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코어사업 ‘취업률 중심의 학과 개편’
- 대학=취업사관학교? -

 

프라임 사업

 

지난해 12월 30일 교육부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 PRIME, 이하 프라임 사업) 기본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프라임 사업은 사회의 인력 수요에 맞춘 대학의 학과 개편과 정원 조정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 사업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2024년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근거해 실시된다. 발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인력의 초과공급이 예상되는 반면 공학계열에서는 인력의 초과수요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에 근거해 인력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프라임 사업을 추진하기로 밝혔다. 프라임 사업은 2016년부터 2018년에 걸쳐 실시될 예정이다. 2016년에만 예산 2,012억이 들어가고, 총 6,000억 원의 예산이 투자될 예정으로, 교육부의 단독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출처 : <대학 전공계열별 인력수급전망 2014-2024>, 한국고용정보원

 

프라임 사업은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의 두 유형으로 실시된다. 사회수요 선도대학은 진로•취업 중심으로 학사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이공계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다. 인문•사회•예술•사범대학 등의 정원을 줄이거나, 학과별 통폐합으로 생긴 인원을 이공계학과로 돌리는 것이다. 창조기반 선도대학은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한 융•복합학과를 신설하는 것이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형사업, 소형사업 각각 입학정원의 10%(최소 200명이상), 입학정원의 5%(최소 100명이상)를 조정해야한다.

 

전공 정원 조정이 관건

 

대학들이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선 학과개편과 전공별 정원 조정이 필수적이다. 이 중에서 선정평가에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전공 정원 조정이다. 이는 학과 신설, 통폐합,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이뤄진다. 전공 정원 조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기초학문을 통폐합하여 생기는 인원을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로 돌릴 것이 예상된다. 특히 인문학 같은 경우 여러 학과를 통합해서 교양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편성할 우려가 된다.

 

 

출처 : 한국교육재단

 

코어사업(CORE)


교육부는 프라임 산업으로 예상되는 인문학 및 기초학문 축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 CORE, 이하 코어 사업)을 함께 실시한다.  글로벌 지역학모델, 인문기반 융합전공 모델, 기초학문심화 모델, 기초교양대학 모델, 대학 자체 개발 모델 등으로 실시된다. 사회 수요에 부응 하는 인문교육 트랙 신설, 기초학문으로서의 인문학강화,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문 교육 강화를 주 골자로 한다.

 

 

출처 : 한국연구재단

 

프라임사업 진행 현황


건국대는 동물생명과학대와 생명환경과학대를 통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9개 학과가 7개로 줄어든다. 경희대는 입학 정원의 15%인 약 720명을 조정해 새로운 융복합학과를 만들기로 했다가 학생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 밖에 이화여대, 중앙대 등에서도 아직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된 수준은 아니지만 학사구조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학내구성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라임코어 사업 공청회가 처음 열렸고 2개월 뒤인 12월 30일에 프라임 사업 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교육부는 대학들로부터 3월 말까지 사업 계획서를 제출받고 평가를 거쳐 4월 말에 최종적으로 선정대학을 발표할 예정이다. 프라임사업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편 대학과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과 합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학 당국은 프라임 사업 진행 계획과 구체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6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프라임 코어산업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박세훈(사진)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대학에서 길러지는 인재들을 기업들에 가져다 맞추려는 게 저급한 것 같다. 대학 구조조정보다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우선되어야 한다. 취업률을 중심으로 학과구조를 개편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3개월밖에 주어지지 않은 프라임 사업 계획 준비 기간에 대해서 “당장 내일(22일)이 예비등록 제출일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선 준비기간이 말도 안 되게 짧다. 교수님들 입장에서도 학과를 개편하고 커리큘럼을 새로 짜고 조정하는 게 몇 날 며칠 만에 이루어지는 게 아닌데, 교육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코어 사업에 대해 “프라임 코어 사업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프라임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부족한 것을 코어 사업에 끼워놓은 것이다. 현재 문과대에서 진행되는 코어 사업의 경우, 얼마 전 문과대 학장과 면담에서 각 과의 자율성에 맞는 개편을 기본 가이드라인으로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과연 얼마나 괜찮은 안, 구성원 간의얘기가 다 모아지는 안이 나올 것이냐이다. 학생의 목소리를 학생회장을 통해 학과장에게 전달하여야 하는데, 당장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스스로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하며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그는 “정부가 대학들이 정부의 입맛에 맞는 구조조정을 하도록 300억, 150억이라는 큰 당근을 던져줬다. 이는 고려대학교로 치면 등록금 5%~10% 해당하는 금액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의 여력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구조조정을 해야만 한다면, 더 정부의 입맛에 맞춰서 구조조정해주고 돈 타오는 게 대학에서는 어쩔 수없는 현실적인 선택이다.”고 말했다.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대학은 결국 지원금이라는 재정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 정부의 입장에서도 대학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프라임 사업: 사라진 학생들의 목소리


정부는 대학을 돈으로 조종하고 있다. 대학 전공과 일자리가 일치하지 않는 ‘인력미스매치(불균형)’라는 그럴 듯한 수식어로 기초학문을 축소시키며, 정부가 기업의 수요에 맞춰 대학의 학사구조 개편에 압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기업의 편에서 대학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 현상은 대학의 학사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다. 프라임 코어 산업은 일자리가 부족하게 된 사회구조적 맥락을 은폐하고, 이를 대학과 학생들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의 인재들을 일자리에 끼워 맞출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한편 학생들이 취업률 높은 학과를 선호 하는 현상은 학생들이 진정 그 전공을 원해서가 아니라, 대학 진학이 필수적인 사회 현실에 의해 그렇게 되도록 내몰리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높은 등록금을 내야하는 대학을 어쩔 수 없이 진학하게 된다면, 부득이 하게 기업이 선호하는 상경계열이나 공학계열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프라임사업의 기간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 초기 계획은 사업 대상 선정이 2월까지였으나, 대학들의 반발로 3월로 미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터무니없이 짧은 사업 기간 안에 전면적인 학사구조 개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되는 개편은 장기적인인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학사 개편 과정에서학생들과의 논의가 충분히 필요하다. 그러나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 내에 진행되는 사업에서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사라진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산업수요 인재’들이 배출될까? 

 

최근 폐지가 논의된 건국대 바이오산업공학과는 생산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바이오산업시스템을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2013년 개설됐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한 명의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채 3년 만에 끝이 났다. 충북대는 2012년 신설한 디지털정보융합과는 2년 만에 폐지했고 단국대는 2014년 신설한 생명의료정보학과의 신입생을 2016학년도부터는 받지 않기로 했다. 신설 학과가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지된 일은 이 외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때그때의 필요나 유행에 따라 만들어진 학과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오래가기 어렵다. 이처럼 이번 프라임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학과가 앞으로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 모른다. 몇 해 가지 않아 그 존재 가치를 의심받는 학과들이 생겨난 배경에는 대학들의 성급한 판단이 있었다. 따라서 대학은 당장의 계산에 따라 학과를 개편하기보다는 충분한 연구 기간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학과가 신설되고 폐지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짧은 간격으로 신설과 폐지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취업률,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학과 재편은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킨다. 대학은 더 이상 학문과 진리 탐구의 장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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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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