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칼럼2015.12.22 16:43

 

 

 

 

 

 

 

 

 

  

 

김혜련(미래정치센터 부소장, 고양시 의원)


 


서울 엑소더스가 시작된 지 오래되었다.

 

치솟는 전셋값을 버티다 못한 3040세대들이 대거 경기도와 인천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에서 탈출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남, 고양, 구리, 남양주 등으로 자리 잡는다.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이 있고, 서울접근성이 좋은 고양시는 대표적인 신흥이주 지역이다.
은평구에서 파주까지 이어지는 1번국도 통일로에 접해있는 한 지역은 최근 3년 동안 빌라건설이 급증하였다.

 

아파트를 단 한 동도 짓지 않았는데도 인구가 1만명이 증가할 정도로 빌라가 많아졌다.
20호(20세대)까지는 조건없이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농촌마을 자투리 필지마다 3-5층짜리 빌라가 들어와서 마을전체가 빌라로 가득 찬 곳이 되었다.
그런데 놀이터 하나, 자투리 공원 하나 없다. 시립어린이집은 말할 것도 없으며, 초등학교는 콩나물 교실이 되었다.

 

20호 미만의 건축에 대해서는 기반시설 조성에 대한 조건을 붙일 수 없으니,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공간인 놀이터며, 공원이며 고양시 예산으로 조성해야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 곳에 인도가 없는 곳도 있다.
대규모 빌라단지를 조성하는 곳에서 ‘단열재를 기준미달제품을 쓴다’는 제보가 있어서 공무원이 감사를 나갔더니, ‘실제로 기준미달의 단열재가 쓰이고 있었다’는 결과가 행정감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짓고 분양하고 사라지는 빌라에 대해서는 향후 문제가 생겨도 대응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울의 작은 평수 전세 값으로 넓은 평수의 빌라를 구입할 수 있으니 분양률도 100%에 가깝다.

 

하지만 주거환경은 이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시내와 한참 떨어져있고, 주변에는 변변히 산책할 곳도 없다. 아이들 놀이터도 없고, 어르신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눌 공원도 없다.
누가 봐도 난개발 지역이 되었다.
공중파 방송의 메인뉴스에 이곳의 초등학교가 난개발로 인해 콩나물 시루교실이 되었다는 뉴스가 나간 후 마을 전체와 학생들 전체가 우울감에 빠졌다.
규제가 없는 난개발 지역에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서울의 ‘미친 전세값’을 탈출해서 왔더니, 이사 온 곳은 변변히 살만한 곳이 못 되는 곳이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정부의 건축 규제완화는 계속되고 있다.
2014년 6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동주택의 기준이 20호에서 30호로 완화되었다. 즉, 30호까지 기반시설 없이 지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지난 10월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는 규제제도 개선 차원이라며, 개발행위 허가시에 허가권자인 시장이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되어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조례개정안이 제출되었다.
시장의 권한을 규제라는 이유로 없애게 되면 개발행위에 대해서 조건을 붙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난개발이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중앙부처에서 불필요한 규제개선 실적을 보고하라는 공문이 계속 내려오고,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난개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와 권한을 규제라고 하며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규제완화로 이익은 특정인에게 집중되고 극대화 되지만, 그 피해는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고, 결국은 누군가의 불이익과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이 지역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시의 예산으로 작은 공원과 놀이터를 만들고 인도가 없는 길에 인도를 설치하고 있으나 가속화되는 난개발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난개발 문제를 제기했더니 시민단체 활동가 한분이 “그런 저렴한 집이라도 있어야 전세난민들이 갈 곳이 있는 것 아니냐” 고 하신다.
과연 그럴까?

 

전세난민의 탈출구,
어떤 개발, 어떤 집이어야 하는가?
난개발 지역의 빌라인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인가?

 

전세난 대안마련과 동시에 어떤 주거환경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시작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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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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