생 김주성 씨는 6시 10분부터 시작된 알람과의 전쟁을 마치고 이불 밖으로 나왔다. 일찍 일어난 것 같지만 9시 수업을 듣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아침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급하게 학교 갈 준비를 한 후 출근길의 비좁은 1호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방의 시야를 꽉 막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콩나물처럼 서 있다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온 몸에 땀이 나곤 한다. 이미 기진맥진 한 채로 1교시 강의실에 들어선 그는 잠시 집중하려 했지만 곧 배고픔이 절실히 느껴졌다. 강의실 구석에서 초코바를 소리 없이 삼키거나 쓴 커피를 마시는 주위 학생들을 바라보다 다음 학기에는 절대로 1교시 수업을 듣지 않기로 결심했다.

 

힘든 통학길을 거치고 배고픔을 묵묵히 참으며 억지로 수업을 듣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대학생 김지수 씨는 아침 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학하느라 바쁜 아침 시간에 밥을 먹느니 차라리 잠을 더 자게 되요. 그런데 정작 아침 수업이 시작 되면 배가 고파서 집중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대학생 민현수 씨도 “정말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버스와 지하철에서 녹초가 되다보면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자취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죠. 하지만 저는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생의 아침은 바쁘고 힘이 든다. 하루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활기찬 시간이라 하기보다는 매일 마주해야하는 도전과제 같다. 수많은 학생들이 본인 스스로 아침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수업에 떠밀려서 실제로 ‘아침이 없는 삶’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지난밤의 피곤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허겁지겁 일어나서 다시 통학길에 치이고 있다.

 

1교시에 물음표를 던지다

 

왜 대부분의 대학에서 1교시는 9시에 시작하는 걸까? 작년 12월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교에서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에서 이 물음이 제기되었다. 고:온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는 당선되면 1교시를 30분 늦추는 안에 대하여 전체 학생대상으로 정책투표를 실시하고 학교당국과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낯설게 보자는 기조위에 세워진 이 공약은 학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해당 선본의 정후보였던 신홍규 씨는 이 공약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9시에 출근, 등교를 하다 보니 아침 출근 시간에는 극심한 교통체증과 지하철 병목 현상 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러한 부작용들을 해결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대학교의 등교 시간은 기업과 관공서 보다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러한 공약이 우리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학교로 확대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영감이 되길 바라며 공약을 준비했습니다.”

 

선거결과에서 그는 40%의 득표율로 패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했던 물음은 학생사회에 숙제로 계속 남게 되었다. 그는 “‘아침이 있는 삶’ 공약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모두 전에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의아해 할 정도였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다 보니 장점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선본에서 제시한 이 공약의 구체적인 효과는 통학의 질 개선, 수업의 질 향상/선택권 개선, 삶의 질 향상 등이었다.

 

1교시를 늦춘다면?
 
통학의 어려움은 대학생들이 매일 마주하는 문제이다. 2014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대학생 5명 중 4명(82.3%)은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며 평균 통학시간은 왕복 135.6분에 달했다. 경기도 광역버스는 입석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아직 서서 가는 승객들이 일부 있다. 통학하는 학생들은 힘든 것뿐만 아니라 안전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다. 또한 대학가의 전월세 비용 수준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근처 자취를 포기하고 학교와 멀더라도 조금 저렴한 지역으로 자취방을 옮기거나 아예 장거리 통학을 선택하는 추세이다.

 

통학의 질 개선은 1교시 시간조정의 가장 큰 목표이다. 서울시가 2014년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의 교통카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이용객이 가장 집중된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29분이었고, 버스는 오전 7시 40분부터 8시 39분이었다. 8시 40분이 지나면 지하철의 혼잡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현재 9시에 시작하는 1교시를 30분만 늦추어도 직장인들과 대학생들 모두가 좀 더 편안한 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른 1교시 시작 시간이 수업의 질을 저하시키고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침잠과 지옥철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1교시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강신청에서 보통 1교시 수업들이 가장 늦게 마감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로 부담을 느껴 2교시에 비해 1교시 개설 강의가 적다. 한 대학의 교무처 관계자는 “1교시 수업이 2교시에 비해 적게 개설되는 것이 사실이다. 1교시를 기피하는 것은 학생과 교수 양자가 같은 이유다.”라고 말했다.

 

만약 1교시 시작시간을 늦춘다면 1교시에 개설되는 수업도 증가하고, 1교시를 반강제적으로 포기했던 학생들의 선택권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면 부족, 괴로운 통학길,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도 해결된다면 수업의 집중도와 이해도가 상승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아침에 여유가 생긴다면 대학생의 아침식사 풍경도 변화할 수 있다. 통계청·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연령대가 20~24세인 집단에서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51.7%에 달했다. 이 연령대가 일반적인 대학생 집단에게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대학생들이 아침을 거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아침밥을 거르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시간이 없어서’일 정도로 대학생의 아침은 바쁘다. 아침 결식은 공부 능률 저하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져 심각한 국민 건강 차원의 문제를 낳을 수 있으므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근본적으로는 여유로운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할 것이다. 흔히 밥도 거르고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볼 때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라는 표현을 쓰며 안타까워한다. 1교시를 늦추는 것은 대학생들에게 아침 먹을 여유가 있는 삶을 주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침의 새로운 가능성

 

1교시를 늦추자는 제안을 전국적 차원의 이슈로 만드는 것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도 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은 “대학교에 다니지 않는, 일하는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 고등학생과 비교했을 때 현행 9시 등교는 매우 늦은 등교라는 점, 대학생에 대한 기성세대의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 등을 볼 때 전국적인 차원에서 거부감이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 제안을 처음 내놓은 신홍규 씨는 합리적 이유 없이 전통적 권위에 의존해온 9시라는 시간에 의문을 던지고 아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일찍 일어나면 모두 해결될 문제’라는 지적에도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합니다. 그러나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한국에서 일찍 자는 것이 가능할까요?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잠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녁이 있는 삶’이 실행되지 않은 한국에서 ‘아침이 있는 삶’은 하나의 차선책이자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대학생들이 꿈꾸는 ‘아침이 있는 삶’은 그래서 단순히 더 늦게 등교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복지의 영역이 학생들의 고된 아침 시간까지 확장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만 바라봤다면 이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학생이 중심이 되는 복지를 추구해 나간다면 아침의 모습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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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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